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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

입력
2023.09.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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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로봇 스타트업 에니아이 체험기 3회

에니아이는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입니다. 햄버거 패티를 굽는 인공지능(AI) 로봇 '알파 그릴'을 개발했고 포장을 포함해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알파 키친' 로봇을 준비 중입니다. 이런 로봇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3인방이 있어 만나봤습니다.

지민수 에니아이 기술총괄(CTO)이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로봇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가흔 인턴기자

지민수 에니아이 기술총괄(CTO)이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로봇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가흔 인턴기자

지민수 에니아이 기술총괄(CTO)은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4명의 동료와 함께 에니아이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그는 현재 개발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기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창업을 하면 회사를 계속 키워나가는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햄버거가 여러 음식의 조리 과정을 담고 있는 요리라서 햄버거 조리 로봇을 만들면 다른 음식의 조리 로봇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는 초등학생 때 조립할 수 있는 부품과 공구가 들어있어 여러 모형을 만들 수 있는 '과학상자'를 접하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과학상자 대회가 열렸어요. 다른 친구들은 설계도를 보고 만드는데 저는 설계도 없이 로켓을 만들었어요. 이를 높게 평가한 심사위원들 덕분에 금상을 받았죠."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은 힘들었습니다. "창업 초기 시험용 로봇이 자주 고장 났어요. 햄버거 매장이 오후 10시에 문을 닫으면 매장 직원들이 퇴근한 뒤 주방에 가서 로봇을 고쳤어요."

그는 로봇을 개발하며 고장을 줄이고 고객의 필요에 따라 로봇의 외형이나 기능을 빠르게 바꿀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예전에는 화면이 로봇 아래쪽에 있었는데 화면을 조작할 때 허리를 숙여야 해서 불편하다는 의견을 듣고 화면 위치와 조작 단추의 위치를 위로 옮겼죠"

장주철 에니아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 박람회 NRA 쇼에서 조리 로봇 '알파 그릴' 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에니아이 제공

장주철 에니아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 박람회 NRA 쇼에서 조리 로봇 '알파 그릴' 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에니아이 제공

로봇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은 장주철 에니아이 소프트웨어팀 개발자도 공동 창업자입니다. 그가 이끄는 소프트웨어팀은 로봇 알파 그릴의 품질을 검사하는 시스템 '알파 클라우드'를 만들었습니다.

알파 클라우드는 카메라와 감지기로 조리 중인 패티의 신선도와 조리 온도, 모양을 관찰합니다. 이러한 조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햄버거 패티의 품질을 관리합니다. "설정한 온도와 다르게 로봇의 불판이 달궈지는 등 이상 현상이 발견되면 자동으로 감지해요. 업무용 메신저 '팀즈'를 통해 직원들에게 통보가 가죠. 오류가 언제 발생했는지 바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했어요."

알파 클라우드는 직원들의 일손을 크게 덜어줬습니다. "알파 클라우드가 없던 시기에 로봇에 문제가 생기면 원인 파악이 어려웠죠. 지금은 알파 클라우드가 로봇의 기록을 모두 수집하기 때문에 문제를 바로 파악해 고치기 쉬워요."

또 알파 그릴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갱신하는 기능도 개발했습니다. "예전에는 로봇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갱신하기 위해 직접 햄버거 매장에 방문해 전선을 연결했어요. 지금은 로봇 작동 중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원격으로 하죠."

이강규 에니아이 기계팀 테크리드(왼쪽에서 첫 번째)와 직원들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 박람회 NRA 쇼에 참가하고 있다. 에니아이 제공

이강규 에니아이 기계팀 테크리드(왼쪽에서 첫 번째)와 직원들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 박람회 NRA 쇼에 참가하고 있다. 에니아이 제공

에니아이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이강규 기계팀 테크리드는 카이스트에서 로봇을 전공하고 사람을 닮은 인간형 로봇 '휴보'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언제인가 로봇이 세상을 바꿀 것 같아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었죠."

에니아이에 합류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로봇이 식당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다가 햄버거 로봇을 개발하냐고 물어봐요. 이곳에서 로봇을 통해 식문화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로봇 개발을 통해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일에 기여하고 싶어요."

그가 카이스트에서 휴보를 개발하며 쌓은 경험은 알파 그릴 개발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는 알파 그릴에서 그리들 모듈을 개발했습니다. 그리들 모듈은 고기를 굽는 역할을 합니다. "패티를 한 시간에 수백 개씩 구워내는 그리들 모듈은 단순해 보여도 양면 압착, 위생, 안정, 온도 조절, 냉각 등 굉장히 많은 기술이 들어간 기술 집약체죠."

그는 휴보와 알파 그릴이 다르면서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걷거나 뛸 수 있도록 정확한 힘을 가해 땅을 잘 딛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알파 그릴도 패티를 철판에 정확한 힘으로 압착시켜야 해요."

특히 조리 로봇이어서 위생을 엄격하게 신경 씁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미국 국립위생협회(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NSF) 인증을 따르려고 해요. 이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음식물이 쉽게 씻겨나가도록 설계했어요. 때로는 NSF 인증보다 훨씬 엄격한 내부 기준을 적용하죠. 완성된 패티를 직접 옮기는 부분인 스패츌라는 틈이 없게 만들어 음식물이 끼지 않아요. 표면을 매우 매끄럽게 제작해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어렵도록 만들었죠."

그에게 필요한 인재에 대해 묻자 로봇으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발전시키려는 사람을 꼽았습니다. "회사를 설명할 때 단순히 햄버거를 만든다고 하지 않아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발전시키는 회사라고 하죠. 스마트폰 발명으로 사람들의 삶이 크게 변한 것처럼 조리 로봇 개발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바뀌길 원해요. 그러한 일에 가슴이 뛰는 사람들을 찾고 있어요."

이가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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