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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방이 중국? 미스터리 고대문명 '삼성퇴'

입력
2022.11.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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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쓰촨 ④ 청두시 촉풍아운과 팬더기지, 광한시 삼성퇴, 랑중의 '낭원선경' 공연

쓰촨성 광한시 싼싱두이(삼성퇴)박물관의 청동기 유물. 3,000~5,000년 전 고대문명 유물로, 중원의 얼굴과는 사뭇 다르다. ⓒ최종명

쓰촨성 광한시 싼싱두이(삼성퇴)박물관의 청동기 유물. 3,000~5,000년 전 고대문명 유물로, 중원의 얼굴과는 사뭇 다르다. ⓒ최종명


오리지널 '변검' 공연, 청두 촉풍아운

20년 전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변검(變臉) 공연을 처음 봤다. 후다닥 얼굴이 바뀌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10여 차례 관람했는데 감탄은 한결같다. 리드미컬한 반주에 맞춰 순식간에 변하는 맛을 그 무엇도 흉내내기 어렵다. 도포 휘날리며 얼굴이 사라지고 어느새 바뀐 얼굴. 처음 알려진 시기는 불분명하다. 청나라 건륭제 시기인 18세기 말에 시작됐다는 짐작만 한다. 발원이 쓰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019년 2월 베이징 라오서 차관에서 관람한 변검 공연. 도포자락 한 번 휘날리면 얼굴이 바뀌어 있다. ⓒ최종명

2019년 2월 베이징 라오서 차관에서 관람한 변검 공연. 도포자락 한 번 휘날리면 얼굴이 바뀌어 있다. ⓒ최종명


청두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공연 중 차를 따르는 시범. ⓒ최종명

청두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공연 중 차를 따르는 시범. ⓒ최종명


청두에 전문 공연장이 많다. 친타이루(琴臺路)에 위치한 촉풍아운(蜀風雅韻)으로 간다. 매일 밤 1시간 30분 동안 공연이 열린다. 홍등과 조명이 어울린 무대가 단정하다. 긴 주전자로 차 따르는 묘기를 선보인다. 허리를 젖혀 거꾸로 선 동작으로 찻잔을 조준하는 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관객의 시선을 하나로 모은다.

청두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나오타이(鬧臺) 공연. ⓒ최종명

청두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나오타이(鬧臺) 공연. ⓒ최종명

1998년에 문을 연 극장이다. 샤오뤄(小羅·징)와 다구(大鼓·북)가 먼저 요란하다. 현악기 후친(胡琴)과 피파(琵琶), 피리인 디즈(笛子), 태평소인 쒀나(嗩吶), 생황인 다셩(大笙)도 등장한다. 분위기를 띄우는 나오타이(鬧臺)를 합주한다. 후친 독주가 연주되더니 서우잉시(手影戲)가 이어진다. 흰색 천에 조명시 이용한 손 연기다. 아주 작은 태평소를 입에 넣고 새소리 흉내를 내며 노래를 부른다. 제목이 ‘수많은 새가 봉황을 따른다’는 백조조봉(百鳥朝鳳)이다. 새가 날아들어 슬피 울더니 화들짝 놀라 날아올라 쨍쨍 우는 듯하다.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저즈시(折子戲) 공연 ⓒ최종명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저즈시(折子戲) 공연 ⓒ최종명

꼭두각시놀음인 무어우시(木偶戲)를 연기하는 남녀가 등장한다. 나무막대 인형도 한 쌍이다. 인형 분장이 살아있는 듯 아름다워 사람이라 해도 믿겠다. 반주에 맞춰 인형을 조종하는데 애교까지 담아낸다. 수건을 날리고 다시 받고 머리에 꽂은 꽃을 뽑고 다시 꽂는다. 나비를 잡으려고 돌아다니는 자태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 퇴장 인사도 참 예쁘장하다.

관객의 폭소가 쏟아졌다 사라지고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통 쓰촨 무대극이 시작된다. 일종의 토막극인 저즈시(折子戲)다. 전편을 다 보여줄 수 없으니 재미있는 부분만 고른 무대극이다. 깃발을 등에 두르고 창을 든 장군들인데 여자 배우다. 양문여장(楊門女將)이다.

