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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업

“응 너 틀렸어, 그게 당연해”- 남세동 맨땅브레이커 하편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 vol.2

2023.05.10

남세동대표
보이저엑스 대표 남세동

“누가 돈 안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은 있으세요?
전 그걸 백수하며 알아냈어요.
그래서 평생 그 일을 하기로 결심했죠.

지금 나의 소명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저와 똑같은 일의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이에요.”

오늘의 커리어 포인트
  • 사람
  • 사용자
  • 팀워크
  • 성장
  • 인공지능
오직 커리업에서, 오늘의 뷰 포인트
  • 우주선 사무실 갤러리
  • 사무실 360도 투어
  • 철학의 서재

맨땅브레이커 1화 남세동 상편은 ‘인간 남세동의 커리어 여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이어지는 ‘하편은 마침내 그가 당도한 항해선, ‘보이저엑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회사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라는 남세동의 철학이 그대로 투영된 이곳은, 스타트업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남다른 조직 문화를 자랑하는데요. ‘틀려도 괜찮아’가 아니라 ‘틀리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실패의 바다를 표류하며 답을 찾습니다. 보이저엑스가 일하는 법 3가지를 소개합니다.

일단, 우주선을 닮은 보이저엑스의 사무실부터 둘러보고 가볼까요?

승객 여러분,
무한한 미래를 향해 항해하는
‘보이저엑스’호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고층빌딩에 위치한 보이저엑스의 본사 입구는 '우주선(Spaceship)'을 똑 닮았습니다. 뜨거운 조명이 태양 빛처럼 작렬하는 입구에 들어서면, 일순간 온몸이 압도되는 듯하죠. 거대한 모험에 동참하는 듯한 벅찬 느낌을 자아냅니다.

사람과 기술을 함께 길러내는 이 역동적인 항해선에, 함께 걸어 들어가 볼 준비 되셨나요?

보이저엑스의 사무실을 꾸밀 때 그는 세상의 좋은 것들을 가장 먼저 써볼 수 있는 최전선의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가 10살이었을 때, 전국의 초등학생들 중 가장 먼저 컴퓨터를 만져볼 수 있었던 것처럼요.

"빵을 먹어본 사람이 빵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폰을 써본 사람이 앱을 만들 수 있다. 좋은 호텔에 많이 가봐야 좋은 호텔을 만들 수 있고, 좋은 글을 많이 읽어봐야 좋은 글이 나온다. 오큘러스 퀘스트2, M1 맥북 같은 거 나오면 써 봐야 한다. 32:9 모니터, 블루투스 턴테이블도. 좋은 소파, 좋은 커피 머신도.

보이저엑스에 오큘러스 퀘스트2는 물론이고 닌텐도 스위치, 삼성 스마트사이니지 6x2, 커즈와일 피아노, 카처 진공 청소기, MAX 스테이플러, Jula 커피 머신, LG 오브제 스타일러 등등이 있는 이유다."(남세동 페이스북)

우와, 생각보다 아늑한 걸? 누군가는 탁구를 치고, 또 누군가는 기타를 치고 있네요. 어? 특대형 스크린으로 축구게임을 하는 직원들도 보여요. 360도 모듈로 보이저엑스의 사무실을 직접 투어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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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이 흐르는 휴식공간
  • 회의실과 자유 업무 공간
  • 회의실과 자유 업무 공간2
  • 대형 스크린 게임존
  • 과자와 만화책이 있는 간식공간
  • 집중 업무 공간
  • 기술연구소
  • 탁구실
  • 철학의 서재 앞
  • 에디슨룸
  • 우주선 입구

이 사진 자료는 360도로 제공됩니다.

좌우로 둘러보며 궁금한 지점을 클릭해보세요.

보이저엑스의 아이디어는 #사용자 #팀워크 #성장이라는 3가지 가치를 충족해야 합니다. 훌륭한 코드를 짜겠다는 개발자는 많지만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개발자는 많지 않죠. 어떤 일이든 ‘자기 만족’의 폐쇄성을 넘어야 한다는 게 세동씨의 지론. 그래서 보이저엑스의 제1가치는 다름 아닌 ‘사용자’입니다.

위대한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어요.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에겐 기획자와 디자이너, 마케터가 필요하고요. 음식을 만드는 셰프에겐 수많은 보조 요리사와, 홀 매니저, 잘 훈련된 서버들이 필요합니다. 같은 목표를 위해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동료를 건강한 마음으로 존중하다 보면, 어느새 달랐던 템포가 맞춰지고, 더 멋진 일을 해내게 됩니다. 그렇게 어느새 모두 훌쩍 성장하게 마련이죠. 보이저엑스가 ‘팀워크’와 ‘성장’ 가치를 최우선에 둔 이유입니다.

