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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겨울' 속 직원 연봉 파격 인상한 ASML코리아…비결은 '압도적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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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겨울' 속 직원 연봉 파격 인상한 ASML코리아…비결은 '압도적 기술력'

입력
2023.01.31 14:30
수정
2023.01.31 14:3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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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반도체 기업 실적 쇼크 상황에서
ASML, 4분기 최대 실적 기록…이익률 51%
올해도 매출 25% 이상 성장 예고
EUV 노광장비 독점하는 '슈퍼 을' 위치 덕분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가 2022년 11월 1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SML 코리아 제공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가 2022년 11월 1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SML 코리아 제공


반도체 수요 급감에 삼성전자, 인텔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고꾸라지는 와중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직원 연봉을 파격적으로 올린 회사가 있다. 바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다. ASML이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나 홀로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품을 팔아야 하는 회사이면서도 자신의 고객사를 줄 세울 수 있는 '슈퍼 을'의 시장 지배력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SML의 한국 지사인 ASML코리아가 올해 임직원 평균 임금을 11.8% 인상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2022년 평균 임금 인상률 18.3%에 이어서 2년 연속 임금 인상률 두 자릿수라는 파격에 해당한다. ASML코리아의 지난 5년 동안 평균 누적 임금 인상률은 60%를 넘어섰다.



남들 보너스 줄일 때 2년 연속 두 자릿수 연봉 인상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단독으로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장비. ASML 제공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단독으로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장비. ASML 제공


이는 최근 반도체 기업들과는 정반대 행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성과급 잔치를 벌였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반도체 사업부 임직원에게 주는 목표 달성 장려금(TAI)을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SK하이닉스도 성과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가 핵심 이유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 2,7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4분기 대비 97%나 줄어든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다. 1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수천억 원 규모의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인텔 역시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4분기 매출액이 140억 달러(약 17조2,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6년 만에 최저치다. 수익성의 경우 순손실 6억6,100만 달러(약 8,10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ASML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4억3,000만 유로(약 8조5,700억 원)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6% 증가한 21억2,500만 유로(약 2조8,300억 원)를 찍었다. 연간 기준으로 매출 대비 총이익(매출에서 원가만 뺀 이익)의 비율을 보여주는 매출 총 이익률은 무려 51.5%에 달했다.



삼성, TSMC, 인텔 이어 일본까지 ASML에 줄 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6월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페터르 베닝크 ASML CEO와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6월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페터르 베닝크 ASML CEO와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ASML이 승승장구하는 데 일등공신은 '인류가 만든 기계 중 가장 정교한 설비'라 불리는 극자외선(EUV) 장비다. 이 장비는 반도체 원판에 극자외선 빛을 쬐 아주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역할을 한다. ASML이 독점 생산하는 이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기업들은 7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이하의 미세 공정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 회로 선 폭이 낮을수록 반도체 성능은 좋아지고 전력 소비량도 줄어든다. 한 대당 2,000억 원이 넘는데도 이를 사고 싶어 하는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몇 년씩 대기하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여러 차례 네덜란드 ASML을 찾아가 장비 확보에 공을 들일 정도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하던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 미국 인텔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까지 '드림팀'을 꾸려 뛰어들면서 ASML의 몸값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8개 대기업일본 정부는 첨단 반도체 자립이란 공동 목표를 세우고 합작 회사 라피더스를 세웠다. 이 회사는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SML은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유일하게 올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ASML은 지난해 54대의 EUV 장비를 출하했는데 올해는 60대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최소 2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이라고 하지만 ASML처럼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은 상대적으로 외부 상황에 덜 영향을 받는다"며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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