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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피드백에 외교실책 겹쳐… 안보실장 교체는 예견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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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피드백에 외교실책 겹쳐… 안보실장 교체는 예견된 수순?

입력
2023.03.31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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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사를 만날 땐 같은 직급의 인사들만 접촉하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외교 소식통이 30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5월 부임 당시 이 같은 취지로 지시했다고 전했다. 상대국과 '직급'을 맞추는 건 어찌 보면 외교 관례상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통령실 외교·안보 실무진의 부담이 가중됐다고 한다. 고위급에선 협상에 집중하다보니 의전 관련 결재가 미뤄지거나 보류되는 일도 발생했다는 게 외교가의 전언이다. 김 전 실장 경질의 도화선으로 알려진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공연 보고 누락 사태'를 놓고 이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면서 벌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처럼 주요 현안에 대한 김 전 실장의 '피드백'이 늦어지면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통령 일정 및 의전과 관련해 안보실 넘버2인 김태효 1차장의 말실수까지 겹쳐 결국 김 전 실장이 책임을 지는 상황으로 몰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무진 보고했는데…결재 이뤄지지 않아 '의전 사고'

외교가에서 '김성한·김태효 투톱체제'의 문제점으로 꼽은 건 '결재 누락'이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당시 영접 사고가 대표적이다.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당시 외교부와 국가안보실 실무진은 상부에 펠로시 의장 방한일정을 보고하면서 영접 문제도 건의했다. 그러나 방한 직전까지도 결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한미 양국이 서로 상황을 다르게 인식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 휴가 일정으로 인해 미 측에 면담과 영접이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누가 서울공항에서 펠로시 의장을 맞이할 것인가였다. 외교부와 국회는 뒤늦게 '하원의장 영접은 국회의장실 소관 업무'라고 밝혔는데, 국회는 물론이고 정부나 대통령실 인사가 서울공항에 나가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한미 양측은 의전을 조율하는 담당자의 '급'을 놓고 이견을 표출해 서먹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이 이끄는 안보실이 일찌감치 교통정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제동원 현안 파악 늦어... 외교부 전담하다 日에 말려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와 한일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도 아쉬운 대목이 지적된다. 외교부는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공개토론회를 진즉에 대통령실에 보고했다고 한다. 정부 해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를 처음 제시한 날이다. 이 해법은 윤 대통령의 결단임에도 논란이 커졌고 정상회담이 끝난 아직까지도 여진이 남아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외교부가 주최한 토론회의 준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연히 대통령 보고가 늦어졌고, 토론회 이후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으로 몰리면서 이를 보좌한 대통령실은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안보실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도 외교부가 일본과 협의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막판 협의는 김태효 1차장이 나섰는데, 외교부는 일본 피고기업이 우회적으로 배상하는 방안을 물고 늘어진 반면 김 차장은 '한국 국내 해결'과 사안의 조속한 마무리를 강조하며 인식 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똘똘 뭉친 일본을 상대로 대통령실과 외교부 간 입장이 조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진 셈이다. 한일 협상과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일관된 협상 전략을 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상대방의 전술에 말려버렸다"고 평가했다.

'직업 외교관' 조태용 신임 안보실장…섬세한 외교작업에 적합

이에 대통령실은 보다 섬세하고 신속하게 외교 현안을 다룰 인선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가 아닌 직업 외교관 출신 조태용 주미대사를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발탁한 배경으로 해석할 만한 부분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한미동맹의 디테일을 강화하는데 현장 경험이 있는 조 실장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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