#사용자 #팀워크 #성장, 이 세 가지의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보이저엑스는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었을까요? ‘제품만큼 사람 역시 좋은 일터’를 위한 그들만의 문화 3가지를 분석해볼게요.

Chapter4.
틀리는 게 기본, 맞는 게 아웃라이어

보이저엑스의 가치1. 사용자 우선주의

사용자주의
팀워크
성장

사용자란 무엇인가. 뜻 그대로 ‘쓰는 사람’이다. 작가의 사용자는 ‘독자’고, 영화감독은 '관객’, 자영업자는 ‘손님’, 서비스의 사용자는 '고객’이다. 남세동은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어느 업계를 가도, 사용자를 생각하며 일하는 이들은 드물다고.

음식 장사를 예로 들어보자. 요식업자 백종원씨가 멘토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 파는 식당 주인이 부지기수다. 백씨는 당연한 말을 반복한다. “본인 입맛이 아니라, 손님 입맛을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장사가 되죠.” 이 지적을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손에 꼽는다. “내가 먹으면 맛있는데요?” 충고는 이미 소용이 없다.

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당연한 사실만 알아도, 당신이 하는 일의 결괏값은 현저히 좋아진다. 대부분은 사용자가 아니라, 당신의 상사나 조직을 위해서 일한다. 사용자를 아예 모르기도 한다. 사용자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머릿속에 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내가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누가 어디서 왜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채로 일한다는 건,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나누는 대화, 즉 독백이다. 하고 싶은 말만 하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생각이 없다.

남세동은 힘주어 말한다. ‘사용자를 알고 나면 일의 재미가 달라진다’고. 독백보단 대화가 늘 재밌는 법이다. 사용자를 알고 하는 일은 자기 안이 아닌 바깥을 향한다. 나를 넘어 뻗어나갈 수 있기에 타인과 닿는 게 묘미다.

남세동은 아직도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나면, 이 질문부터 한다. “애플리케이션 첫 화면에 본인 전화번호 써 놨어요? 그거부터 할 수 있어요?” 본인 휴대폰 번호로 걸려올 전화를 받을 만큼 진짜 사용자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됐냐는 뜻이다.

셀카 애플리케이션 B612를 기획할 당시, 세동씨의 팀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여고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분당 퍼스트타워 백화점 앞에 나가 진짜 사용자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지나가는 10~20대 여성들을 무작위로 섭외해 ‘셀카 습관’을 분석했습니다. B612의 프로토타입을 먼저 보여주고, 직접 사용토록 했습니다. 당시 개발 인력 전원이 남자였고, 리더 세동씨도 평생 셀카 한 장 제 손으로 찍은 적 없던 아저씨였죠. 셀카 찍는 사람의 마음과 욕망, 심리부터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2013년, 셀카를 뜻하는 ‘Selfie(셀피)’는 옥스퍼드 선정 올해의 단어로도 선정됐는데요. 당시 셀카 행위에 내포된 문화적 코드는 다양했습니다. 자기표현 수단이자 놀이문화, 커뮤니티 활동이자 사적 관계망을 시각화하는 수단이기도 했죠. 그 동기와 패턴을 알려면, 일단 셀카를 많이 찍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제대로 알아야 했습니다.

“여고생들에게 물어봤어요. ‘필터를 먹이면 피부는 밝아져도 코가 사라지잖아, 그래도 괜찮아요?’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코요? 그건 아무도 신경 안 써요. 코가 사라지든 말든 피부색이 밝아지는 게 훨씬 중요하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죠. 코가 안 보이면 외계인이 되는데. 저 같은 삼십대 아저씨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 거죠.

B612는 글로벌 시장 타깃이라 외국인 여성도 사용자 테스트를 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금발이었어요. 어떤 색감의 필터를 먹여도 금발은 꼭 금발로 보여야 하는 거죠. 이들에게 금발은 곧 자신의 외모적 정체성 그 자체니까. 금발을 가진 분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더라고요.”

셀피 사용자들을 연구하다

  • b612어플
  • b612어플
  • b612어플

네이버에서 개발한 카메라 어플 B612 자료사진. 제공: B612

말하자면 ‘셀카 문화 향유 집단’을 인류학적으로 탐구한 결과죠. 세필화처럼 섬세하게 표현한 디테일들은, 전 세계 5억 명 셀카 유저들을 열광시킨 퀄리티 높은 서비스로 완성됐습니다. 세동씨는 이때부터 ‘전지적 사용자 시점’이 되는 것에 진심이었죠.

그래서 그는 보이저엑스를 창업할 때부터, 오직 사용자만을 연구하는 팀을 따로 만들었어요. 약 8명의 팀원들이 매주 40명 이상의 사용자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브루(영상 편집 앱), 브이플랫(모바일 스캐너 앱)의 오픈 메신저방에 속해 있는 유저들은 각각 700여 명, 400여 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유저이자 열성팬인 이들이 쉬지 않고 피드백을 쏟아내죠.