카이펑의 양문여장 조각상. ⓒ최종명

카이펑의 양문여장 조각상. ⓒ최종명

북송 시대 서하(西夏)와의 전투에 참가한 양종보가 사망한다. 부인 목계영과 양씨 집안 여인들이 갑옷을 입고 군대를 인솔해 싸운다는 줄거리다. 1959년 초연된 이후 인기 레퍼토리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북송의 수도인 카이펑(開封) 황성 부근에 양씨 저택이 있다. 4명의 여장부 조각상을 본 적이 있어서 배경이 금방 떠올랐다. 공연을 보는 내내 천극과 경극을 비교해 본다. 더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이다.

청두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군덩(滾燈) 공연. ⓒ최종명

청두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군덩(滾燈) 공연. ⓒ최종명

어릿광대가 나오는 군덩(滾燈)은 코믹하다. 머리에 흔들리는(滾) 등불(燈)을 얹은 채 묘기를 부린다. 쓰촨 절기를 공연으로 끌어들였다. 세상 물정 모르고 도박에 빠진 남편이 어릿광대다. 부인은 버르장머리를 고치려 한다. 머리에 등이 있는 사발을 올리고 탁자를 오르내리거나 아래로 통과하라는 벌을 준다. 불이 꺼지면 반복해야 한다. 부인은 몰래 훅 불어 꺼버린다.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기는 연기이고 묘기다.


최고의 인기는 단연 변검이다. 쓰촨에서 보니 품격이 다르다. 등장하는 배우가 많고 무대의상부터 음악까지 오리지널 냄새가 풍긴다. 동작과 기술이 세련되고 현란하다. 그야말로 원조의 맛이다. 쓰촨의 어느 시골의 새해 맞이 축제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때 토화(吐火)가 곁들여졌다. 입에서 뿜는 불꽃이 무대를 달군다.

청두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포스터. ⓒ최종명

청두 촉풍아운 천극 극장의 포스터. ⓒ최종명

얼굴 변화의 무기는 열 가지 이상 된다는 검보(臉譜)다. 부채로 얼굴을 가리면 집중해야 한다. 관중에게 다가가 바로 앞에서 불쑥 바꾸니 환호성이 장난이 아니다. 바뀔 듯 말 듯 약간 뜸을 들인다. 반주와 타이밍을 맞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연기가 생명이다. 연속으로 팍팍 바뀌면 말문조차 막힌다. 마지막에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영상을 찍느라 사진으로 남길 생각조차 못했다.

다슝마오와 샤오슝마오...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 ⓒ최종명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 ⓒ최종명

국보 대접받는 슝마오(熊貓)를 볼 수 있는 번식연구기지로 간다. 팬더도 여러 종류가 있다. 몸집 큰 다슝마오(大熊猫)는 ‘자이언트 팬더’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팬더다. 작고 몸이 붉은 샤오슝마오(小熊猫)인 ‘레드 팬더’도 있다. 아기 팬더도 볼 수 있다. 일어나려고 몸을 들어보지만 이내 쿵 앞으로 쓰러진다. 당연하겠지만 신생아 팬더는 털이 하나도 없다.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의 샤오슝마오. ⓒ최종명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의 샤오슝마오. ⓒ최종명

팬더는 양육과 번식이 까다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해발 2,000m 이상 고원에 서식하며 조릿대만 먹는다. 오죽하면 팬더를 주슝(竹熊)이라 부르겠는가? 온통 대나무 숲이라 먹이가 천지에 널려 있다. 다람쥐보다 덩치는 조금 크고 하는 짓이 빠르고 귀여운 ‘레드 팬더’와 만난다. 붉은 듯 갈색인 털이라 팬더가 아닌 줄 알았다. 코와 입, 눈썹과 귀만 하얀 얼굴이 정말 깜찍하다.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의 다슝마오. ⓒ최종명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의 다슝마오. ⓒ최종명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의 다슝마오. ⓒ최종명

