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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뇌전증, 성장하면서 60~70% 자연스레 사라져요”

입력
2023.05.22 18:20
수정
2023.05.23 09:4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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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헌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헌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이 뇌전증 환자는 약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으며, 60~70%가 성장하면서 뇌전증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헌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이 뇌전증 환자는 약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으며, 60~70%가 성장하면서 뇌전증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뇌전증(腦電症·epilepsy)은 별다른 원인 없이 반복적인 발작을 일으키는 만성질환이다. 뇌전증 발작은 뇌신경세포의 발작적이며, 과동기화ㆍ과흥분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명당 6명 정도가 발생하며 매년 10만 명당 20~70명이 새로 뇌전증 진단을 받는다. 특히 10세 이하와 60세 이상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뇌전증이라도 증상과 예후(치료 경과)가 아주 다양하고 치료 방향도 달라진다. 이처럼 뇌전증은 보호자나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합 질환일 뿐만 아니라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

‘뇌전증 치료 전문가’ 김헌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뇌전증은 복잡하고 다양한 만성질환이지만 잘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오해를 많이 하는 질환이기에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뇌전증 발생 원인과 증상은.

“어린이 뇌전증 발병 원인은 유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대표적인 원인은 선천성 뇌 손상, 뇌 기형, 선천성 대사 이상, 유전 질환, 뇌염 등 원인이 다양하고 발달 지연, 지적 장애, 자폐 등이 동반된다.

증상은 뇌에서 과도한 전기활동이 발생하면 발작이 나타난다. 종류ㆍ모양이 매우 다양한데 가만히 있거나 멍하게 있으면서 반응이 없는 증상부터 팔다리나 온몸을 반복적으로 움찔거리기도 한다.

뇌전증 진단은 뇌파 검사로 이뤄진다. 뇌전증 환자의 뇌파는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활동이 검출되는데, 이것을 기록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뇌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 검사로 뇌의 구조적인 이상을 찾아낼 수 있으며, 최근에는 뇌전증의 유전적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발작이 발생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발작은 갑자기 발생하는데 대부분 넘어지거나 의식을 잃을 수 있기에 외상이 자주 발생한다. 아울러 전신 발작을 오랫동안 일으키면 뇌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뇌가 손상될 수 있다.

발작은 대부분 2분 이내 멈추지만 5분 이상 지속되면 응급 상황으로 여겨 응급치료를 시행한다. 발작이 생기면 주변을 정리해 환자가 다치지 않게 하고 구토로 인한 기도 폐쇄가 있을 수 있기에 환자 몸을 옆으로 돌려줘야 한다.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청색증이 나타나면 호흡을 보조해준다.”

-뇌전증은 치료하기 어려운데 관리법은.

“뇌전증의 가장 기본적인 관리는 환자가 다칠 수도 있는 발작을 조절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어린이 환자는 약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으며, 60~70%가 성장하면서 뇌전증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약물은 항뇌전증약(항경련제)을 사용하며, 발작 발생 가능성이 없을 때까지 진행한다. 관리 기간은 질병 및 개인마다 다르고, 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담당의사와 상담 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뇌전증은 자연스레 없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3년 정도 발작이 없고 뇌파가 정상이라면 점차 복용량을 줄일 수 있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약물 효과가 낮으며, 고용량 약물을 사용하기에 부작용도 증가한다. 아울러 발달 지연ㆍ지적 장애ㆍ자폐 등 다른 질환도 동반되고 발달 조절도 어렵다. 이때 ‘케톤생성식이’ 같은 식이요법이나 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

예전에는 뇌전증 수술할 때 두개골을 열고 전극을 넣어 검사했는데, 최근에는 최소침습수술을 진행한다. 아울러 웨어러블 장비를 이용해 뇌파를 측정하고 발작을 탐지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처럼 뇌전증 치료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뇌전증은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라 환자가 쓸 수 있는 앱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약물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많다는데.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부작용으로 약물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발작을 조절할 수 없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부작용은 일부 환자에게만 나타나며, 1~2가지 약제를 사용할 때는 나타나는 부작용도 크지 않다. 대부분의 항경련제는 처음 사용하면 졸리고 어지럽고 멍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소량으로 시작해 서서히 양을 늘리면 잘 적응할 수 있다.

이 밖에 부작용이 나타나면 담당의사에게 말하고, 장기간 사용해야 하므로 부작용이 심하면 약을 바꿔야 한다. 약물마다 부작용이 다르고 어떤 환자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에 환자와 보호자는 복용 약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사회적 편견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뇌전증 환자의 일생에서 발작이 나타나는 시간은 0.1% 미만이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은 발작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99.9% 시간을 보낸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편견에서 비롯되는 사회적인 낙인이다.

뇌전증 환자가 잘 치료하고 학교ㆍ사회에서 건강하게 지내려면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혹시라도 길에서 발작을 일으킨 환자가 보이면 재빨리 119에 신고하길 바란다. 또한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주위를 정돈하고 구토를 일으키면 기도 확보를 위해 몸을 돌려주는 게 좋다. 이후 환자가 의식이 돌아왔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면 환자가 당황하거나 불편해하는 걸 줄일 수 있다.”

-환자와 가족에게 조언을 하자면.

“소아청소년 뇌전증 환자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일상생활을 잘 하려면 자신과 보호자가 질환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 예후가 좋은 양성 뇌전증이나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은 환자는 약만 잘 먹으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또한 발작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잘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난치성 뇌전증이라면 발작을 완전히 없애긴 어렵다. 따라서 발작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을 전문의와 함께 찾아야 하며, 발작이 생기면 대응 방안을 잘 알아둬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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