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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이라 모욕당한 미국 게이 대사...동성애 혐오하는 헝가리 극우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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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이라 모욕당한 미국 게이 대사...동성애 혐오하는 헝가리 극우 정권

입력
2023.02.03 21: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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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성소수자' 프레스먼 대사 겨냥
친정부 매체 앞세워 인신공격 나서
'친러시아' 둘러싼 외교 갈등에 기름 부어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헝가리 미국 대사. 대사관 제공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헝가리 미국 대사. 대사관 제공

헝가리 보수 정권이 헝가리 주재 미국 대사의 '성 정체성'을 공격했다. 동성애자인 남성 대사를 '여성'이라 부르는 등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친러시아·친중국·반서구 노선을 걷고 있는 헝가리가 외교 무대에 혐오를 끌어들인 것이다.

헝가리 "성소수자 대사? 미국의 외교적 도발"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헝가리 미국 대사가 동성애자란 이유로 헝가리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프레스먼은 유엔 특별대사 등을 거친 인권·외교 전문가로, 지난해 8월 헝가리에 부임했다.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힌 그는 배우자, 두 자녀와 함께 산다.

헝가리 보수 세력은 그의 대사 임명에 반대했다. 부임 한 달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미 대사관 인근에 "성소수자에 반대한다"는 깃발이 내걸릴 정도였다.

극우 포퓰리스트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2010년 5월 집권 이후 '차별 금지' 등 서구적 가치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것으로 민심을 결집시켰다. 학교 성교육,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보는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하는 성소수자 차별법이 2021년 입법됐다.

오르반 정권은 프레스먼의 성 정체성을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데 활용하고 있다. 친정부 매체 페스티 스라콕은 "미국이 프레스먼을 대사로 임명한 건 명백한 외교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인신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헝가리 관료들은 공식 석상에서 "대사가 성소수자 논의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언급하는 식으로 프레스먼을 공격했다. 친정부 성향 방송 프로그램의 한 출연자는 프레스먼을 '여성 대사(Madame ambassador)'라고 불렀다.

프레스먼 "러시아 돕지 마"... 헝가리 "내정간섭" 반발


헝가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 AP 연합뉴스

헝가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 AP 연합뉴스

프레스먼 대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성 정체성 공격엔 반박하지 않은 채 헝가리의 러시아 편들기를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정치인을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 보호하는 게 헝가리에 어떤 도움이 되냐"고 꼬집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유럽연합(EU)이 제재를 가할 때마다 제동을 건 오르반 총리를 겨냥한 것이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헝가리 내정에 간섭하는 건 대사의 임무가 아니다. 미국과의 협력 개선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프레스먼도 지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유럽의 국경을 다시 그리려는 시도를 '헝가리 정치 발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재차 반박에 나섰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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