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예방백신 없는 C형 간염, 무료 국가건강검진에 빨리 포함해야”

입력
2023.05.28 08:20
20면
0 0
C형 간염은 현재 예방백신이 없어 알려진 혈액 전파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아직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고위험군이라면 건강검진으로 본인의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C형 간염은 현재 예방백신이 없어 알려진 혈액 전파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아직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고위험군이라면 건강검진으로 본인의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C형 간염은 간에 감염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면역반응을 일으켜 간을 손상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C형 간염이 무서운 이유는 AㆍB형 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는 데다 방치하면 만성간염에서 간경변(간경화)을 거쳐 간암으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간암 환자의 15%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꼽힌다. 평소 혈액을 통한 감염에 주의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을 ‘2030 바이러스감염 퇴치 인증 기준’에 도달하기 어렵고, C형 간염 퇴치가 어려운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BㆍC형 간염 감염은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산업재해로 명시돼 있다.

다행히 대한간학회 등 관련 학회들이 간암을 일으키는 C형 간염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C형 간염 선별 검사를 올 하반기부터 국가건강검진(무료 검진)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C형 간염, 증상 거의 나타나지 않아

C형 간염은 B형 간염처럼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이전에는 수혈로 주로 감염됐지만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수혈로 인한 감염은 크게 줄었다.

반면 정맥 주사 약물 남용ㆍ주사침 찔림 손상ㆍ침술ㆍ문신 등 오염 혈액에 노출된 경우가 절반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만~400만 명이 감염되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아시아 지역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C형 간염은 수직 감염으로 주로 전파되는 B형 간염과 달리 성인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이 경우 바이러스가 85%까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 간염으로 악화한다.

문제는 C형 간염 환자의 80%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복수ㆍ황달ㆍ간 종괴 등이 나타나면 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C형 간염은 현재 예방백신이 없어 알려진 혈액 전파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아직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고위험군이라면 건강검진으로 본인의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C형 간염은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C형 간염에 감염됐다면 추가로 유전자형 검사를 실시한다. 1~6형 6가지가 있기에 정밀 유전자형 검사로 어떤 바이러스인지 구분해야 한다.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 약제나 치료 기간이 달라진다.

검사법이 복잡한 대신 한 번 정확한 유전자형을 밝혀내면 치료제로 거의 완치할 수 있다. 치료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한다. 치료 기간은 8주 정도 걸리고, 완치율은 98% 이상이다. 과거에는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밖에 없었지만 그마저도 치료 기간 48주에 완치율도 60%에 불과했다.

C형 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하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다만 C형 간염의 경우 완치 후에도 안심은 금물이다. 간경변, 간암 발생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언제 어디서 다시 감염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염 환자에서 가장 위험한 경우는 Bㆍ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이지만 증상이 없고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을 때”라며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고, 여러 진단법으로 증상, 간 수치에 상관없이 정기 진료로 간경변 진행과 간암 발생 예방이 가능한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예방백신 없는 C형 간염, 조기 검진 중요

C형 간염은 지난해 8,308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예방접종 대상인 B형 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어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먹는 치료제를 복용하면 완치율이 100% 가까이 되지만 발견이 늦어 C형 간염으로 목숨을 잃을 때가 적지 않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올해 하반기 C형 간염을 국가건강검진(무료) 항목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년마다 국가검진에서 C형 간염을 검사하거나, 기존의 B형 간염 검사를 대체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한간학회ㆍ한국간담췌외과학회ㆍ대한간암학회ㆍ대한간이식연구학회 등 4개 학회는 최근 가진 ‘The Liver Week 2023’ 간담회에서 “C형 간염 선별 검사를 빨리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간학회는 40~65세를 대상으로 C형 간염 선별 검사를 평생 1회 시행하는 검진 사업이 도입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장재영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은 10만 명당 양성률이 0.75%고 확진자가 0.18%에 그치고 있지만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 가능성이 있어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면 손해보다 이득이 큰 중요한 건강 문제”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