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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숍 오픈 런...'찐'부자들은 줄을 서지 않는다 [부자 될 결심]

입력
2022.12.06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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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샤테크로 불리는 명품테크의 함정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맞닿은 지점에서 형성
필수품 아닌 명품 수요·가격은 왜 계속 오르나
부자들의 과시욕 ‘베블런 효과'로만 설명 안 돼
상류층 선망하는 이들의 소비행태 더해진 듯
미래 명품 가격 부담 없도록, 현재 자산관리해야

편집자주

※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꿈만으론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풍요로운 노후의 삶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이 부자 되는 노하우를 3주에 1번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결심만 하시면 됩니다. 부자 될 결심!


샤넬이 지난달 초 두 달 만에 코코핸들 등 인기 제품의 가격을 최대 17% 올렸다. 샤넬 홈페이지 캡처

샤넬이 지난달 초 두 달 만에 코코핸들 등 인기 제품의 가격을 최대 17% 올렸다. 샤넬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초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가격인상 뉴스를 접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 가격인상이라고 합니다. 해당 명품 회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고 인상주기도 점차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물가상승은 경제성장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유독 명품 브랜드들에서 지속적인 가격인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가격이란 원래 수요와 공급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고 배웠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그만큼 가격은 올라가게 됩니다. 명품 브랜드처럼 가격을 올려도 계속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그런데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도 아닌 고가 명품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리하게 보일 만큼 명품가격이 올라가도 발생하는 과수요의 원인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명품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에도 루이비통, 불가리, 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민들이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명품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에도 루이비통, 불가리, 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민들이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베블런과 파노플리 효과

명품소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가격이 오르는 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를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런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주장한 이론으로 가격상승에 관계없이 부자계층의 허영심이나 과시욕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와 달리 신분제도가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경제력을 신분으로 여기고 명품을 통해 과시하는 모습입니다. 한편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부자들의 소비의사 결정은 아무래도 가격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명품 브랜드나 백화점들의 VIP마케팅은 이러한 부자들의 과시욕을 기반으로 한 베블런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자산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촉발된 유동성 확대정책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자산가치가 많이 증가하였습니다. 그만큼 부자들이 늘어났을 겁니다. 그런데 부자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갑자기 많아져 명품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일까요? 베블런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급격한 가격인상을 100% 설명해주지 못하는 느낌이 듭니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명품소비를 통해 타인에게 부자로 보이고 싶은, 상류층을 선망하는 사람들의 소비행태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이를 ‘파노플리 효과’라고 하는데요. 특정 제품을 사면 그 제품을 소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집단이나 계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정한 소비패턴을 통해 자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백화점 오픈 전부터 명품가게에 길게 늘어선 젊은 세대들을 보면 베블런 효과보다 파노플리 효과가 더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명품소비를 한다는 점에서 베블런 효과와 파노플리 효과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미묘하고도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베블런 효과는 경제력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적용됩니다. 그들은 자산이나 소득이 이미 확보된 후 소비하는 상황이지요. 이에 비해 파노플리 효과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용어입니다. 소비를 통해 부자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 경제력이 확보된 부자가 아니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명품가격을 올리는 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유명 호텔의 10만 원에 달하는 망고빙수는 SNS 인증샷을 올리기 위해 몇 달이나 예약이 밀려 있고, 중심가가 아닌 구석에 있는 식당이라도 SNS 마케팅만 잘하면 맛집으로 소문나 줄을 서서 먹는 시대입니다. 지식습득과 정보수집의 기회를 제공함과 더불어 빠른 확산과 강한 영향력으로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SNS입니다. 그런데 소비행태 관점에서 보면 SNS가 가져다주는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일부 SNS의 경우 소비경험을 공유하는 정보제공의 기능을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를 빌미로 자신의 과시욕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입니다. 트렌드가 아닌 극히 일부의 상황임에도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마치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고 있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합리적인 소비의 기본원칙은 현재 보유한 경제적 역량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SNS에 명품 등 과시성 소비를 하는 사람들의 경제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진짜 경제 역량이 충분한 사람일 수도 있고, 경제 역량이 부족하지만 소비로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기업들이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베블런과 파노플리 효과. 그래픽=김문중 기자

베블런과 파노플리 효과. 그래픽=김문중 기자


샤테크의 함정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고 하면서 ‘샤테크’나 ‘롤테크’ 등 ‘명품 리셀(Resellㆍ되팔기)’을 통한 재테크라는 명분으로 명품소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기적인 가격인상은 예비구매자를 초조하게 만들고 현재 가격이 할인받는 느낌이 들게 함으로써 소비시점을 앞당기는 고도의 상술 같습니다. 정말 명품으로 재테크가 될 수 있을까요?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과거 10주년 결혼선물로 아내에게 큰마음을 먹고 명품가방을 사주려고 했습니다. 당시에도 많이들 찾으시는 C사의 인기모델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갔습니다. 해당 제품가격이 460만 원 정도 할 때였는데 그때에도 큰 폭의 가격상승이 예정되어 있다며 저 역시 보이지 않는 구매압박을 느꼈습니다. 오히려 아내는 많이 갖고 싶어 했지만 가격 부담에 망설였고, 서너 번을 방문하다 지금 살 필요 없다며 결국 구매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10년이 좀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최근 해당 제품가격이 1,300만 원을 넘어섰다고 하니 3배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가끔 명품가방의 가격인상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아내를 놀리고는 합니다. ‘그때 샀으면 훨씬 쌀 때 살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더 비싸고 줄 서서 사기도 힘든데…’ 하고 말입니다. 아내는 정말 후회하고 있을까요? 그때 소비하지 않은 460만 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시에 가방을 사지 않았으니 그 돈은 우리의 여유자산에 포함되어 있다. 아끼고 열심히 관리한 덕분에 현재 여유자산이 그때보다 3배는 훨씬 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아내 말이 맞습니다. 명품가방을 사지 않은 자산은 샤테크를 한 것보다 훨씬 이득이 되어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명품가방의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현재는 오른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명품도 살아가면서 필요하고 유용한 재화입니다. 다만 부자들은 좀 비싼 가방을 사도, 비싼 차를 타고 다녀도 경제적 역량에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경제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시하려는 소비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명품을 사지 않아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드시나요? 지금 사지 않는다고 해도 절대 손해가 아니란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알뜰한 소비를 기반으로 자산관리에 충실하다 보면 나중에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대의 50만 원 vs 50대의 100만 원

20대의 50만 원과 50대의 100만 원 중 어떤 것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요? 물론 금액적으로는 100만 원이 더 많습니다. 경제적 역량에 차이가 있다면 금액의 많고 적음에 체감수준도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20대의 돈에는 최소한 30년의 시간이 주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20대가 지금 써 버릴 수도 있는 50만 원이 50대가 된 30년 뒤에는 100만 원 그 이상의 금액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대의 50만 원이 50대의 100만 원보다 몇 배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생활 초기의 소비관리는 정말 중요합니다.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이 나는 시기입니다. 자산관리 관점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저축과 투자에 집중해야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젊음의 빛을 경제력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의 ‘호갱(호구 고객)’이 되는 껍데기 부자가 되지 말고, 시간이 흐른 뒤 진정으로 인정받는 부자가 되길 바랍니다.


김진웅 소장

김진웅 소장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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