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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操心” -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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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操心” -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 <기획전>

입력
2023.03.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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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or’s Atelier에서 내달 13일까지

操는 手(손 수)자와 喿(울 소)자가 결합하여 나무 위에 새들이 떼 지어 지저귀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손으로 새를 잡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람의 인기척에 쉽게 날아가곤 하니 ‘조심하다’라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다.

사진가 이예은과 이현무가 일상의 오브제를 탑처럼 쌓거나 공중에 매달아 사진 촬영을 할 때 이 ‘조심’하는 마음은 집중과 몰입의 상태와 동의어가 된다. 『인생의 역사』의 저자인 신형철은 자식을 안은 마음을 이 ‘조심’에 비유하고 아들을 잘 돌보기 위하여 그 자신 역시 ‘조심’을 다짐한다. 그 깊은 의미의 ‘心’을 오마주하여 두 사진가의 사진 행위에 ‘操心’이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를 연다.

이예은의 <마음 쌓기>와 <공간 쌓기> 연작은 지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오브제들은 어떤 사연으로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일까? 박스 테이프의 곡면 위에 스프레이 통은 어떻게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녀의 사진은 우선 이러한 호기심을 갖게 한다. 컵, 테이프, 줄자, 고무장갑, 분무기, 포스트잇 등 평범한 사물들이 사진 속에서 제각각 튕겨져 나와 정성, 집중, 균형과 같은 단어로 연결되면서 어느새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접착제로 붙여버리면 일이 수월해지겠지만 작가는 서로의 균형점을 찾을 때까지 오브제의 순서를 바꾸거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해보는 등 오랜 시간 동안 실패를 거듭하는 것을 감수한다.

COVID-19로 모두가 불안해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시작한 이 연작은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돌탑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한다. 평범한 사물에도 정성을 담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쌓으면 염원을 이룰 수 있는 힘을 담게 되리라는 믿음, 그녀의 사진이야말로 ‘공 든 탑’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에서 비롯된 이현무의 <Still LifeⅠ> 연작은 우선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진의 대상은 평범한 일상용품이지만 그의 사진이 남다른 것은 시각적 트릭 효과 때문이다. 사물을 공중에 매달아 단면만 포착되도록 대형 카메라의 위치를 설정하고 그림자를 통해 비로소 그 사물의 온전한 형상을 알아보도록 빛의 방향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것이다. 프레임 안에서 오브제와 그림자가 맞닿아 만드는 시각적 긴장감은 이미 알고 있던 사물을 새롭게 보도록 한다. 사진의 그림자 효과를 강조하기 위하여 이용한 칼로타입(Calotype) 프로세스는 paper negative를 이용함으로써 종이라는 독특한 질감을 두드러지게 하고 단출한 톤으로 사물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Still LifeⅠ>에 이어지는 <Still Life Ⅱ> 연작은 골프장에서 사용한 뒤 부러진 골프 티의 일부분을 그림자로 복원한 것이다. 실제가 아니라 그림자를 통해 비로소 사물의 온전한 모습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그만의 또 다른 시각적 표현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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