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동네 고양이 다 때리고 다녔던 대장냥이의 집생활 적응기

알림

동네 고양이 다 때리고 다녔던 대장냥이의 집생활 적응기

입력
2023.01.31 09:00
0 0

옆집 집사 이야기 동그람이 '심쿵내새끼'

혹시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봤다면, 귀여운 토끼 캐릭터 '스노우 볼'을 기억하실 거예요. 일명 '미친 토끼'로 불리며 버려진 동물들의 대장으로 군림했죠. 귀여운 얼굴과 달리 까칠하고, 인간을 싫어하던 스노우 볼은 시즌 1 막바지 새로운 가족을 만납니다. 버려진 동물들과 합심해 인간에게 복수하는 게 최고 목표였던 스노우 볼도 진실한 사랑을 받고선 귀염둥이 반려 토끼로 변하죠.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 스노우 볼! 사진 일루미네이션 앤터테인먼트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 스노우 볼! 사진 일루미네이션 앤터테인먼트


그런데 영화 속 스노우 볼과 비슷한 삶을 산 고양이 친구가 있습니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찐빵이'입니다. 험난한 길생활을 이어가며 대장냥이까지 됐으나 현재는 집냥이로 떵떵거리며 살아요. 솜방망이를 휘두르던 과거는 접어두고 지금은 보일러 들어오는 방바닥에 배를 지지며 집고양이의 삶을 즐긴답니다.


역시 따뜻한 방바닥이 최고지!!

역시 따뜻한 방바닥이 최고지!!


위풍당당한 찐빵이의 캣타워 위 모습!

위풍당당한 찐빵이의 캣타워 위 모습!


세상만사 다 겪은 대장냥이

찐빵이는 보호자 보현씨와 대구에서 살고 있어요. 찐빵이가 보현씨를 만나 건 지난 2019년 9월입니다. 그 당시 보현씨는 회사 창고에 밥 먹으러 오던 찐빵이와 처음 만났다고 해요. 보현씨는 같은 해 2월 14년을 함께한 반려묘 '이쁜이'와 이별했어요. 슬픔을 완전히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가 바로 찐빵이었죠.

찐빵이는 원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었다고 해요. 하지만 보현씨에겐 한 달만에 마음을 열며 궁디팡팡을 허용했고, 츄르도 가까이에서 주도록 허락했어요. 보현씨는 이런 찐빵이를 보며 오랫동안 고민하다 입양해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했죠.


과거 길에서 살던 찐빵이. 찐빵이는 어렸을 때부터 길에서 살았는데, 성장이 끝난 후 골목에서 대장냥이로 활동했답니다.

과거 길에서 살던 찐빵이. 찐빵이는 어렸을 때부터 길에서 살았는데, 성장이 끝난 후 골목에서 대장냥이로 활동했답니다.


과거 길에서 살던 찐빵이. 찐빵이는 어렸을 때부터 길에서 살았는데, 성장이 끝난 후 골목에서 대장냥이로 활동했답니다.

과거 길에서 살던 찐빵이. 찐빵이는 어렸을 때부터 길에서 살았는데, 성장이 끝난 후 골목에서 대장냥이로 활동했답니다.


하지만 그때 찐빵이가 회사 창고로 오는 게 뜸해지기 시작했어요. 동네 고양이들과 영역 싸움이 잦았고, 그때마다 찐빵이는 자신의 영역을 넓혔죠. 어쩌다 동네 대장냥이까지 된 찐빵이는 영역이 넓어지며 보현씨의 회사 창고로 밥을 먹으러 오는 일이 점점 줄었다고 해요. 어떤 때는 3개월 정도 아예 창고로 오지 않았던 때도 있었고, 가끔 만나도 보현씨는 찐빵이를 데려올 기회를 놓쳐버렸죠. 찐빵이는 영역 싸움을 하며 온몸에 상처가 많이 생겼고, 눈에는 눈곱이 가득해 굉장히 고단해 보였습니다. 회사 창고에 나타나도 금세 사라지며 보현씨는 찐빵이를 집으로 데려올 수 없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2년 9월. 찐빵이는 길 생활이 고단했는지 어느 날 갑자기 보현씨 회사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소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도 오래 있지 않고 나갔지만, 그날은 달랐어요. 찐빵이는 사무실에서 3일 내내 잠만 잤다고 합니다. 깡마른 몸이었던 찐빵이는 누가 봐도 굉장히 피곤하고 아파 보였다고 해요.