더 잘 틀리기 위해 하는
‘반성 프로세스’
우리는 매일 무당을 뽑는다

보이저엑스엔 사용자를 섬기기 위한 일종의 제의 의식이 있습니다. 이른바 ‘반성 프로세스’. 선조들이 하늘의 뜻을 점치기 위해 제사장을 뽑았듯, 이 의식 역시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모두가 ‘예언자’가 되는 과정입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새로운 서비스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팀의 모든 구성원들이 ‘숫자 찍기’에 뛰어듭니다.

Step1 :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기존 사용자가 이 기능을 얼마나 많이 사용할지 숫자로 예측한다.

Step2 : 실제 결괏값이 나오면 예측치와 대조한다.

Step3 :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한다.

예를 들면, 추가된 기능은 춤연습 애플리케이션 내 회전 버튼입니다. 질문은 DAU(일일 사용자) 기준 과연 사용자의 몇 %가 이 기능을 쓸 것인가입니다.

그럼 시퀀스팀 모든 구성원들이 무당처럼 예측 숫자를 냅니다. 팀원 A는 20% 이상, 팀원 B는 10% 이상, 팀원 C는 3%를 찍어요. 약 한 달간의 추이를 합산해 나온 결과는 4.6%. 이 중 사용자의 행동을 가장 잘 예측한 사람은 팀원 C. 그러면 팀원 C가 자랑스러운 ‘명예 무당’이 되는 겁니다.

보이저엑스만의 반성 프로세스 샘플 엿보기

반성프로세스그래픽

실제 데이터와는 다른 가상의 예시입니다.

직원들이 이 프로세스에 ‘무당 뽑기’,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무당이 된다고 해서 별다른 보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사용자 작두에 여러 번 올라타 보면 저절로 압니다. 자신이 얼마나, 실제와는 다른 주관적인 예상을 하고 있는지를요. 한편, 팀원들 사이에선 자연스럽게 ‘단골 무당’이 되는 이에 대한 ‘리스펙’이 생깁니다. ‘저 사람의 말이 대개 맞는다’는 걸 알게 되니, 저절로 그의 의견에 힘이 실리죠.

신입이건, 10년 차 넘는 팀장이건 무당 뽑기 앞에선 동등합니다. 그래서 반성을 하게 됩니다. 결과 앞에선 모두 평등하니까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장 예측을 잘한 사람’의 의견에 따르게 되는 것이죠. 이 기록은 회사 전체 직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협업 툴인 '노션' 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다른 팀의 반성 프로세스 결괏값도 모두 살펴볼 수 있어요. 클릭 몇 번이면, 모 팀장이 참여한 모든 반성 프로세스에서의 적중률을 확인할 수 있죠.

이런 환경에서는 리더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급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스스로 과신하는 사람이 사라지죠. 의사결정의 권한이 오직 부서장에게만 있는, 사실상 책임자의 독재체제와 다를 것 없는 기업의 방식과는 딴판입니다.

“스타트업에서 흔히 하는 단순한 AB테스트와 달라요. 반성 프로세스의 핵심은 실제 기능이 돌기 전에 예상한 수치와 근거를 모두가 볼 수 있는 아카이브에 기록한다는 거예요. 왜 그렇게 하냐고요? 사람에겐 ‘자기 합리화 기제’가 있거든요. 일단 결과만 나오면 다들 ‘내가 그럴 줄 알았다’고 해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 없는 부분을 흐릿하게 기억하거든요. 잘 돼도 내 말이 맞고, 틀려도 내 말이 맞는 거죠.”

일단 이 프로세스를 돌리다 보면, 대표고 리더고 신입이고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매일 틀린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틀릴 수도 있지’ 정도가 아니라 ‘틀리는 게 당연해’ 수준이 되는 거죠.”

말하자면, 직원 모두가 스스로의 기억을 미화하지 않도록, 모든 판단의 궤적을 기록해두는 셈입니다. 수많은 오답들 사이에서 길이 뚫리는 답을 찾길 원한다면,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숫자를 던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감각이 생기는 사람이 있고, ‘아, 나는 안 되겠구나’ 하고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 생기는데요. 적어도 ‘내가 감각이 좋다’고 착각하며 근거 없는 고집을 피우는 사람은 없어진다고 해요. 딱 6개월만 지나도 그렇게 됩니다.

반대로 고집 있는 실력자들은 주변의 인정을 받게 되죠. 자기 말이 ‘맞다’고 증명되고, 결과가 좋으면 굳이 고집을 피울 필요도 없어지는 거죠.

