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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왜 주변국과 불화할까. 1948년 건국 이후 이스라엘은 주변국과 상시적인 전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3년 오슬로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팔레스타인 민족의 대표기구로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하기로 상호 타협함으로써 큰 진전을 이루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슬로 평화협정을 추진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파에 암살당하고, 강경파인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연이어 집권하면서 중동 평화의 꿈은 약화하고 말았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강경 노선을 걷게 된 배경에는 인구 구성의 변화가 숨어 있다. 강경파가 세력을 얻게 된 직접적 원인은 반복된 전쟁으로 서로 간에 원한이 쌓였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대량 학살을 피해 유럽에 살던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모여들었고, 1948년 그 수는 45만 명을 돌파했다. 문제의 씨앗은 영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과 중동 사람들의 지원을 얻을 목적으로 두 집단 모두에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한 데에서 비롯됐다. 유엔은 1947년 11월,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과 아랍인이 각각 그들의 국가를 수립하도록 하는 ‘팔레스타인 영토 분할안’을 결의했다. 그러나 수천 년 전부터 살고 있던 땅을 빼앗겼다는 분노에 찬 아랍인들이 반발했고, 이는 1948년 5월 15일 1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졌다. 숫자에서 절대 열세였던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이스라엘 독립국가 건설이 시작됐다. 1956년에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에 대항해 영국과 프랑스가 일으킨 전쟁에 이스라엘이 참전하면서 2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다. 1967년 6월에는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시나이반도와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공격해 점령한 3차 중동전, 1973년 10월 유대인의 명절(욤 키푸르)에는 이집트가 선제공격하면서 4차 중동전이 시작됐다. 위의 전쟁에서 모두 이스라엘이 승리하면서 이스라엘의 영토는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그만큼 중동에 대한 원한은 쌓였고, 그럴수록 강경파의 힘도 거세졌다. 이스라엘 정치 지형을 바꿔놓은 건 전쟁뿐이 아니다. 이스라엘 종교 집단 내 인구 구성이 바뀐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유대교라는 하나의 종교로 묶여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각 종파마다 큰 차이를 갖고 있다. 유대교 경전 ‘토라’를 공부하며 엄격한 신앙생활을 하는 종파인 ‘하레디’는 삶의 모든 면에서 종교적 가치를 가장 우선시한다. 영화에서 유대인을 묘사할 때 등장하는 하얀 셔츠와 검은 정장, 챙 모자를 쓰고 수염과 옆머리를 길게 기른 사람들이 하레디다. 하레디는 두려움‧경외감을 뜻하는 히브리어 ‘하레드(hared)’에서 유래한 말로, 유대교 경전‧율법 연구를 최대 소명으로 여겨 일은 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세속주의 유대교 집단(세큘라)은 하느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유대교가 이스라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두 집단의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출산율이다. 아래 <그림>은 이스라엘의 주요 종교 및 인종 집단의 출산율을 보여주는데, 하레디 여성은 평균 6.6명의 아이를 출산한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한 세큘라의 출산율은 주요 인구 집단 중에 가장 낮다. 상시 전쟁 상태인 이스라엘은 의무 군 복무제를 운영한다. 남성은 30개월, 여성은 24개월 군대에 있어야 하는데, 몇 가지 예외조항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우선 임신‧육아 상태에 있는 여성에 대한 면제 조항이다. 사회 참여가 비교적 적은 하레디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22세이기 때문에 대부분 군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 하레디 남성도 군 복무 의무에서 비껴 서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초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이 도입한 정책, 유대교의 전통 경전인 토라 공부를 하는 종교학교 학생들에게 적용한 군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 앞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홀로코스트로 말살된 유대인 문화와 학문 재건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하레디 학생에게 병역 의무를 면제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2012년 하레디에 대한 병역 특례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높은 출산율을 바탕에 둔 하레디는 ‘실력 행사’를 통해 병역 의무 면제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인구의 13% 이상으로 부푼 하레디가 자신의 종교정당에 집중 투표함으로써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네타냐후 정부는 샤스‧유대교토라연합 등 하레디 정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한 덕분에 집권을 지속하고 있고, 연립정부는 종교학교 학생에 대한 징집 유예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하레디의 인구가 날로 늘고, 하레디 정당과 손을 잡고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하레디를 포함한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 정부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 그비르는 최근 “3월 10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 라마단 기간 동안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예루살렘 성전산에서 기도하는 걸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루살렘 구시가에 위치한 성전산은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교에서도 메카에 이은 중요한 성지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23년 3월 19일,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정체성이란 건 없다. 왜냐하면 팔레스타인 사람이란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두 사람 모두 극우정당과 종교정당의 지도자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주요 연정 파트너다. 군 복무는 하지 않으면서 대외적으론 강경파로 행동하니 이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위세가 꺾이긴 어려워 보인다. 100% 비례대표제로 꾸려지는 이스라엘 국회에서 하레디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2009년 75만 명이던 하레디 인구는 2020년 128만 명으로 늘었고, 2033년엔 2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스라엘은 중동의 평화보단, 더 많은 땅을 원하는 나라로 행동할 공산이 크다. 혁신 국가로서 이스라엘이 갖는 위상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구 구성의 변화와 여기에 기댄 정치가 이스라엘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은 1인당 창업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업 수는 100개가 넘는다.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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