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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전익수 강등, 군 부실수사 엄중 문책 계기로

입력
2022.11.2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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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에서 고 이예람 중사의 부모가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징계요구서 제출에 앞서 취재진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에서 고 이예람 중사의 부모가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징계요구서 제출에 앞서 취재진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강등됐다. 민주화 이후 군에서 장군이 강등된 첫 사례로 군의 성범죄 부실수사에 경종을 울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징계와 기소가 이뤄지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돌이켜 보면 국방부의 중징계는 오히려 뒤늦고 미흡한 면이 있다. 부실한 초동 수사로 성범죄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을 놓고 수사 지휘부에 이 정도 징계를 내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어야 하며, 앞으로 더 엄중히 문책하는 관행을 세워야 한다.

애초에 이 중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군검사가 성추행에 대해 부실수사를 이어가는 동안 가해자와 상관들이 이 중사를 압박하고 2차 가해를 저지른 점이었다. 공군 수사 최고 책임자로서 전 실장의 책임이 가벼울 수 없다. 하지만 전 실장은 지난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에서 부실한 초동 수사에 책임이 없다며 불기소 처분됐다가, 안미영 특검이 재수사한 끝에 지난 9월 기소됐다. 기소도 늦었는데 국방부 징계는 그 후 유족이 전 실장 징계요구서를 국방부 종합민원실에 접수한 후에야 내려졌다. 국방부가 징계를 추진한다고 밝힌 후에도 전 실장은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아 유족들이 또 항의하기도 했다. 이렇듯 유족의 항의와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나온 징계다. 국방부가 엄벌에 나섰다기엔 무색할 뿐이다.

성범죄가 발생하면 군은 흔히 가해자를 감싸고 사건을 덮는 식으로 대응했고, 그것이 성범죄가 무한 반복돼 온 이유다. 이러한 사실을 군 스스로 자각하고 반성해야 한다. 여군을 동료 군인으로 여기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보는 가해자도 문제지만, 성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무겁게 처벌해야 할 군검찰과 지휘관의 직무 유기는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전 실장 강등을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도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을 관행으로 만들기 바란다. 국방부에 최소한의 자정기능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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