“사실 고집은 스타트업의 인재들에게 필수적인 자질과도 같아요. 특별한 일, 뾰족한 일은 고집이 없으면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반성 프로세스는 고집과 아집을 구분하고, 그 고집을 강하게 표출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만드는 장치인 거죠.”

여기까지 듣고 보니 스타트업의 도전이란, 움직이는 과녁에 화살을 맞추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적중할 확률은 0%에 수렴하죠.

과녁에 맞았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얻어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다시 수십 번은, 아니 수백 번 빗나갈 겁니다. 그럼에도 계속 과녁을 따라다니며 던지다 보면, 그 과녁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큼의 속도로 움직이는지, 또 나는 어떤 속도로 맞춰 던져야 도달할지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용자라는 날 선 작두를 타야 하는 IT 무당들이 오늘도 계급장 떼고 반성 프로세스 위에 선 이유이지 않을까요?

chapter5

Chapter5. 일하는 모든 자여 면접관의 무게를 견뎌라

보이저엑스의 가치2. 팀워크

사용자주의
팀워크
성장

웅장한 성과는 대개 팀워크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팀워크란 무엇인가. 여러 인간이 상호 간 연대로 협동하는 것이다. 방점은 연대에 찍힌다. 사람 사이의 매끄러운 연대가 가능하려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 같아야 한다.

날카롭게, 때로는 맹렬하게 도전해야 하는 스타트업계, 특히 인공지능(AI)이라는 미지의 분야를 탐사하는 보이저엑스가 바라는 인재상은 ‘자기 동력’이다. 일에서 주도권을 스스로 쥘 줄 아는 사람, 일에서 자기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그런 사람만을 골라 뽑는다. 남세동은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팀워크’를 만드는 저력이라 믿는다.

일의 고삐를 쥔 사람들이 바라는 건 언제나 일이 ‘되게’ 하는 것. 그런 유전자를 가진 인재를 뽑기 위해, 남세동은 첫째도 채용, 둘째도 채용, 셋째도 채용을 강조한다. 채용 관련 페이지의 모든 안내문과, 모든 직군의 직무 정보(Job Description)를 모두 손수 직접 썼을 만큼 그는 진심이다.

현재 보이저엑스의 구성원은 60명. 당초 2022년 목표치였던 100명을 아직도 넘기지 못했다. 지원자가 적어서는 아니다. 분기당 500명~1,000명 정도가 지원하는데 고작 5명 정도가 뽑힌다. 1/100~1/200의 경쟁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세동의 기조는 ‘절대로 채용 기준을 낮추지 않겠다’다. 아무리 일손이 급해도, 양적 성장이 절박해도 말이다. 직원들도 그 기조에 공감한다. 스타트업에서 사람을 들인다는 것은, 제조업에 비유하자면 공장 하나를 짓는 것과 유사하다. 인재가 재산이요, 설비요, 기능이다. 그래서 인재 한 명은 모든 것이다.

보이저엑스의 모든 직원들은 매주 면접관이 됩니다. 6개월 차든, 20년 차든 동일합니다. 채용 지원자와 마주 앉아 면접관의 책임을 견뎌내야 하죠. 이들에게 ‘같이 일할 사람을 직접 뽑는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국내 일터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특권이나 책임입니다. 채용과 인사는 대개 대표와 경영진이 독점하는 권한이니까요.

모두가 면접관이 되는 이 시스템은, 곧 ‘보이저엑스다운 인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직원 모두가 나란히 서서 함께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그러면서 조직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됩니다. 각자가 면접관이라면 “내 옆자리에 저 사람은 대체 어떻게 뽑힌 거야”, “설마 낙하산인가”, “그냥 대표가 맘에 들어 뽑았나” 따위의 의심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모든 선택은 구성원이 직접 합의해 만든 근거 위에 서 있어요. 물을 필요도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면접관조는 총 4명으로 구성됩니다. 직군 면접관 2명, 비직군 면접관 1명, 참관인 1명으로 총 4명이죠. 참관인은 입사 6개월 이하의 신규 입사자입니다. 10번의 면접 참관 수련을 거쳐야지만 어엿한 1인분의 면접관으로 데뷔할 수 있어요. 비직군 면접관을 반드시 넣는 이유는, 스타트업의 모든 일의 기본문법이 팀워크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개발자를 뽑는 면접에 현직 디자이너를 넣는 식이죠. 다른 언어를 쓰는 서로가, 같은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는지를 점쳐 봅니다. 협업 유전자는 보이저엑스가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이기 때문이죠.

면접관 제도

면접관 4명은 면접이 끝나자마자 바로 랩업(Wrap-up)을 합니다. 회사 구성원 전체가 함께 사용하는 노션 아카이브에 문서를 만들고, 각자가 느낀 인상을 모두 피드백으로 남기죠.

