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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핵심은 결국 공감능력이다

입력
2021.02.06 11: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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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전미영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편집자주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돈을 쓸까? 우리나라 소비시장에서 발견되는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향후 기업과 시장에 가져올 변화 방향을 예측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외 기업의 주요 관심사는 단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금융, 유통 등 굵직굵직한 업종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는가 싶더니, 비대면 시장의 성장으로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산업에 디지털이 접목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란 그 동안 사람이 해오던 아날로그적 운영방식을 각종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하는 것을 뜻한다.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빅데이터 솔루션 등의 기술이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

사람들은 흔히 인간의 역할을 축소하고 이를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 곧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언택트 환경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장시간 이어지는 온라인 접속 상태는 인간의 연결 강박을 강화시키며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화상회의 시스템도 전에 없던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디지털 기술 경험이 누적될수록 디지털 기술의 한계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따뜻한 감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트렌드를 일컬어 '휴먼터치'라고 명명한다. 휴먼터치는 기술이 인간을 흉내 내거나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이 무한대로 발전해 나가더라도 그 안에 "인간의 손길은 언제나 필요하다"는 점이 오히려 핵심이다.

커피숍에 디지털 전환을 적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받고, 커피는 로봇이 만든다. 디지털 알람이 스마트폰에 울리면 직접 커피를 가져온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디지털형 커피숍의 모습이다. 효율성과 편리성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커피를 주문하고 받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은 어느 곳에도 없다. 반면 휴먼터치가 적용된 커피숍은 다르다. 커피를 만드는 일은 로봇이 하더라도 손님과 눈인사를 나누고 안부 인사를 묻는 등 인간적인 교감을 하는 바리스타의 역할은 축소되지 않는다. 휴먼터치 관점에서의 디지털 전환이란, 기술이 사람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사람이 더 잘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이 보조하는 형태인 것이다.

스마트폰 앱기반의 다이어트 코칭 앱 '눔코치' 역시 휴먼터치의 좋은 사례다. 눔코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지향했다. 그래서 사업 초기에는 모든 초점을 기술에 맞췄고,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전 직원을 엔지니어로 채웠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결국 소비자가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흥미유발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결국 눔코치는 사용자에게 진짜 사람을 붙여주기로 했다. 코칭선생님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다이어트의 고충에 공감해 주며 식사나 운동 관련 궁금증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하자,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기술에 휴먼 터치가 결합된 것이다.

첨단 디지털 기술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사람의 따뜻함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의 공감능력만은 모방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는다. 결국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달하더라도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분야는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영역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 주는 역할임을 명심하라.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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