청두 팬더 번식연구기지의 다슝마오. ⓒ최종명

최고의 인기는 ‘자이언트 팬더’다. 사육사들이 운동을 시키려고 애쓴다. 너무 게을러 별의별 수단을 써도 소용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육사가 살이 빠질 듯하다. 오로지 잠만 자고 몇 걸음 움직이는 게 전부다. 하루 14시간 먹기만 한다. 식욕은 왕성해 손에 잡히는 조릿대를 하염없이 먹으며 굴러다닌다. 하루에 12㎏에서 많게는 38㎏이나 먹는다. 어찌나 귀한 몸인지, 한 자리에 누워 꼼짝달싹 않는다. 무려 300~800만년 전부터 지구상에 등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용케 잘 버티고 살았다.

미스터리 고대문명, 광한시 싼싱두이(삼성퇴)

쓰촨성 광한시의 싼싱두이박물관. ⓒ최종명

쓰촨성 광한시의 싼싱두이박물관. ⓒ최종명

청두에서 동북쪽 1시간 거리에 광한(廣漢) 시가 있다. 한나라 건국과 함께 설치한 군(郡) 소재지이니 기원전부터 중심지였다. 하천을 따라 서쪽으로 30분을 이동하면 불가사의한 유적지인 난싱진(南興鎮)이 있다. 최근에 지명을 변경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유적지 이름을 땄다. 싼싱두이진(三星堆鎮·삼성퇴진)이다. 약 3,000년에서 5,000년 전에 존재했던 문명이 있었다. 중원의 상나라가 약 3,800년 전에 건국했으니 엄청난 문명이 서남부에 존재했다. 싼싱두이 박물관 앞에 도착하니 별안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광한시 싼싱두이박물관 내부. ⓒ최종명

광한시 싼싱두이박물관 내부. ⓒ최종명

1929년 한 농부가 우연히 발견했다. 1934년에 발굴을 시작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한참 후인 1986년에 제사갱(祭祀坑) 2곳이 발견됐다. 황하와 장강 문명과 전혀 달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천 부근에 3곳의 흙무더기가 있어 싼싱두이(三星堆)라 이름지었다.

청동으로 만든 새와 가면, 검, 사람의 머리 등이 출토됐다. 옥기 및 석기, 도자기, 상아, 조개, 금으로 만든 유물까지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문명 그 자체였다. 싼싱두이 문명의 탄생이었다. 2020년 이후 제사갱 6곳이 추가로 발굴돼 또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광한 싼싱두이박물관에 전시된 청동신수(왼쪽부터), 동입인상, 동조과인상. ⓒ최종명

광한 싼싱두이박물관에 전시된 청동신수(왼쪽부터), 동입인상, 동조과인상. ⓒ최종명

국가1급문물인 청동신수(青銅神樹)는 유리로 보호하고 있다. 3.96m에 이르며 밑받침 위에 자란 나무가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었다. 가지마다 신비한 새가 자리를 잡고 있다. 용이라고 설명하는데 눈을 씻고 봐도 그냥 새처럼 보인다.

2.6m 크기의 동입인상(銅立人像)이 있다. 늘씬한 몸매에 큰 눈, 높은 코, 네모난 귀가 독특하다. 머리에 쓴 이중의 관모도 특이하다. 81㎝ 크기로 새 발톱 모양의 동조과인상(銅鳥爪人像)도 있다. 새와 반신이라 하는데 볼수록 낯설다. 유물이 1만3,000점에 이른다. 싼싱두이의 많은 유물은 해외 전시 금지로 묶여 있다. 최근에 출토된 유물을 합치면 상상을 초월할 듯하다.