“40대 시니어 경력직을 뽑는 경우, 1차 면접엔 일부러 주니어들을 들여보내요. 딱 봐도 3~4년 차 정도로 보이는 직원들을요. 지원자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직원들이 면접관으로 나온 것을 보고, 은근히 하대하거나 언짢은 티를 낸다? 랩업 문서에 바로 ‘이 지원자는 다양한 연령대의 동료와 어울려 일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피드백이 올라와요. 즉각 아웃이죠.”

채용 단계는 (1) 서류 → (2) 사전과제 → (3) 1차 전문성 면접 → (4) 2차 핏(fit) 면접 → (5) 대표면담과 처우 협의로 마무리됩니다. 여기서 가장 특이한 건 핏 면접인데요. 다른 회사들이 이 단계를 가벼운 통과의례 정도로 여긴다면, 보이저엑스는 이전까지의 모든 결과를 뒤집고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가장 단호하고 엄격한 단계입니다. 이 면접을 거치고 나면, ‘인생이 탈탈 털렸다’고 느끼는 지원자가 대다수일 정도로요.

돌아오는 대답이 시원찮을 경우 ‘제대로 대답해달라’고 되묻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은 있지만 템플릿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주로 어떤 일에 몰입해봤나?”, “규칙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느끼나?”, “다른 사람에겐 어려운 그것이 당신에겐 어째서 어렵지 않은가?” 같은 질문이 오고 갑니다.

여기서 질문의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납득되지 않는 대답은 캐물어야 합니다. 이야기의 구체성이 진짜를 가려내는 법이죠. 질문에 따라오는 답변에서 꼬리를 잡아 계속해서 파고드는 게 핵심입니다.

어떤 지원자는 탈락하면서도 ‘감동했다’는 감사를 남기고 떠나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그토록 정성껏 집요한 질문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고요. 열띤 면접 속에 불꽃 씨앗처럼 툭툭 떨어진 어떤 질문들은 예상치 못하게 지원자의 삶에 불을 지피기도 합니다.

3월 20일 보이저엑스 사옥에서 만난 남세동 대표. 촬영 이한호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보이저엑스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두 번째 질문 원칙은 미래를 묻지 않고 과거를 묻는다는 겁니다.

“미래는 누구나 좋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뻥 잘 치는 사람이 더 번드르르하게 말하죠. 과거는 그렇지 않아요. 거짓말이란 게요? 한두 번은 둘러대도, 거기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결국 털리거든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네가 뭔가에 가장 성실했던 기억을 말해봐’라고 하는데, 어떤 지원자가 대학교 3학년 때 봉사활동을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해요. 다시 한번 물어 보니 고작 3일 다녀온 거예요.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본 경험은 없냐’고 반문하는데, 답이 마땅히 안 돌아와요. 그럼 이제 아는 거죠. 아, 이 사람은 어떤 일을 딱 3일 해본 게 인생 최고의 몰입이구나. 그게 이 사람이 생각하는 성실의 수준이구나.”

신입사원들은 면접 참관 10번의 횟수를 채우는 동안 관점도, 태도도, 시야도 바뀝니다. 면접 랩업의 데이터가 쌓이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죠. “이런 사람은 동료들로부터 거부를 당하는구나”, “어? 저런 태도와 말투로 협업에 나서선 안 되겠구나” 하고요.

이들이 ‘면접 참관’을 통해 배우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에겐 누구나 단점이 있고 누구나 실패할 수 있지만, 그걸 얼마나 수정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다른 경로를 걷게 된다는 것을요.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촬영 이한호 기자.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보이저엑스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월급 320만원 인턴, 왜 유지할까?
‘흐르는 물도 효과가 있으니까’

보이저엑스의 인턴 제도는 월 320만 원의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이름이 나 있는데요. 2017년 창업 이래 5년 동안 80여 명의 인턴이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그중 정직원이 된 수가 20명이니, 인턴은 좋은 채용 툴입니다. 최고의 인재를 뽑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수를 들이는지를 고려하면, 또 한 사람을 잘못 들였을 때 감수해야 할 비용까지 점치면 인턴 제도는 회사 차원에서도 꽤나 이득인 ‘채용 보험’인 셈인데요.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3월 20일 보이저엑스 사옥에서 만난 남세동 대표와 보이저엑스 직원들. 촬영 이한호 기자.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보이저엑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제가 네오위즈의 인턴일 때 세이클럽을 만들었잖아요? 저는 인턴만이 만들 수 있는 놀라운 일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보이저엑스의 인턴 중에 약 20%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요. ‘대단한데?’ 싶은 정도의 성과도 내죠.

