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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학장 반대에도… 대학 '2000명 이상' 요청할 듯

2024.03.02 04:30
의과대학을 운영 중인 전국 40개 대학이 지난해 1차 조사 때와 비슷한 2,000명 이상의 증원 수요를 정부에 제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섰고 의대 학장들도 350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대학 내부에서는 "작년과 유사한 증원 신청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의대 증원이라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데다 지역사회의 바람을 외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규모 의대가 있는 비수도권 사립대의 A총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원 신청 마감 시한인 4일에 지난해 수요조사와 유사하게 100명까지 늘리겠다고 교육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총장은 "우리 대학병원은 1,000병상이 넘는데 지금 의대 정원은 대학병원을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학생 확보가 절박한 비수도권의 다른 대학들도 이참에 상징성이 큰 의대의 정원을 100명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마침 정부는 증원할 2,000명을 비수도권과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에 집중 배분할 방침이라 비수도권, 소규모 의대에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점은 국립대도 다르지 않다. 영남지역 국립대의 B총장은 "지난해 수요조사와 비슷하게 낼 계획"이라며 "우리 지역은 인구당 의사 수가 굉장히 적어 지역의료원은 연봉 3억 원을 줘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대학들도 일단 정원을 10% 정도 늘려서 신청한다는 기류다. 서울의 한 사립대 C총장은 "정부는 수도권이라도 여건이 되는 대학은 증원한다는 입장인 거 같아 지난번과 같은 숫자를 쓰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며 "서울의 다른 대학들도 10명에서 20명 정도 추가 신청할 것 같다"고 했다. 의대생 동맹휴학,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 의대 학장과 교수들의 강한 반대가 부담스러워도 대학들은 신청 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비수도권 대학들은 '의료 역량 강화'라는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의 숙원도 감안해야 한다. B총장은 "의대 학장에게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작년에 우리가 낸 증원 수요가 있고, 지역 주민들에게 늘리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면 총장이 직무유기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며 "총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총장은 "만약 증원 신청을 안 했다가 우리만 증원이 안 되면 그 책임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대학 본부와 의대의 적정 증원 규모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정부는 대학 본부를 통해 수요를 취합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의대 학장 입장에서는 건물이 없어 증원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총장 관점에서는 그 옆에 타 대학 건물이 있고 전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 건물을 의대가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1차 수요조사 때 2025학년도 신입생 증원 규모를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제출했다. 이에 반해 40개 의대 학장으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최근 적정 증원 규모로 350명을 제시했다. 2차 조사에서도 대학들이 2,000명 이상 증원을 요구하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힘이 실리게 된다. 교육부는 4일까지 수요조사를 마친 후 복지부와 외부 의료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대학별 정원을 배분할 방침이다.
정부가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행정·사법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일 전공의 대표자 10여 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했고,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들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정부가 수차례 "엄정한 법 집행"을 예고한 만큼 3·1절 연휴가 끝나면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무더기 고발이 잇따를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조규홍 장관 명의로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서'를 공고했다. 대상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건국대병원, 충북대병원, 조선대병원, 분당차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13명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도 포함됐다. 업무개시명령서는 직접 교부 또는 우편(등기)으로 발송해야 하나 폐문·부재 및 주소 확인 불가 사유로 송달이 곤란한 경우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시송달로도 전달할 수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행동에 나선 지난달 19일부터 현장 점검을 거쳐 병원을 이탈한 약 9,500명에게 문자메시지, 수련부장의 통보, 등기우편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28일에는 복지부 직원이 박 비대위원장과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자택을 직접 찾아가 현장 교부했다. 공시송달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최후의 수단이다. 동시에 전공의에 대한 행정·사법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송달의 법적 효력을 최대한 확보해 향후 의료계와의 법정 싸움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의협 간부가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명령서 수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있었다. 첫 제재 대상자는 공시송달에 이름을 올린 전공의 대표자 13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파업이 아닌 자발적 개별 사직이라는 점을 내세워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유리한 지점에 있다고 본다. 신현호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사직서 제출 경위와 진의, 이후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만 명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사직서를 낸 행위를 개별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설사 개별 행동이라 해도 민법상 사직 의사를 밝힌 후 1개월간 근로 의무가 있어 진료 거부는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코너로 몰린 전공의들도 정부에 맞서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전국 국립대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대구, 대전, 광주, 춘천, 부산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고에도 복귀한 전공의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까지 환자 곁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전국 100개 수련병원 기준 565명뿐이다. 같은 날 오전 11시 기준 이탈자 8,945명(71.8%)에 비하면 6%에 불과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아직 근무지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집단행동을 접고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