베이징의 금면왕조 공연장. ⓒ최종명

베이징의 금면왕조 공연장. ⓒ최종명

금빛 가면을 쓴 금면조동인두상(金面罩銅人頭像) 몇 점이 발굴됐다. 동상에서 떨어진 금면조도 있다. 이 가면을 모티브로 만든 공연이 금면왕조(金面王朝)다. 베이징 환러구(歡樂谷)에서 매일 열리는데 인기 만점이다. ‘세계 9대 기적인 인류 고대 문명’이며 중원 문명이라는 메시지다. 상나라 시대 변방의 문명이란 뜻으로 유물에 상(商)을 붙인다. 공식 이름이 상청동신수(商青銅神樹)다. 중원과의 교류는 물론 동남아 해안과 긴밀하게 교류한 문명이라는 증거가 훨씬 많다. 촉나라 땅에 있다고 고촉문화(古蜀文化)라 하는 설명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광한 싼싱두이박물관 입장권에 새겨진 청동기 유물. ⓒ최종명

광한 싼싱두이박물관 입장권에 새겨진 청동기 유물. ⓒ최종명

여전히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어디에서 와서 왜 사라졌는지 의문이다. 1,500년 이상 실재했고 문명의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 5,000여 개의 바닷조개나 60여 개의 상아, 문자인지 논란이 있는 수많은 부호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툭 튀어나오고 부리부리한 눈, 오뚝한 코와 넓게 퍼진 귀는 아무리 봐도 중원의 얼굴이 아니다. 한 평론가가 ‘온 사방이 곧 중국(有四方, 才有中國)’이라는 증명이라 설파한다. ‘온 지구가 곧 중국’이라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세상에 없는 공연, 장비의 땅 랑중

쓰촨성 랑중의 '무괴' 객잔. ⓒ최종명

쓰촨성 랑중의 '무괴' 객잔. ⓒ최종명

광한에서 동북으로 약 250㎞ 떨어진 랑중(閬中)으로 간다. 장비가 7년 동안 지켰고 숨을 거둔 곳이다. 핑야오, 리장, 후이저우와 더불어 4대 고성이 있다. 고성을 거닐다가 뜻밖에 흥미로운 장소와 만났다. 파란 바탕에 금빛으로 적은 무괴(武魁)가 보인다. 삼진사합대원(三進四合大院)이니 규모가 큰 저택이다. '방 있음(有房)' 간판을 내놓았으니 하루 묵기 안성맞춤이다. 청나라 광서제 시대 무과에 급제한 조상을 둔 허씨 집안이다. 최고 명문가에서 숙박을 하다니 행운이다.

쓰촨성 랑중의 '무괴' 객잔 내부. ⓒ최종명

쓰촨성 랑중의 '무괴' 객잔 내부. ⓒ최종명

4세대가 모여 살던 사세동당(四世同堂)이었다. 가족이 둘러앉은 정감 어린 장면이 연상된다. 조상의 초상화와 신위가 마련돼 있고 골동품 가게에 있어도 손색없는 가구도 많다. 문과 마당, 거실을 두 번 지나 안쪽에 마련된 방으로 간다. 짐 풀고 푹신한 침대에 앉았다. 화장실도 깔끔하다. 창문을 여니 마당에 핀 꽃이 환영 인사를 한다. 아늑한 분위기에 잠시 젖었다. 대문을 들어설 때 본 포스터가 생각났다. 낭원선경(閬苑仙境) 공연이다.

랑중의 '낭원선경' 공연 입장권. ⓒ최종명

랑중의 '낭원선경' 공연 입장권. ⓒ최종명


랑중 화광루에서 본 자링강과 난진관고진. ⓒ최종명

랑중 화광루에서 본 자링강과 난진관고진. ⓒ최종명

낭원은 랑중의 별칭으로 신선이 사는 동네라는 뜻이다. 여신 서왕모가 사는 신비의 땅을 상징한다. 시인 두보도 일찍이 낭수가(閬水歌)를 지어 ‘죽도록 아름답고 천하 어디에도 없는 풍광’이라는 감상을 남긴 랑중이 아니던가? 입장권만 봐도 신선의 나라에 온 듯 기분이 상큼하다. 고성 남쪽 화광루에 오르니 자링강(嘉陵江)이 한눈에 보인다. 강 건너 난진관고진(南津關古鎮)이 공연장이다. 부두에서 배를 타니 10분 만에 다다른다.

