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직장인 30% '갑질' 겪어… "참지 말고 적극 대처하길"

입력
2023.08.31 04:30
15면
0 0

[인터뷰]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

편집자주

월급쟁이의 삶은 그저 '존버'만이 답일까요? 애환을 털어놓을 곳도,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막막함을 <한국일보>가 함께 위로해 드립니다. '그래도 출근'은 어쩌면 나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에게 건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습니다.

김유경(왼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와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 25일 서울 태평로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대담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김유경(왼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와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 25일 서울 태평로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대담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월급쟁이 삶은 그저 ‘존버’(버틴다는 뜻의 속어)가 답일까. 폭언, 모욕, 반말, 부당 지시 등 각종 갑질을 그저 참고 견뎌야 할까. 지난 2년간 ‘그래도 출근’ 연재를 통해 전문가들과 함께 살펴본 대답은 ‘아니오’였다. 직장에서 부당하다고 느꼈다면 정말 부당한 일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해결할 다양한 방법이 마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한국일보는 ‘그래도 출근’ 연재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낌없는 조언을 해온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를 만났다. 이들은 직장 내 갑질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극악무도한 괴롭힘은 줄었지만 교묘한 갑질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 많은 신고가 이뤄져야 조직 문화가 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대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대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현장에서 체감하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줄었을까.

박점규(박): 사용자나 직장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다른 직원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진 지 4년이 됐다. 법 시행 전에 설문조사를 했을 때는 직장인의 45% 정도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 지금 조사를 하면 30% 안팎 수준이 나온다. 다만 30%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고 있어 왜 그런지 주목하고 있다.

김유경(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진 후 예전 같으면 수면 아래 있었을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일어난 간호사 장기자랑 같은 심각한 괴롭힘은 사라지는 추세다. 회식 강요, 술자리 벌주, 원산폭격 등의 문화도 줄었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교묘한 괴롭힘 문제는 여전히 많다.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기준은.

박: 과거에는 ‘후배가 솔로다’라고 하면 짝을 연결시켜 주는 게 미덕이었다. 지금 ‘애인 있냐’고 집요하게 물으면 직장 내 괴롭힘이다. 그 사람이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비혼주의자인지 반려견과 함께 살려는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타인의 개인적 취향과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게 지금 수준의 인권 의식이다.

김: 직장 갑질 예방교육에 나가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했는지’를 따져 보라고 설명한다. 업무 상 적정범위를 얘기할 때는 ‘사회 통념’이 중요하다. 이 사회 통념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계속 변화한다. 예전에는 여직원이 커피 타는 게 너무 당연했지만 지금 기준에서는 아니다.

-지금 변화에 적응 안 되는 사람들도 있겠다

박: 요새 공공기관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아직도 자녀 결혼식, 부모 장례식에 부하 직원을 동원해 주차 관리, 음식 배달 등 '사적 용무 지시'를 하는 관리자가 있더라. 우리가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걸 느낀다.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살 산업재해’가 2021년 기준 158건 발생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 직장 내 괴롭힘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업무 지시 과정에서의 부당함’이 늘 1등이다. 이 유형의 특징은 가해자(피신고인)가 하나같이 굉장히 억울해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15년 동안 근속한 직장 상사라면 코피 터져 가며 새벽까지 일하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니 부하 직원이 오후 6시에 ‘칼퇴’를 하면 싫은 소리가 나오는 거다. 문제는 신고가 이뤄지면 회사는 가해자를 빨리 징계하고 끝내고 싶어 한다. 그러면 노사 관계가 틀어지고 회사 내에 편이 갈리면서 조직이 엉망이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할 때 단순히 노무관리 측면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상처 회복, 조직 문화 개선, 인권 의식 상승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 노무사가 25일 서울 태평로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대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 노무사가 25일 서울 태평로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대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할 말 하는 MZ세대와 기성세대가 겪는 갈등도 있겠다.

박: 설문조사를 해보면 직장 내 인권 감수성은 ‘50대ㆍ남성ㆍ고위직급’이 가장 낮고 ‘20대ㆍ여성ㆍ하위직급’이 가장 높다. 지금 직장에서는 이 인권 감수성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20대ㆍ여성 ㆍ하위직급 인권 의식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가령 IT 조직의 경우 재택근무를 안 하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로 젊은 인재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은 다 재택근무를 한다. MZ세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전히 ‘신고’는 어려운 듯하다.

김: 신고한 후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하고, 신고해서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 다 ‘조직이 나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과거 조직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이런 경우가 많았다. 신고자가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받았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조직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또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박: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 지금은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주요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 사각지대’에 있다. 고용노동부도 행정력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없다고 좋은 회사인 건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그렇게 되도록 고용부는 사건이 생겼을 때 철저히 조사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회사들에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장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 ‘그래도 출근’이라는 제목을 처음 듣고, 제목 다음에 느낌표일까, 물음표일까 궁금했다. ‘그래도 출근!’이면 버티자는 말이고, ‘그래도 출근?’이라면 '그런데도 출근해야 해?'라는 회의적인 뜻이니까.(웃음) 2년간 코너를 지켜보며 직장인을 격려하는 내용이라는 걸 알았다. 이 코너 덕분도 있겠고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조직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움직이고, 말하고, 신고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조직 내 문제들이 더 부각되고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인정하고 인식하고 개선하면 좋겠다.

박: 제가 ‘가해자인 50대 남성’의 지위에서 말씀드리면,(웃음) 저와 같은 분들이 억울할 거다. 지금 60, 70대인 분들은 더한 일도 당하고 더한 가해도 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는 직장 인권 의식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본인이 관리자라면 이제 인권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연재에 나왔던 사례들이 우리 직원도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깨닫는다면, 50대 부장이지만 ‘꼰대’가 아니고 ‘인권 의식 높은 관리자’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지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