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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우수기업 살펴보니… 법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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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우수기업 살펴보니… 법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입력
2024.05.16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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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성평등 우수기업 자가진단 도구 및 우수사례' 보고서
최근 3년간 고용평등 우수기업 포상받은 47개 기업 유형화
임신 직원 '재택근무' 배려, 직원 성장 위해 '조기 퇴근' 허용
"우수사례 제도화 검토해야" "직원 갈등 조정도 필요"

우리나라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의 보장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5위 수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의 보장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5위 수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현대백화점면세점 직원인 김지원(가명·37)씨는 임신 당시를 회상하면 회사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회사의 ‘임신 전(全) 기간 근로시간 단축제’ 덕분에 2022년 임신 당시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유산 위험이 있는 ‘임신 12주 이내·임신 36주 이후’에만 근로시간 단축제를 쓸 수 있지만, 이 회사는 임신부 보호를 위해 ‘임신 전 기간’ 빠른 퇴근을 허용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임신 때 회사로부터 매달 건강보조제 구입비, 교통비 지원금을 받았다. 아이를 낳은 지금은 가사도우미 채용 지원비가 나온다. 김씨는 15일 한국일보에 “지금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사용해 2시간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보고 있다”며 “이런 정책들이 확대되면 향후 둘째를 갖는 것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성평등 우수기업 유형별 사례. 그래픽=박구원 기자

성평등 우수기업 유형별 사례. 그래픽=박구원 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최근 고용노동부 의뢰로 '우수기업 자가진단 도구 개발 및 우수사례 발굴’ 보고서를 내놨다. 최근 3년 동안 고용부가 선정한 47개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한국일보와 고용부는 2001년부터 직장 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공헌한 기업에 ‘고용평등 공헌포상’을 수여해 왔다.

보고서를 보면 특히 모성보호 측면에서 법으로 정한 기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연구원은 이들 기업에 대해 “법정 제도에 더해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많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근로자의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출산장려금 1억 원’과 같은 파격적 제도가 아니더라도, 의지가 있다면 기업 상황과 직원 필요에 맞는 제도를 개발해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2년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교육기업 멀티캠퍼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임산부를 ‘재택근무자’로 지정해 출근 부담을 덜고, 임신을 원하는 직원에게 최대 1년의 난임휴가를 지원한다. 역시 ‘임산부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정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2021년), 출산 직원 및 배우자에게 8주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한국피앤지판매유한회사(2022년)도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과거 ‘출산·육아 지원’에 집중되던 휴가 복지 제도가 최근에는 ‘일·생활 균형’에 초점을 맞춰 다양화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제조업체 슈피겐코리아는 매주 목요일 직원을 2시간 일찍 퇴근하게 해 자기계발 시간을 갖도록 한다. 개인 업무에 활용하도록 2시간 단위로 휴가를 쪼개 쓰는 ‘반반차 제도’도 도입했다. 슈피겐코리아 관계자는 “개인적 불편함을 해결해야 업무에 몰입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격주로 주 4일제를 시행 중인 하지공업주식회사(2022년), 전 직원 자율출퇴근제를 운영하는 골프존(2023년)도 우수기업으로 꼽혔다.

이정식(앞줄 왼쪽 여섯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5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2023년 고용평등 공헌포상'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이정식(앞줄 왼쪽 여섯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5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2023년 고용평등 공헌포상'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남녀고용평등 측면에서는 ‘남성직장’으로 여겨지는 건설·제조업에도 고용평등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건설업체인 선영종합엔지니어링은 ‘여성관리자 양성’을 목표로 여성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여성 직원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도록 금전적, 교육적 지원을 제공한다.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는 ‘여성승진자 비율 30% 이상 유지’ ‘핵심부서 여성인력 30% 이상 배치’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원제약은 남성 직원이 많은 영업 직군에 여성 고용을 확대하려는 노력으로 2021년 상을 받았다.

고용부는 기업들이 모성보호와 일·생활 균형 수준을 높이는 데 활용하도록 ‘성평등 우수기업 자가진단 도구’를 기업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원은 “성평등 우수기업 사례는 사례집으로 만들어 적극 확산할 필요가 있다”며 “우수기업의 제도들은 법정 제도로 정책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다양한 제도를 사용하는 직원과 사용하지 않는 직원이 갈등하지 않도록 “구성원의 의견과 수요를 청취해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용부도 저출산 문제 해소와 일·생활 양립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 최대 3년으로 확대', ‘임신기 단축근로제 사용 기간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모성보호 3법'을 발의했다. 여야 대치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29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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