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눈 나빠 파일럿 포기한 우주소년... 뉴스페이스 시대를 활짝 열다

알림

눈 나빠 파일럿 포기한 우주소년... 뉴스페이스 시대를 활짝 열다

입력
2023.03.21 14:58
수정
2023.03.21 16:17
13면
0 0

국내 첫 민간발사체 성공한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

국내 우주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가 19일 오후 2시 52분(현지시간) 브라질 공군 알칸타라 우주센터(CLA)에서 발사되자,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브라질 공군 제공

국내 우주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가 19일 오후 2시 52분(현지시간) 브라질 공군 알칸타라 우주센터(CLA)에서 발사되자,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브라질 공군 제공


"5년 만의 성공도 빠르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급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상업 로켓 시장에 진입 중입니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겠습니다."

국내 첫 민간 우주발사체 '한빛-TLV' 발사를 성공시킨 김수종(47)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김 대표는 21일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 머물며 국내 언론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브라질 우기라는 악조건 속에서 실패와 연기가 반복됐고 직원들도 체력 관리나 사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발사 과정을 돌이켰다. 그러면서 "다들 '꼭 성공하자'는 마음으로 합심했고, (발사 성공 후) 서로 끌어안고 격려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국내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는 20일 오전 2시 52분(현지시간 19일 오후 2시 52분)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이륙해, 106초간 엔진을 연소하며 4분 33초 동안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회사가 개발한 민간 로켓이 발사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위성 발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발사체는 정부 주도로 개발한 '누리호'가 유일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위성 발사 서비스 기업'을 목표로 2017년 세워진 회사로, 2021년 9월 추력 15톤급 하이브리드 엔진을 독자 개발했다. 이번에는 총 네 차례 시도 끝에 하이브리드 엔진 '하이퍼-15'를 탑재한 시험발사체 발사를 완료하며, 우주발사체 개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로켓엔진 개발에 최종 성공했다.

'우주개발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그것도 민간의 힘으로 어떻게 로켓 개발이 가능했을까.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이노스페이스 제공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이노스페이스 제공


"사실 직접 로켓을 만들어 쏘겠다는 꿈을 꾸진 않았어요. 우주는 그런 꿈을 가지는 것조차 힘든 분야죠. 하지만 환경이 바뀌며 제가 연구하던 하이브리드 로켓에도 가능성이 열렸고, 이렇게 시험발사체까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어릴 때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이었다. 달을 유영하는 우주인 그림이나, 까만 우주를 비행하는 우주선을 자주 그렸다. 로켓 엔진을 연구하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파일럿이 되고 싶었지만 시력이 좋지 않아 포기했다. 항공기를 만들겠다며 진학한 항공대에서 로켓 엔진의 화염을 직접 보게 됐고, 그때부터 로켓 연구에 인생을 걸었다.

식지 않았던 그의 열정은 변화하는 시대의 기류를 타고 비상할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 소형위성 발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스페이스X처럼 돈을 받고 '발사 대행'을 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우주개발의 주체가 국가에서 기업으로 빠르게 이동(뉴스페이스)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대학부터 연구했던 분야는 하이브리드 엔진. 고체 연료에 액체 산화제를 결합시킨 엔진이다.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빠르고 싸게 만들 수 있고, 출력 조절이 되기 때문에 위성발사체에서 요구하는 기능과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 소형 로켓은 기존 로켓보다 작고 추력이 낮지만, 수백 개의 소형 위성을 모은 뒤 한 번에 우주로 올리는 대형로켓에 비해 더 빠르고 정교하게 각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다.

다만 이번 발사 성공으로 꿈을 다 이룬 것은 아니다. 이번에 발사한 것은 엔진 성능을 최종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체일 뿐이다. 큐브 위성 서너 개(탑재량 50㎏)를 태양동기궤도(상공 500㎞)에 올리는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선 △2단에 사용될 3톤급 엔진 △단분리 기술 △페어링 기술 등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실제 돈을 받고 위성을 쏴주는 상업 발사는 2024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금 더 큰 로켓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다. 이노스페이스는 '하이퍼-15' 엔진을 클러스터링(여러 엔진을 한 다발로 묶어 운용하는 기술)해 △한빛-마이크로(탑재량 150㎏) △한빛-미니(탑재량 500㎏)를 개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추가 투자금 없이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2026년 기준 연 35회 발사를 달성해야 한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민간발사체 시장에선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우리와 유사한 모델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 회사들이 내년이나 내후년을 첫 상업 발사 시점으로 잡고 있다"며 "이들과 비슷하거나 더 빨리 상업 발사에 성공하지 못하면, 소형 위성 발사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가 20일 오전 발사 및 비행에 최종 성공했다. 이노스페이스 제공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가 20일 오전 발사 및 비행에 최종 성공했다. 이노스페이스 제공





최동순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