어느 날 갑자기 회사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찐빵이!

어느 날 갑자기 회사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찐빵이!


 3일 내내 잠만 자는 모습을 보며 결국 보쌈해 집으로 데려갔답니다!

 3일 내내 잠만 자는 모습을 보며 결국 보쌈해 집으로 데려갔답니다!


그때 보현씨는 결심했어요. 찐빵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말이죠. 보현씨는 그때 찐빵이를 데려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대요.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찐빵이를 그렇게 보쌈해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찐빵이 입장에선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옮겨간 건데요. 우리 찐빵이 실내 생활에 잘 적응했을까요?


찐빵이는 인제 집고양이!!!!!

찐빵이는 인제 집고양이!!!!!


대장냥이에게 목욕쯤은 누워서 츄르먹기

찐빵이는 생각보다 실내 생활에 잘 적응했습니다. 무던하고 근엄한 성격 덕분인지 사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았고, 항상 평온함을 유지했죠. 길 위에서 고양이와 영역을 다투며 살았던 대장냥이에겐 발톱 깎는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찐빵인 발톱을 깎을 때 큰 반항이 없다고 해요. 심지어 모든 고양이가 싫어한다는 목욕을 할 때도 우리 찐빵이는 무던히 잘 넘어갔어요. 야옹 사이렌 몇 번 울린 점 외에 찐빵이는 목욕할 때 얌전히 집사의 손길을 받아들였죠. 아마 찐빵이는 길에서 살며 비나 눈에 많이 노출됐고, 털이 물에 젖는 것에 어느 정도 적응했지 않았나 보현씨는 예상해요.



이외에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집사 보현씨가 집에 돌아올 때도 찐빵이는 고개만 쭉 빼 확인합니다. 마치 미어캣처럼 고개만 빼꼼 내밀어 확인하죠. 꼬리를 살랑이며 문 앞까지 달려오는 부산스러운 재회는 없지만, 찐빵이만의 차분하고 조용한 인사가 보현씨는 오히려 좋다고 해요. 보현씨는 찐빵이가 집 생활에 큰 문제 없이 잘 적응해 살아감에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세상만사 다 겪어 웬만하면 흥분하지 않는 찐빵이도 격한 반응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밥 시간! 길에서 살며 항상 배가 고팠던 기억이 남아있는지 찐빵이는 사료를 먹을 때마다 울음소리를 낸다고 해요. 배가 그리 고프지 않을 텐데도 밥을 달라고 울며, 밥을 먹을 때는 최대한 입을 크게 벌려 입에 사료를 한가득 넣어 먹죠. 한 번에 사료를 많이 먹기 위해 애쓰는 찐빵이를 보며 보현씨는 마음 한구석이 쿡쿡 시립니다.


찐빵아, 사료 먹을 때마다 그렇게 허겁지겁 안 먹어도 돼! 다 찐빵이 거야~~

찐빵아, 사료 먹을 때마다 그렇게 허겁지겁 안 먹어도 돼! 다 찐빵이 거야~~


찐빵이 보호자 보현씨는 현재 찐빵이 일상 모습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공유 중이에요. 찐빵이는 고양이 맞춤 동영상을 감상하며 하루를 보내고요, 집냥이가 된 지 100일 기념하는 100일 잔칫상도 받았어요. 가장 좋아하는 북어 트릿을 마음껏 먹고, 장난감도 지칠 때까지 가지고 놀죠. 찐빵이의 집생활,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편안한 일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찐빵아 안녕!
누나가 널 더 빨리 데려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네가 길에서 고생한 걸 생각하면 더 빨리 데려와야 했는데 말이야. 이젠 더 이상 다른 고양이와 싸우지 않고, 한파를 견딜 필요도 없어. 밥 먹을 때도 불안하게 급하게 먹지 않아도 돼. 이곳은 찐빵이 집이고, 찐빵이가 평생 살아갈 보금자리야. 우리 찐빵이가 건강만 했으면 좋겠어, 나에겐 평생 아기일 우리 찐빵이 누나가 많이 사랑해!

찐빵이 집사 보현님


찐빵이는 행복하다냥!

찐빵이는 행복하다냥!


사진 = 찐빵이 보호자

동그람이 장형인 trinity0340@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