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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소설 한 편을 '3년 4개월 동안' 읽는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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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소설 한 편을 '3년 4개월 동안' 읽는다는 일

입력
2024.06.10 16:34
수정
2024.06.10 16:5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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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알아차림’ 쓴 독서가 이수은 작가
“독자가 질문에 답해야 책은 비로소 존재”

20세기 걸작으로 꼽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

20세기 걸작으로 꼽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

단 한 편의 소설을 무려 3년 4개월 동안 읽고 또 읽은 사람이 있다. ‘고전 독서가’로 유명한 이수은 작가다. 과연 무슨 소설이었기에. “아무도 읽지 않는 걸작. 죽기 전에 결코 끝낼 수 없는 책. 실직했거나 요양이 필요한 병에 걸렸다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소설” 등의 꼬리표가 붙는 고전,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프랑스 소설가 프루스트가 1913년 첫 번째 권을 발표하고 1927년에 완성한 7권짜리(원전 기준) 이 소설은 영화, 연극, 전시회의 모티브가 됐고 ‘프루스트 현상’(향으로 기억이 환기되는 현상)이라는 심리학 용어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대중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을 완독했다는 사람은 “의심스럽다”고 이 작가는 말한다. 그럼에도 이 작가가 한국어판 기준 5,000쪽에 단행본으로는 10권이 훌쩍 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완독에 도전하고, 이 과정을 책 ‘느낌과 알아차림’으로 써낸 이유는 무엇일까.

왜?..."해명되지 못한 작가들을 다각도로 읽는다"


이수은 작가. 본인 제공

이수은 작가. 본인 제공

이 작가는 한국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대중에게는 아직 충분히 해명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작가들을 다각도로 읽어낸 책을 써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927년 이후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심오한 심리 철학 예술의 아포리즘으로, 프루스트의 자전적 에세이, 일기, 일화의 편린으로, 발췌된 문장들로, 맥락 없이” 떠도는 “줄거리를 잃어버린 소설”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본론을 꺼내보자는 시도다.

‘느낌과 알아차림’은 이를 읽음으로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아는 척 거들먹거릴 수 있게 해주는 책은 아니다. 프루스트라는 작가와 난해하기로 이름 높은 이 소설이 왜 이렇게 쓰여야만 했는지 등을 짚어나가며 해석의 세계로 가는 문을 살그머니 열고, 독자에게 ‘존재하는 책’이 되기를 권한다. “독자인 당신이 책의 물음에 답할 때, 비로소 그 책은 당신에게 존재하는 책이 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SNS에서 소설 발췌문 읽은 건 '독서'가 아니다"

이 작가는 그렇기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소설 일부 구절만 따오는 ‘발췌문 감상법’에 선을 그었다. 그는 “그렇게 접한 책이라는 것은, 그 어떤 책에 대해 자신이 이미 갖고 있던 추측을 기정사실로 믿을 계기를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가 생각하는 독서는 사고에 질적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읽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발췌문만으로 그러한 통찰에 이를 지혜가 있다면, 굳이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느낌과 알아차림·이수은 지음·민음사 발행·428쪽·1만8,000원

느낌과 알아차림·이수은 지음·민음사 발행·428쪽·1만8,000원

독서가, 그중에서도 ‘고전’ 독서가로 이름을 알린 이 작가에게 물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비롯한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가. 이 작가는 대답했다. “고전은 여러 번 다시 읽을 수 있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읽힙니다. 내적 풍요로움을 맛볼 기회가 가장 많은 작품들인 고전을 적극 권합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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