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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서 ‘특급 예우’ 받은 윤 대통령, 美 '국빈 방문'도 가능할까

입력
2023.01.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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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도착해 관계자들과 환영인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뉴스1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공군 1호기)가 지난 14일 아랍에미리트(UAE)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UAE 전투기 4대가 보디가드를 자처하며 호위에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이 UAE에 도착한 이후에는 수도 아부다비 대통령궁 지붕에 태극 문양의 조명이 빛났고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오찬에선 귀빈에게만 대접한다는 낙타고기가 등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적잖게 해외순방에 나섰지만 이처럼 호화로운 대우는 처음일 겁니다.

자원 부국답게 매사 최고급 의전으로 해외 정상을 맞이하는 게 이 부자나라의 전통일까요. 그간 우리나라 대통령이 총 14차례 UAE를 방문했지만 이 같은 환대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이번 방문이 1980년 한-UAE 수교 이후 최초의 국빈 방문(state visit)이기 때문입니다.

국빈 방문이 뭐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대통령궁이 15일(현지시간) 적색과 청색의 태극 문양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빈 방문의 사전적 의미는 ‘대통령이 상대국 정상의 초청으로 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모든 해외 방문이 국빈 방문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요. 실제 국가 정상의 정식 초대장을 받고 해외를 방문하는 경우는 손에 꼽힙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국가원수의 해외방문은 △국빈 방문 △공식 방문(official visit) △실무 방문(working visit) △사적 방문(private visit) 등으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공식 방문이고요. 가장 격식 높은 의전이 뒤따르는 국빈 방문은 두 국가의 우호적 관계를 표현하는 가장 높은 단계입니다.

때문에 초청받은 대통령이 초청국의 땅을 밟는 순간부터 최고급 의전이 제공되는데요. 차관급 인사가 나오는 공식 방문과 달리 장관급 이상의 인사가 공항에 영접을 나가고 정상이 주최하는 공식 환영식과 의장대 사열,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예포 21발을 발사합니다. 최대 하이라이트인 국빈 만찬(오찬)에는 초청국의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합니다.

2018년 7월 인도 뉴델리 시내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빈이 방문하면 경찰 에스코트 차량 21대와 경찰 사이드카(교통 오토바이)가 따라붙는데 여기에도 상대국가의 국기 등 환영 깃발이 걸린다”며 “국빈 만찬 등 주요 행사에 3부 요인이 참석하고, 국회연설이나 국회의장단 면담 등 국회 일정과 현충원 일정도 넣는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7월 인도 수도 뉴델리 길거리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가 빼곡했던 것도, 2013년 6월 중국 정부가 숙소인 조어대로 향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30분간 도로를 통제했던 것도 모두 국빈 방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공식 방문이나 실무 방문이었다면 보기 힘든 장면이었겠지요.

2013년 6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으로 2017년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하지 않았던 국회 연설을 한 것은 특별히 그를 띄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초청 형식이 국빈방문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1992년 ‘아버지 부시’ 이후 25년 만이었습니다.

예산 제약으로 남발은 ‘금물’

2017년 11월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빈 대접을 받은 대통령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초대국에 좋은 감정이 생길 거고요. 양국관계도 우호적으로 발전할 겁니다. 외교 무대에서 좋은 카드가 되는 거지요. 제가 대통령이라면 사이가 틀어진 국가의 원수를 모두 국빈으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국빈을 한 번 대접하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 때문인데요. 이에 김영삼 정부에서는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과 공식 방문을 연간 6회로 제한했습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 때는 1년에 최대 8회, 이명박 정부에서는 연평균 6회 국빈을 초청했는데요. 최근에는 가급적 간소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일종의 룰도 있습니다. 통상 상대국 정상의 임기 동안 단 한 차례만 국빈으로 초대할 수 있는 겁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좋아도, 그의 임기 4년 동안 국빈으로 초청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란 이야기입니다. 다만 장기집권이나 연임을 한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나라는 통상 1년에 2~3차례 국빈을 초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국빈으로 방문한 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유일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우리의 의사 못지않게 상대국 정상의 일정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정부는 국빈으로 초청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그의 일정 등을 감안해 접었다고 하는데요. 국빈으로서 일정을 소화하려면 최소 2박 3일 머물러야 하는데,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들른 것이기에 그를 한국 땅에 오래 붙잡아 둘 수 없었던 겁니다. 대신 운용의 묘를 발휘해 국빈급 의전을 했습니다. 공식 방문이었지만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공항에 가서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2017년 국빈 방문, 윤 대통령은?

2011년 10월 미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장에 도착,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정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왕태석 기자

UAE에서 최초로 국빈 일정을 소화한 윤 대통령의 다음 국빈 방문국은 어디가 될까요. 외교가에서는 미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인데요. 과거 우리 정상 가운데 미국을 국빈 방문한 경우는 이승만(1954년 7월) 박정희(1965년 5월) 노태우(1991년 7월) 김영삼(1995년 7월) 김대중(1998년 6월) 이명박(2011년 10월) 등 6차례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취임 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자외교에 나서는 윤 대통령의 미국행은 올 상반기가 유력합니다. 의전에도 상호주의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트럼프가 국빈 방문했으니 기대해 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성사된다면 한미동맹 70주년을 빛낼 의미 있는 이벤트가 될 겁니다.

문제는 미국이 국빈 초청에 인색한 대표적 국가라는 점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은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한 번씩, 1년에 총 두 차례만 국빈 방문을 받는다”며 “우리에게 줄 쿼터(quota)가 남아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올해 국빈으로 초청할 국가를 이미 내정했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몫이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의전을 간소화한 실용적 방문에 주력하면서 국빈 방문보다는 공식 방문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 해외 정상이다. AFP=연합뉴스

실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2년간 국빈으로 초청받은 인사는 지난해 12월 방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도 국빈 방문했던 마크롱을 특별 예우한 건 미국이 프랑스에 빚을 많이 졌기 때문인데요. 미국이 2021년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동맹) 차원에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호주가 프랑스와의 잠수함 건조 계약을 파기한 것이 양국관계에 치명타가 됐습니다. 이어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프랑스가 타격을 입자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국빈 방문으로 양국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나갈 필요가 컸던 겁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성사되려면 바이든 대통령이 각별하게 공을 들일 정도로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에 올라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과연 올해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가능할까요.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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