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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일의 즐거움' 세계 최하위권

생업으로 삼는 일에서 매일매일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수준으로만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세계 최하위권(하위 10위권)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29일 내놓은 자료에서 2021년 기준으로 각국 자영업자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일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느낀다'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90%를 넘은 국가가 34개국에 달했다고 밝혔다. 갤럽이 조사한 '일의 즐거움'(Work Enjoyment)은 정서적 개념으로 기존의 직무만족이나 직무몰입과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일은 힘들지만 높은 성과나 경력개발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직무몰입이나 성과는 높지만,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서적으로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비율은 선진국보다는 계층 갈등이나 경쟁 문화·업무강도가 낮은 남미·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높았다. 다만 북한이나 아프리카 저개발국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갤럽이 WPEF(Wellbeing for Planet Earth Foundation)와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는 엘살바도르(97% 응답률)였다. 2위부터 5위까지도 인도네시아(96%)와 파나마(96%), 니카라과(96%), 캄보디아(95%)가 차지했다. 이들 국가는 경제적으로 풍요하지는 않지만, 내전이나 테러 등 물리적 위험이 없고 사회·문화적으로 경쟁강도가 낮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5위권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몽골(92%) 라오스(90%), 콜롬비아(94%), 페루(92%) 등 다른 남미·동남아지역 국가도 해당 비율이 높았다. 반면 정정이 불안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는 '일의 즐거움'에 대한 긍정비율이 낮았다. 레바논(53%), 아프가니스탄(56%), 시에라리온(57%), 튀르키예(60%), 이집트(60%) 등이 최하위 5위 국가에 속했다. 대만(64%)은 주요 산업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하위 10위권에 포함됐는데, 한국의 비율은 대만보다 1%포인트 높은 65%에 머물렀다. 한국과 대만의 낮은 비율은 '유교·한자문화권'의 비슷한 배경과 글로벌 경제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의 비율은 각각 78%와 73%에 그쳤다. 국내총생산(GDP)이나 국가경쟁력 등의 측면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된 국가 가운데 긍정 응답률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국가는 스위스(94%), 덴마크(94%)에 불과했다. 선진 경제권으로 평가되는 대부분 서구 국가의 점수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80%와 79%였다. 영국(84%), 프랑스(83%), 독일(87%)도 중위권에 머물렀으나, 북미 선진국보다는 높았다. 이는 미국과 비교할 경우 상대적으로 복지를 강조하는 유럽연합(EU)의 분위기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일의 즐거움'은 개인의 삶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을 즐긴다'는 응답자들 가운데서는 35%가량이 '내 삶이 풍성해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을 즐기지 못하는 응답자들은 '내 삶은 힘겹고 투쟁적(Struggling)'이라는 비율이 60%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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