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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변호사 최정규의 일침 "민원실서 시민 환대하는 검사는 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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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변호사 최정규의 일침 "민원실서 시민 환대하는 검사는 왜 없나요"

입력
2022.10.17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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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노예' '김홍영 검사' 대리 최정규 변호사
[얼굴 없는 검사들] 펴내… 검찰 폐쇄성 지적
시민 도외시한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비판
"오만한 검찰… 개혁 대상이 피해자 코스프레"
수사기록이 일기장? 당사자한테도 공개 안 해
"검찰 수사·기소에 시민 적극 개입해 감시해야"

12일 서울 서초구 한 회의실에서 '얼굴 없는 검사들'의 저자 최정규 변호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12일 서울 서초구 한 회의실에서 '얼굴 없는 검사들'의 저자 최정규 변호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신안 염전 노예 사건, 고(故)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 등 굵직한 공익 사건에 '법률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던 최정규 변호사가 지난달 '얼굴 없는 검사들'이란 책을 출간했다. 지난해 사법부 부조리를 고발한 '불량 판결문'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최 변호사는 "검찰개혁이란 단어만 들어도 이제는 피로감이 들 지경"이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보인 정치권과 검찰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12일 최 변호사를 만나 공익 관점에서 바라본 검찰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오만한 검찰... 개혁 대상이 피해자 자처"

최 변호사는 검찰개혁을 위한 단추가 처음부터 잘못 꿰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미운 놈 때리기' 수준의 감정적 정치 행위였다고 진단했다. 최 변호사는 "애초에 제도를 설계하면서 수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며 "검찰이 싫었던 정치권이 정교하지 못하게 수사권을 줄여버려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검사들이 어떻게 수사하는지 시민들이 알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정치권과 검찰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봤다는 얘기다.

'얼굴 없는 검사들'의 저자 최정규 변호사는 "시민들이 편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검찰청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얼굴 없는 검사들'의 저자 최정규 변호사는 "시민들이 편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검찰청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최 변호사는 특히 반성 없는 검찰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수완박이 실행되면 더 이상 '인권보호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며 집단 반발하는 검찰의 모습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개혁의 대상이 피해자라고 자처한 꼴"이라며 "정치권의 헛발질과 별개로 검찰이 개혁 대상이란 점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검찰이 검수완박 반대 논리로 내세운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검찰은 피의자를 밤새 고문하다가 사망하게 한 서울지검(서울중앙지검 전신) 고문치사 사건은 언급도 안 했다"며 "과거의 과오에 진심 어린 반성은 하지 않고, 마치 지금껏 인권보호자 역할을 너무 잘해왔는데 검수완박 때문에 못하게 됐다고 주장하는 게 너무 불편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검찰의 이 같은 태도가 기본적으로 "오만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검찰 수사기록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에서 검찰의 오만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기록은 사건 당사자 때문에 생성된 것인데도, 검찰은 검사들의 '일기장'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검찰은 자신들이 만든 기록은 쉽게 공개돼선 안 된다는 특권의식이 있다"며 "법조인인 나조차 기록 하나 받아보기 힘든데, 사건 당사자들은 오죽하겠냐"고 반문했다.

한국일보가 검찰을 상대로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며 제기해 올해 선고된 13건의 소송 결과를 분석한 결과, 12건에서 검찰이 패소했다. 법원까지 검찰의 부조리한 행태를 지적하는데도 검찰은 스스로 변화할 생각이 없다.

"검찰 문턱 너무 높아...수사심의위원회 위상 강화 필요"

12일 서울 서초구 한 회의실에서 '얼굴 없는 검사들'의 저자 최정규 변호사가 한국일보와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12일 서울 서초구 한 회의실에서 '얼굴 없는 검사들'의 저자 최정규 변호사가 한국일보와 대담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그렇다면 진정한 검찰개혁이란 뭘까. 최 변호사는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 시민들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하면서 수사는 다 자신들이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노동 착취, 리베이트, 검찰 내 괴롭힘 같은 범죄에 대해선 신기할 정도로 무신경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대안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의 위상 강화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와 공소 제기 여부 등을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제도지만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변호사는 "공익 사건의 경우 수사심의위를 통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고 싶지만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이 아니면 심의조차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얼굴 없는 검사들' 마무리 구절을 소개하며 "검찰개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에게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는 '얼굴 없는 검사들' 대신, 검찰청 민원실에서 시민을 환대하는 '제 얼굴을 찾은 검사들'을 만나러 가자." 문턱이 낮아진 검찰청과 시민 중심 운영. 그게 최 변호사가 바라는 완성된 검찰개혁이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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