그걸 보고 진짜 좋은 자극을 받는 건 보이저엑스의 직원들이에요. ‘주니어들도 저런 성과를 내는구나’ 영감을 받는 거죠. 저는 그게 ‘흐르는 물의 효과’라고 봐요. 사람은 가만히 두면 초심을 잃게 돼 있어요. 자극이 없으면 고인물이 되어 썩게 돼 있고요. 계속해서 새로운 물이 부어지면, 오래 몸담고 있던 사람들 역시 스스로 초심을 일깨울 수 있죠.

‘어떤 책은 거기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세동씨가 자주하는 말인데요. 과연 서재의 라인업(장병규, 피터 드러커, 프리드리히 니체 등)을 보면 보이저엑스가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가 드러납니다.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볼까요?

송재원 남우리 대표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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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6

Chapter6. 회사는 반드시 ‘왕정체제’여야만 할까?
그 통념을 깨고 싶었다

보이저엑스의 가치3. 성장

사용자주의
팀워크
성장

회사는 왕정이다. 선출되지 않은 소수의 권력자가 조직의 모든 일을 지휘하고 관할하는 중세적 세계관. 왕정은 현대 사회에도 유효하다. 회사의 일은 대개 숫자로 환산된다. 숫자는 쉽고 빠르다. 숫자를 내놓는데 왕정은 편리하다. 왕정의 질서 안에서 회사는 고용된 개인에게 복무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꿈꾸는 성장이란 가치는 쉽게 지워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회사라는 곳은 하기 싫은 일 하라고 월급을 주는 곳이야.”

남세동은 말한다. 회사만 중시하는 건 불행하고, 개인만 중시하는 건 유치하다고. 보이저엑스가 추구하는 성장에서 중요한 본질은 회사와 개인이 동반의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구성원이 바라는 성장과 회사가 바라는 성장 사이의 조화와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동기화(synchronization)’를 뜻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조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지시에 따르기를, 맹목적으로 움직여주기를 바란다. 보이저엑스는 “회사에 헌신하지 말라”고 한다. 회사의 지시에 따를 줄만 아는 사람은 정말로 뾰족한 문제를 찾아낼 수도 풀어낼 수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선 “이거 하고 싶은 사람 있어요?”라는 질문이 디폴트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예상치 못하게 좋은 것들이 나온다 믿는다.

“어떤 일이 하고 싶어요?”

보이저엑스에서 일을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이 입사하자마자 듣는 질문입니다. 일단 모든 신입사원은 세 개의 팀(브루, 브이플랫, 온글잎)에 대한 설명을 꼼꼼하게 들은 다음, 스스로 자신이 일할 팀을 선택합니다. 1순위 팀으로 배정받는 경우가 80%로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유를 따지지 않고 100% 팀을 떠날 수 있습니다. ‘이 팀이 저하고 안 맞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묻고 따지지 않고, 모든 게 OK입니다.

보통의 회사에선 팀에서 '인력이 빠진다'는 건 무척 예민한 이슈죠. 특히 부서장들은 자신의 팀원들을 ‘넌 내 자원이야’라고 여기기 십상인데요. 보이저엑스에선 팀 리더들 중 누구도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고 해요. ‘내 동료는 언제든 우리 팀을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긴장감을 자아내기 때문이죠.

사람을 기능이나, 수단, 자원으로 대하지 않는 보호막이 갖춰져 있는 셈입니다. 이 감각은 리더뿐 아니라 팀 멤버들 역시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감각입니다. 멤버고 인턴이고 최소 반년을 주기로 자주 들어오고 나가니 ‘고인 물' 효과가 자연스레 사라지기도 합니다.

3월 20일 보이저엑스 사옥에서 만난 남세동 대표와 보이저엑스 직원들 3월 20일 보이저엑스 사옥에서 만난 남세동 대표와 보이저엑스 직원들

23일 보이저엑스 사옥에서 만난 남세동 대표와 보이저엑스 직원들. 이한호 기자

할 일이 100개가 있다, 그러면 그 100개를 하나도 빠짐없이 ‘의지가 있는 사람’, 즉 자기가 하겠다고 손드는 사람에게 맡겨요.

‘오늘 OO 디자인 필요해요, 봐주실 분?’, ‘오늘 OO 기능 함께 작업해주실 개발자 모십니다’라는 요청이 상시적으로 협업 툴인 메신저에 올라오는데요. 몇 분 지나지 않아 ‘제가 할게요!’라는 답이 올라와요.”

자발적으로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직원이 늘 존재한다는 사실. 믿기 어렵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첫 번째, 자기 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재만을 공들여 채용하기 때문이고요. 두 번째,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동료 압박)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철저한 ‘시장 논리’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팀원 A가 ‘저와 함께 B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실 분 있나요?’라고 제안합니다. 첫 번째 제안에 누구도 자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볼게요.