랑중 난진관고진 정문 안쪽. ⓒ최종명

랑중 난진관고진 정문 안쪽. ⓒ최종명

언덕을 거슬러 올라가니 정문이 나온다. 장비로 분장한 사람이 창을 들고 문을 지키고 있다. 어둠이 내리자 공연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동친다. 조명이 켜지고 홍등도 덩달아 불빛을 뿜는다. 관중은 유동(流動)하고, 무대는 이동(移動)하며, 장면은 몽환(夢幻)이라 홍보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관중이 옮겨 다니며 관람하는 공연이라 자랑한다.

'낭원선경' 공연에 등장하는 장비.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에 등장하는 장비. ⓒ최종명

북소리에 이어 장비가 천둥 같은 고함을 지른다. 고성에 관한 전설을 시작하겠다는 진군 나팔이다. 기다리던 100여 명의 관객은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날린다. 좌석 없는 공연이다. 입구에서 포구까지 무대를 따라 차례로 내려가며 관람한다. 한 무대가 끝나면 아래쪽이나 반대쪽으로 이동해야 하니 우르르 몰려다니게 된다.

'낭원선경' 공연의 공자.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의 공자.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에 등장하는 매운 국수.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에 등장하는 매운 국수. ⓒ최종명

무희들이 춤을 추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뽕잎 따는 장면을 표현한 상잠무(桑蠶舞)다. 무형문화재가 나오고 빨래 장면도 등장한다. 과거시험장이 있던 고성이라 공자가 출연하고 책 읽는 학생도 등장한다.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공자는 경전을 읊는다. 매운맛의 국수를 표현하려고 붉은 무대에 빨간 옷과 부채를 들고 한바탕 신나게 놀기도 한다.

'낭원선경' 공연에 등장하는 피리 든 여인.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에 등장하는 피리 든 여인.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에 등장하는 고쟁 연주.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에 등장하는 고쟁 연주. ⓒ최종명

반대쪽으로 무대를 옮기니 낭원선경이 펼쳐진다. 2층의 홍등 아래 아리따운 배우가 피리를 들고 나타난다. 우산을 든 무희가 살랑거리며 춤을 춘다. 아래쪽에 현악기인 고쟁(古箏)을 연주하는 중후한 배우도 보인다. 전통 악기를 들고 있거나 연주하는 배우가 건물 두 채 곳곳에 숨었다. 우수에 젖은 여인의 향기가 느껴지는 장면을 보려면 부엉이 눈으로 찾아야 한다. 신선이 살던 무대 연출이라 제대로 몽환을 만끽한다.

'낭원선경'에 등장하는 변검 공연. ⓒ최종명

'낭원선경'에 등장하는 변검 공연. ⓒ최종명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예상과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 변검이 화려하게 막을 연다. 다섯 명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자 관객 반응이 최고조다. 순서대로 화들짝 얼굴을 바꾸기도 하고 한 배우가 시연을 마치면 다음 배우가 연기를 이어간다. 천샤오타오(陳小濤)가 부른 변검 주제곡에 맞추니 흥취가 백배 상승이다. 3분 동안 쉼 없이 흥겹고도 활기차다. 눈 깜박할 새 가면을 벗고 인사를 한다.

'낭원선경'의 노래 공연. ⓒ최종명

'낭원선경'의 노래 공연.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 마지막 장면에 장비가 등장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최종명

'낭원선경' 공연 마지막 장면에 장비가 등장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최종명

강변으로 내려간다. 술을 싣고 온 배가 부두로 들어서고 홍등이 사라지니 달빛이 물결에 비친다. 가수가 나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공연에 등장한 배우들이 모두 나와 춤을 곁들인다. 유람선이 가끔 뱃고동을 울리며 배경이 됐다가 사라진다. 공연과 어울린 고성의 야경이 불타오른다.

언덕을 내려오며 한바탕 선경(仙境)에 다녀온 느낌이다. 시선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공연이다. 그 어디에도 이런 공연은 없다. 장비가 주인공인 땅이다. 공연 시작을 알렸던 장비가 마지막 인사를 장식한다.

최종명 중국문화여행 작가 pine@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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