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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신념'에 흔들리는 평화… 대북전단 '박상학' 나비효과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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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신념'에 흔들리는 평화… 대북전단 '박상학' 나비효과는 계속된다

입력
2024.06.11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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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헌재가 전단금지법 위헌 결정하자
박상학, 올해 봄부터 대북전단 살포 재개
북한은 대북전단 이유로 오물풍선 날리기
당국, 박상학 살포 막을 방안 없어 골머리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뉴시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뉴시스


대북전단으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을 설명할 때, 절대 빠져선 안 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1999년 북한을 탈출한 박상학(56)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북한 접경지에서 대북전단 수십만 장을 날려 보내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2020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원인으로 제시했던 것도 바로 그가 주도한 대북전달 살포. 4년 전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그의 이름이 북한 오물 풍선 살포와 한국의 확성기 대북 방송 재개로 이어진 '악순환 대치' 국면에서 다시금 소환됐다.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꿋꿋한 신념.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낀 그의 개인적 경험, 북한의 시대착오적 대응 방식 등을 고려하면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남북 관계가 오로지 한 사람의 돌출행동에 좌지우지되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위헌 결정한 후,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에 아무 조치를 할 수 없게 된 상황도 박 대표 행동의 파급력을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전단 금지법'은 박상학을 노린 법

2020년 6월 26일 오후 경찰의 압수수색이 예정된 서울 강남구의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이승엽 기자

2020년 6월 26일 오후 경찰의 압수수색이 예정된 서울 강남구의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이승엽 기자

박 대표가 북한 쪽으로 전단을 날린 것은 10년이 넘었지만, 보내려는 박 대표와 막으려는 경찰의 수싸움은 4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6월 경찰은 박 대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당시는 대북전단 금지 조항이 없을 때였지만, 경찰은 박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 대표가 나흘 전 경찰 감시를 피해 경기 파주시에서 대형 풍선을 동원,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했다는 혐의였다.

북한이 2020년 6월 16일 개성 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020년 6월 16일 개성 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경찰은 법리검토 끝에 남북교류협력법상 미승인 물품 반출 혐의를 적용했다. 북한에 물품을 반출하려는 사람은 통일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북전단은 이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해 6월 16일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이유로 지목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박 대표를 송치했으나 검찰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만 박 대표를 기소했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이 돼서야 송영길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대표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법적으로 대북전단 살포가 금지됐다.

박상학, 위헌 결정을 받아내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6일 새벽 대북전단 20만 장을 경기 포천에서 추가로 살포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6일 새벽 대북전단 20만 장을 경기 포천에서 추가로 살포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하지만 박 대표는 법이 금지하는 상황에서 3년간 전단 살포를 멈추지 않았다. 박 대표는 접경지 주민들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전단을 날렸다. 검찰 기소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가리기 위한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결국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7대 2로 박 대표 손을 들어줬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헌재는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금지조항이 효력을 잃자 박 대표는 북쪽으로 바람이 부는 이번 봄을 기다려왔다. 결국 지난달 10일 오후 11시, 박 대표는 강화도에서 대북전단 30만 장과 K팝·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이동식저장장치(USB) 2,000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달아 보냈다. 위헌 결정 이후 첫 전단 살포였다. 풍선에 매달린 현수막에는 "김정은은 불변의 역적, 민족의 원수"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북한은 남쪽에 보낸 '오물 풍선'이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임을 강조했다.

오물풍선 날아오는데... 전문가들 "국회 입법 나서야"

9일 오전 5시 32분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한 빌라 옥상에 북한 대남 오물 풍선이 떨어져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9일 오전 5시 32분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한 빌라 옥상에 북한 대남 오물 풍선이 떨어져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경찰은 북한 인권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난감해한다. 10일 경찰 관계자는 "대북전단 살포는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현재는 허용되고 있다"며 "현행법 체계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제지하려면 북한의 구체적 위협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지역을 공격하는 등의 명시적 위협이 아니면, 경찰력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발생 방지를 위해 경찰관이 경고, 억류, 피난 등을 조치할 수 있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적용도 어렵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금처럼 오물 풍선을 단순히 날리는 정도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연결 짓기에는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입법 공백을 이유로 경찰이나 통일부 등이 모두 박 대표의 '마이웨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실정이다.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 취지를 고려해 살포 자제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물 풍선에 분노한 국내 민간단체까지 대북전단 살포에 합류하면서, '풍선전쟁'의 전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직접 피해를 받을까 봐 머리를 싸매고 있다. 4년 전처럼 행정명령 등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2020년 당시 경기도는 경기 연천군과 포천시, 파주시 등 접경지 5개 시군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바 있다. 경기도는 이번에도 '사전신고제' 등의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박 대표가 대북전단을 계속 살포할 의사를 굽히지 않는 만큼,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은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이 과하다는 것이지 대북전단 자제 요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권고하고, 국회가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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