A는 동료들의 구미를 좀 더 자극할 수 있도록, 더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가져와 두 번째 제안에 나섭니다. 그래도 자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A가 제안한 B 프로젝트는 저절로 ‘킬(kill)’이 됩니다.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 스스로도 ‘이건 사람들이 느끼기에 중요하지 않은 일인가 보다’라고 수긍합니다.

Chapter4에서 마르고 닳도록 강조했던 ‘반성 프로세스’에 익숙해지면, 이런 과정 역시 당연해지죠. 반대의 경우도 많아요. 누가 봐도 이상한 일, 괴짜 같은 일이라도 그 일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자원자가 모이면, 대표도 리더도 막지 않습니다.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 그럼 해봐”라고 말합니다.

“작년에 브루(영상 편집 앱)팀에서 파(派)가 두 갈래로 나뉘었어요. A파는 브루의 강점인 ‘자막 생성 툴’의 기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자는 주장을 펼쳤고, B파는 무료 라이브러리나 TTS(텍스트 투 스피치) 음성 합성 기능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이전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죠. 아무리 의견을 나눠도 A파와 B파 사이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결론은? (하하) 그냥 둘 다 하라고 했어요.”

A파도 B파도 필사적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확신하는, 되리라고 생각하는 바를 입증해내기 위해 올인(all-in)을 했죠.

웬걸, 1년 후 결과를 보니 두 쪽 모두가 나란히 성공했습니다. 숫자로 따지면 10배 이상 성장했죠. 만약 한쪽을 좌절시키고 다른 한쪽에만 힘을 실어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선택된 쪽은 부쩍 커진 부담감 때문에, 다른 한쪽은 의견이 묵살됐다는 열패감 때문에 끊임없이 서로 탓을 했을 겁니다.

“거봐, 너네 우리가 안 될 거라고 했지?” “너네가 자꾸 안 된다 그러면서 발목 잡으니까 이렇게 됐지” 같은 말이 오고 갔겠죠.

“이게 의지 경영의 효과예요. 하고 싶은 사람이 하면, 그걸 잘 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움직여 많은 걸 할 수밖에 없어요. 그냥 내버려둬도 됩니다. 메커니즘이 단순해요. 1번 ‘나 이거 하고 싶어’, 2번 ‘얼마 찍을 거라 생각해’, 3번 ‘이렇게 추진할게’ 이렇게 던져 놓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합을 이뤄 일하면 그게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깔끔하게 자신의 주소를 인정하게 돼요.

설사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서로 힐난하는 법이 없어요. 왜냐? 예상치가 빗나가는 건 모두가 겪어 본 일이고, 그게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 모두가 너무 잘 아니까. 굳이 꼬치꼬치 따질 일이 아닌 거예요.”

그러니까 실패가 디폴트인 의지 경영 체제에선, 서로의 성과를 들먹이며 비난하는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반드시 OOO을 이뤄내겠다’는 독기 가득한 각오를 가지고 일하지 않거든요. 그런 각오는 대개 ‘불가능이란 없다’, 즉 실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결의만 가득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것보단 ‘나는 실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OO 할 것이다’라는 반작용의 힘에서 성공 사례가 나와요. 99%의 확률로 실패한다면, 그것을 거스르기 위한 반대의 움직임이 단단하게 축적되는 거죠.

‘아, 나는 이렇게 모르는구나. 아, 나는 대개 실패하는구나. 아, 내 주소는 고작 여기구나. 그러면 이런 부분을 배우고, 보완하고, 고쳐서 일을 추진하면 되겠구나. 그 결과 역시 내가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이 흐르는 과정 속에서, 구성원은 저절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자신의 주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됩니다.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것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언러닝(Unlearning)’을 체화하게 되는 거죠.

chapter8

Epilogue. 당신이 깬 맨땅은 무엇인가요?

올해로 세동씨의 커리어는 25년 차가 됐습니다. 웹에서 시작해 모바일로, 그다음엔 인공지능으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컴포트존(comfort Zone)을 벗어나왔죠. 10억 명이 쓰는 서비스, 10만 명이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창업 당시의 포부로 맨땅을 깬 이후, 줄곧 그만의 방점이 찍혀 있는 건, ‘사람이 모여, 자아를 실현하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다짐입니다.

저에게 있어 ‘일’은 평생 가장 중요한 단어였어요. 백수 생활을 해보면서 제대로 알았죠. 돈이라는 요소를 빼고도 기꺼이 할 것 같은 일은 무엇인가? 저한테는 그게 개발이고 코딩이었어요. 그래서 평생 그 일을 하기로 결심했고요. 사람이 일을 안 하면 뭘 할까. 할 게 없어요. 게임을 아무리 좋아해도 3년 내내 게임만 해봐요. 그게 재미있나.

