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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성공의 유산, 2002 월드컵을 되살리며

입력
2022.11.20 12:00
수정
2022.11.21 16:5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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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대한민국이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K컬처가 현지문화와 융합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현장을 지키는 해외문화홍보원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개막식에 참가한 한일월드컵둥이들. 한국문화원 제공

개막식에 참가한 한일월드컵둥이들. 한국문화원 제공

나라와 나라를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가깝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본의 민예운동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는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정치나 과학, 지식이 아니라 예술, 종교, 그리고 정(情)이다." 문화를 통한 소통의 본질과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굳이 하나 더 보태자면 바로 스포츠가 아닐까.

"슛 골인! 대한민국! 짝짝짝 짜아악짝!"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진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이들로 서울시청앞 광장은 붉게 물든다. 같은 시간 일본 도쿄의 중심가인 신오쿠보. 이곳에서도 수많은 유학생, 한인들이 모여 한국을 응원하며 환호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함께 개최했을 때의 생생한 장면들이다.

지금은 일본에서 K팝이다 한국드라마다 해서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노년층부터 10대까지 폭넓고 다양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한국은 일본인들에게 가까운 존재가 아니었다. 월드컵을 같이 준비하게 되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났다. 한류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겨울연가의 일본 방영은 이 뒤의 일이다. 겨울연가가 그리 인기를 끌 줄은 누구도 몰랐을 테니, 월드컵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생기면서 NHK가 한국드라마 방송을 시작한 셈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상대국에 관심이 생긴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이어 한국에선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가 이루어졌다. 1965년의 국교정상화가 있었지만, 그동안 불균형적이었던 양국 교류가 비로소 온전하게 이루어지게 된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그럼에도 일본문화 개방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은 여전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1997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작 '하나비'가 일본 영화 최초로 국내 개봉됐을 때 일이다. 필자도 당시 죄짓듯이 조심스레 가서 본 기억이 난다. 일본문화를 편히, 그리고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이 늘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다. 한일월드컵과 2003년 겨울연가의 인기가 일본에서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고 나서다. 한일월드컵의 성공, 한류의 폭발적 인기가 일본문화를 대하는 우리 마음에 조금 여유를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코로나가 잦아들지 않았지만, 도쿄 주재 한국문화원장인 필자는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이하며 그때의 환희와 감동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이라는 주제로 한일월드컵 20주년 특별사진전을 열었다. 한일 양국 대표팀의 활약과 응원단의 생생한 열기를 담은 사진 40여 점을 선보였다. 당시 월드컵 기간에 대략 맞추어 5월 26일부터 7월 5일까지 약 한 달 반에 걸쳐 전시했다. 한일 양국 축구협회에서도 귀한 사진들을 제공하며 든든하게 도와주었다. 일본 왕실인사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던 고 다카마도노미야(1954~2002) 친왕 부부의 모습, 둘 다 얼굴보호대를 하고 분투하는 김태영 선수와 미야모토 쓰네야스 선수의 활약상들이 그때의 기억을 또렷하게 했다.

2002년 일본 대표팀 주장이자, 앞서 그 얼굴보호대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야모토 쓰네야스 일본축구협회 이사가 5월 26일 개막식에 직접 참석했다. 그는 당시 코 골절상을 입어 착용했던 검은색 얼굴보호대를 꺼내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필드에서 본 경치와 서포터들의 웃는 얼굴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본 축구진흥을 위해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일본 축구로서도 그때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절정기였다"고 회고했다. 2002년 태어나 올해 20세가 된 '한일월드컵둥이'들도 함께 전시장에 초청했다. 한국문화원이 준비해 준 한일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전시장에서 서로 어울리며 깔깔대는 이들에게 한일월드컵은 앞으로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했다.

문화예술, 관광, 스포츠 등은 나누면 나눌수록 가치와 기쁨이 늘어난다. 20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한일이 서로를 응원해주며 감동을 나누길 기대한다. 그리고 양국의 문화교류, 인적교류가 보다 활발해지고 2002년 월드컵을 뛰어넘는 성공의 유산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염원해 본다.



공형식 주일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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