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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까지 가짜였다… 워싱턴 활보한 美 명문대학원생 정체

2023.03.31 04:30
'이름 빅터 뮬러 페레이라. 국적 브라질. 혈통 아일랜드계.' 미국 워싱턴에서 10년간 활동하다 지난해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체르카소프의 가짜 신분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체르카소프의 '영화 같은' 10년을 추적해 보도했다. 체르카소프 투입 작전은 2009년 브라질에서 시작됐다.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은 관계자를 뇌물로 매수해 ‘빅터 뮬러 페레이라’의 가짜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았다. 페레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출생증명서에 그의 어머니라고 명기된 건 1993년 자녀 없이 사망한 브라질 여성이었다. 25세였던 체르카소프는 페레이라 명의로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만들어 여행사에 취업한 뒤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조용히 살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해당 여행사를 GRU 요원 소유로 추정한다. 체르카소프는 완벽한 연기를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세뇌했다. 노트북에서는 포르투갈어(브라질 공용어)로 그의 가짜 어린 시절을 묘사한 4쪽짜리 문서가 발견됐다. "아일랜드계 브라질인. 이국적인 외모와 억양 때문에 외국인이라 놀림받았고 친구가 없었음. 어릴 때 살던 리우데자네이루 다리 근처는 생선 냄새가 심해 싫었음···." FBI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이 문서를 10년 동안 보관하며 수없이 읽고 외웠다. 미국 정치·안보·경제 정보가 모여드는 워싱턴으로 가기 위한 체르카소프의 작전은 치밀했다. 아일랜드 명문 공립대학인 트리니티칼리지에서 학사 학위부터 땄다. 이후 워싱턴에 있는 대학원 두 곳에 지원했고, 2018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 합격했다. 스파이로 변신한 체르카소프는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대담하게 활동했다. 브라질 출신 명문 대학원생이라는 안전한 신분과 네트워킹 덕분이었다. 워싱턴에서 수시로 열리는 각종 싱크탱크 토론회 등에 참석해 인맥을 쌓았고, 이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GRU에 넘겼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측근인 한 싱크탱크 고문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취재하는 식이었다. 체르카소프는 의심받지 않았다. 러시아 출신인 유진 핀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억양은 이상했지만 아일랜드계 브라질인이라는 설명에 다들 납득했고, 러시아인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똑똑하고 유능했던 청년"이라고 말했다. 가짜 인생은 지난해 4월 체포되며 막을 내렸다. 네덜란드의 국제형사재판소(ICC) 분석관으로 취직하기 직전이었다. ICC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한 기관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러시아 대사관이 중요 인물의 도착을 준비하고 있다"는 동향을 포착했고, 미 중앙정보국(CIA)과 FBI와 공조 끝에 그를 스파이로 지목했다. 브라질로 추방된 체르카소프는 출생증명서와 여권 등 위조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상파울루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달 24일 미국에서도 불법첩보행위·비자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러시아는 체르카소프가 스파이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처벌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헤로인 밀매업자”라고 주장하며 브라질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고, 그는 러시아행을 요구했다. WP는 "체르카소프가 진짜 헤로인 밀매업자라면 러시아에서 징역 15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지게 된다"며 "그가 스파이라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무기 부족 현상 타개를 위해 북한산 탄약 확보를 추진해 온 정황이 미국 당국에 포착됐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제공하는 대가로, 식량 등 현물을 받는 거래를 모색해 왔다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서 무기 및 현물 거래를 추진한 슬로바키아 국적 무기상 야쇼트 므크르티체프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므크르티체프는 지난해 말부터 24종 이상의 북한산 무기와 탄약 등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러시아산 식량과 원자재 등을 북한에 보내기 위해 양국 관리들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OFAC는 "므크르티체프는 최근 러시아 고위 관리와 협상을 통해 북한산 무기를 받을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현물 거래는 성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정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이나 다른 나라로부터 군수품을 확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계속해서 찾아내 관련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2월에도 "북한이 러시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 등 무기와 탄약을 판매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이 이를 부인하자 미국은 올해 1월 위성 사진을 공개하며 재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