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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코앞에서 음식 흡입...제프 소벨의 '연극 먹방'이 말하는 것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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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코앞에서 음식 흡입...제프 소벨의 '연극 먹방'이 말하는 것은[인터뷰]

입력
2024.04.03 11: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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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아트센터 아시아 초연 연극 '푸드'
지난해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화제작
'디 오브젝트 레슨''홈' 이은 일상 3부작 완결

웨이터 복장을 한 연극 '푸드'의 연출 겸 배우 제프 소벨. 강동아트센터 제공

웨이터 복장을 한 연극 '푸드'의 연출 겸 배우 제프 소벨. 강동아트센터 제공

음식은 때로 언어가 된다. 유튜브 최고 인기 콘텐츠인 '먹방(먹는 방송)'에선 음식을 매개로 한 소통과 교감이 이뤄진다. 먹방의 연극 버전은 어떨까. 미국 연출가이자 배우인 제프 소벨(49)은 연극 '푸드'에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 치운다. '푸드'는 웨이터 복장의 소벨이 대형 식탁에 둘러앉은 관객에게 말을 걸고 와인을 따르며 주문을 받는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공연. 202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초연 후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27회 전석 매진을 이끈 화제작이다. 음식 실물이 등장하지만 음식을 먹는 건 소벨 단 한 사람뿐이다. 소벨이 허겁지겁 많은 음식을 먹는 동안 관객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시아 초연인 이달 4~7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에 앞서 1일 소벨을 만났다. 그는 "관객이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같이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음식이라는 주제를 택했다"며 "음식에 관해선 누구나 경험과 의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과, 셀러리, 당근, 양파 등 '새벽 배송' 공수

연극 '푸드'에서 연출 겸 배우 제프 소벨은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 강동아트센터 제공

연극 '푸드'에서 연출 겸 배우 제프 소벨은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 강동아트센터 제공

소벨은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스스로를 "진지하면서 황당한 순간에 흥미를 느낀다"고 소개한다. "웃음으로 관객이 감정을 완전히 열고 경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코미디야말로 최고 경지의 예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13년 '디 오브젝트 레슨', 2017년 '홈'에 이은 '푸드'까지 3편에서 연달아 일상적 주제의 비일상성을 탐험하는 작품을 선보여 온 이유다. 소벨은 피지컬 시어터(신체극) 연출가. 3부작 모두 캐릭터와 스토리 없이 관객이 공연의 중심이다. 그는 "너무 일상적이라 감사의 마음 없이 받아들이기 쉬운 주제를 공연 소재로 선호한다"며 "공연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연결시키는 데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푸드'의 콘셉트는 파인다이닝 식당의 디너파티 현장이다. 무대 위엔 하얀 식탁보가 덮인 가로 6m, 세로 6.5m 크기의 대형 식탁이 놓인다. 전체 250석 중 식탁 옆에 마련된 테이블석 30석은 총 5회 차 공연이 20분 만에 매진됐다. '인간은 왜 먹는가' '우리가 먹는 것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기 위해 공연엔 매우 많은 음식이 등장한다. 외신 리뷰에서 '소벨이 15분 동안 9,000칼로리를 먹어 치운다'고 묘사했을 정도. 강동아트센터는 이를 위해 사과, 셀러리, 당근, 양파 등 식재료 10여 가지를 매일 새벽 배송 서비스로 공수할 예정이다.

"공연은 가르치기보다 관객 호기심 자극해야"

제프 소벨은 "음식이 중요하지 않은 문화는 없지만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은 음식과 함께하는 식사가 중요한 것 같아 이번 공연이 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프 소벨은 "음식이 중요하지 않은 문화는 없지만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은 음식과 함께하는 식사가 중요한 것 같아 이번 공연이 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소벨은 프랑스 파리 자크 르코크 학교에서 피지컬 시어터를 공부한 뒤 필라델피아 피그 아이언 극단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일상 공간을 무대로 옮기는 작품들은 자크 르코크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었다. 소벨은 "일상의 공간은 무대에 올라가면 원래의 의미를 초월해 더 특별하고 빛나는 공간으로 변한다"며 "극장의 무대 위와 무대 뒤를 다룬 작품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소벨은 공연이란 관객에게 메시지를 직접 주입하기보다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다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함께하기를 바라고 연결되고 싶어 하죠. 코로나19를 거치며 홀로 고립되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모두 깨달았잖아요.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상황이 또다시 올지도 모르지만 그 전까지 함께 모여 즐기고 배우면 좋겠어요. 그러자면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 더 필요하겠죠."

'푸드'는 강동아트센터 공연 후 12~14일 충남 공주문예회관, 19~21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선보인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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