그렇게 ‘일’이라는 주제를 파고들다 보니, 결국 회사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히 존재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영향력 있게 하기 위해선 회사에 가야 하는 거예요. 근데 지금까지 내가 다녀본 회사들이 다 영 별로야. 그럼 앞으로의 회사 형태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그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여기까지 온 거죠.”

사람이 모여 자아를 실현하며,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안전지대. 세동씨가 만들고 싶은 회사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남세동이 깬 진짜 맨땅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조직문화의 관습이었던 거죠.

“평생 ’이거 안 하면 뭐하지’ 그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 저는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아요. 뭘 하나 붙잡고 하면서도 자꾸 다른 게 보인단 말이죠. 그렇게 고민하고 숙고하다가도 일단 한번 결정하면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

1998년에 네오위즈 들어가자마자 퇴사를 하려고 했었어요. 사람 사이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죠. 세이클럽을 만들기도 전이었어요. 제가 그만두겠다니까 바로 위의 선배가 술 사주겠다고 저희 집 앞까지 찾아온 거예요.

그때 그 선배가 해준 말이 아직도 안 잊혀요. ‘세동아, 너 지금 이 정도 일로 도망가잖아? 그럼 평생 도망만 다닐 거야.’ 제가 생각해도 너무 맞는 이야기인 거예요. 그 후 25년 동안 줄곧 도망은 안 갔더라고요. 때로는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요.”

말하자면, 배수의 진을 치고 버틴 겁니다. 맞서지 않으면 넘어설 수 없다는 결기로요. 지금도 보이저엑스는 버티기 중입니다. 지난해 스타트업 혹한기가 불어닥치며 투자금이 말랐고, 서비스는 성장 중이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적자죠.

그가 맨땅을 깨는 과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맨땅을 깬, 그가 가진 강한 힘은 무엇이었냐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어요.

3월 20일 보이저엑스 사옥에서 만난 남세동 대표. 촬영 이한호 기자

“보이저엑스가 성공해야 하는 시대적 이유. 첫째, 구성원들을 아주 많이 신뢰하는 회사. 둘째, 구성원들의 성장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회사. 셋째, 구성원들이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돕는 회사.

이러한 회사를 구성원들에게 제공해야 하고, 이러한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 이게 나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보이저엑스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참을성이요. 전 잘 참아요. 심지어 최근에 병원에 갔는데 ‘아니 왜 몸이 이렇게 될 때까지 참으셨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요.

전 민감한 사람이거든요. 눈에 거슬리는 게 많아요. 온 세상이 다 문제인 거예요. 남들은 그냥 둔감하게 지나치는 불편함도 제 눈엔 다 포착되거든요. 그걸 다 보고도 일단은 참는다는 거죠. 대표가 되면서 그 참을성이 한층 업그레이드됐어요. 뭔가가 눈에 보여도 일단은 삼키고, 혼자서 곱씹고, 그러다 가끔 한번 이야기해 보고.

최근엔 그걸 느껴요. 참을성이라는 건 제가 타고 난 기질인데, 나이가 들수록 그걸 컨트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걸 스위치처럼 껐다 켰다 할 수 있으면 그때부터 기질이 아니라 능력인 거죠. 저 역시 여전히 노력 중이긴 해요. 근데 리더로서는요, 항상 참는 편이 좋은 거 같던데요?”

슈퍼히어로 시리즈 ‘엑스맨’에 등장하는 돌연변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제어하기 전까진 세상으로부터 괴짜 취급을 당합니다. 자기의 능력을 끄고 켜고 조절할 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고요. 자신이 가진 가장 강한 힘으로 맨땅을 깨고 있는 세동씨.

그는 타고난 기질을 능력으로 바꾸기 위해, 그 능력을 발판 삼아 자신의 소명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보이저엑스라는 항해선에 오릅니다.

Editor's note

5월 18일(목)에 출고되는 커리업 뉴스레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커리업 뉴스레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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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

하편 목차

  • Chapter4. 틀리는 게 기본, 맞는 게 아웃라이어
  • Chapter5. 일하는 모든 자여 면접관의 무게를 견뎌라
  • Chapter6. 회사는 반드시 ‘왕정체제’여야만 할까? 그 통념을 깨고 싶었다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

카이스트를 졸업 한 후 1998년 네오위즈에 인턴으로 입사해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을 개발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첫눈을 세우기도 했다. 네이버에서 셀카앱 ‘B612′을 개발했다. 2017년 보이저엑스를 창업했다. 보이저엑스는 <브류>, <온글잎>등 AI 기술 기반의 B2C 서비스를 선보이는 AI 인공지능 기술 전문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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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던지는 4가지 질문

남세동이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

누군가 돈을 주지 않아도 기꺼이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몰입해봣던 순간은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