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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얼기설기] 바이러스와 정보

입력
2015.06.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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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때문에 전염병 전파 쉬워졌고

인터넷으로 발병 정보 확산도 빨라져

통제 안 될 정보 감추면 불신만 조장

메르스 바이러스 이야기가 신문을 빼곡히 채운다. 하루 속히 뉴스에서 사라져야 할 이야기에 필자도 글 하나를 보태고자 한다. 2013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는 영국 내의 도시보다 런던과 뉴욕 사이의 바이러스 전파가 훨씬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논문이 게재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두 도시를 왕복하는 비행기를 타고 바이러스는 손쉽게 대서양을 건넌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 도시 간의 이동이 활발하지 않던 과거에는 멀리 떨어진 도시 간의 전염병 전파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계를 안방 드나들 듯 이동하는 요즘,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도 손쉽게 우리나라로 상륙한다.

수많은 구성요소가 얼기설기 얽혀있고 이들간의 상호작용과 정보 흐름을 연구하는 복잡계 분야에서 전염병의 전파는 오랜 연구 대상 중 하나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외국에서 바이러스를 운반해 온 사람은 바이러스에게 두 나라 사이의 ‘지름길’을 제공한 꼴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슈퍼전파자는 연결망 내의 ‘허브’에 해당한다. 주민 대부분이 하루의 상당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어울리는 시골 마을은 매우 단단한 ‘군집’을 형성하여 내부의 정보 확산이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 복잡계 연구자들은 다양한 복잡계 연결망의 특성을 고려하여 바이러스의 전파를 예측하고 효율적인 차단 방법을 고민한다. 여기에 잠복기와 발현기가 나뉘는 바이러스의 특성, 전염력과 치사율에 따른 바이러스 확산 정도의 차이 등을 더하여 연구의 범위를 확장한다.

과거에는 바이러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과 귀를 통해 전달되었다. 이후 신문과 라디오, 텔레비전, 전화 등이 뉴스를 전달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인터넷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소식을 전달한다. 중동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변이를 일으키지 않았음을 분석한 중국 보건당국의 결과가 우리 정부의 발표보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과학잡지 ‘네이처’가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전지구적 위협은 아니라며 과학적으로 분석한 기사 또한 인터넷을 타고 국내에 전달되었다.

여기에도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지름길과 허브가 있고, 복잡계 연구자들은 효율적인 연결망 구성과 전달 방법을 고민한다. 비행기의 발명이 전염병 확산의 지형을, 인터넷은 정보 유통 환경을 바꾸었다. 과거에는 쉽사리 통제되던 정보도 인터넷, 특히 SNS를 통해 확산된다. 잘못된 정보가 마구 퍼지며 괴담을 형성하곤 한다. 최근 사스, 신종 플루 등 전지구적인 바이러스 확산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보건방역 체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믿을 수 있는 정보의 전달이 필요하다.

괴담의 형성과 확산을 막는 방법을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통제되지 않을 정보를 감추어서 생기는 불신을 막아야 한다. 사실을 감추려다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거나, 거짓된 해명이 곧 밝혀져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많다. 인터넷 시대에 적합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인터넷 이용이 원활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여 효과적으로 정보가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지방에서 태어나서 줄곧 지방에서 살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이 지역에 따른 정보 격차를 줄여준다. 하지만 어릴 때는 서울에서 발간되는 신문이 지방까지 배달되는데 시간이 걸려 서울보다 하루 늦게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창시절 필자가 살던 지역에서 서울과 동일한 신문을 인쇄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전국이 같은 날 같은 신문을 받아보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한국일보가 내일 창간 61주년을 맞아 재창간을 선포한다. 바른 정보의 전달 뿐 아니라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일보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ㆍ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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