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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아빠 찬스, 투기도 통과… '현역의원 불패' 언제까지?

2023.10.03 10:40
국회의원이 되기 전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 문제"라거나 12·12 군사쿠데타를 옹호하는 등 각종 막말로 논란이 됐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지난달 27일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신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 국방위원들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1대 국회 국방위 소속으로 국민의힘 간사를 맡아 활동해 온 신 후보자가 민주당 의원들과 교분이 두텁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역 불패' 신화가 이번에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작된 이래 모두 233건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20건)·국무위원 인사청문요청안(213건)이 접수됐다. 이 중 대통령 임명 전 자진사퇴나 철회 등으로 낙마한 후보자는 모두 21명(총리 4명·국무위원 17명)이다.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3명(신원식·김행·유인촌)을 제외하면 9.1%의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의원 불패 신화는 강력하다. 총리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때 국회의원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68명(전직 16명·현직 52명)이다. 현역 의원의 경우 단 한 사람도 낙마한 적이 없고, 전직 의원으로 범위를 넓혀도 윤석열 정부 들어 정치자금법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하다. 낙마율은 1.4%에 그친다. 반면 비의원 출신은 모두 165명인데, 이들 중 20명이 낙마해 12.1%의 낙마율을 보였다. 낙마율이 낮다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비의원 출신이 낙마했던 사유들이 의원들에게서 재연된 경우도 많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인철 전 후보자와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이른바 '아빠 찬스'가 논란이 됐다. 김 전 후보자는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정 전 후보자는 아들·딸의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논란으로 낙마했다. 같은 시기 박진 외교부 장관 인사 검증 과정에서도 박 장관 딸이 '아빠 찬스'로 미국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에 특혜 취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지명된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만에 자진사퇴했는데, 이른바 '창조과학' 등 유사 과학이 논란이 됐다. 이보다 조금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지명됐던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유사 역사학의 입장에서 동북아 역사지도 사업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도 의원은 부인했지만 환단고기 등 유사 역사학을 추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도 의원은 무리 없이 장관에 임명됐다. 가족의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다운계약서 작성, 한국 국적 포기 같은 '단골' 낙마 소재 또한 의원들에게 '통과 의례'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 등 부동산 투기와 자녀 편법 증여가 논란이 돼 낙마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현역 의원이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이명박 정부 시절 주호영 특임장관의 경우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었지만 인사청문 절차를 무난히 넘겼다. 김대중 정부 때 장상 총리서리는 부동산 투기와 자녀 국적 논란 끝에 인사동의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녀 국적 논란에도 무난히 장관직 임명장을 받았다. 장관 후보자는 국회의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임명이 가능하지만 총리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2000년 첫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대상자였던 이한동 전 총리를 포함, 모두 20명의 인사가 국무총리로 지명이 됐는데 이 가운데 낙마한 4명은 모두 비의원 출신이다. 김대중 정부 때 장상·장대환 총리서리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김태호(이후 국회의원 당선)·안대희 후보자는 논란 끝에 지명 철회됐다. 역대 정부는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을 덜기 위해 현역 의원을 발탁해 왔다. 2006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이래 현역 의원을 가장 많이 장관으로 기용했던 건 문재인 정부다. 60명 가운데 20명이 현역 의원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50명 가운데 11명, 이명박 정부가 58명 중에 11명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신 후보자를 비롯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박진 외교부 장관·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등 4명의 현역 의원을 국무위원에 발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건설사, 플랫폼 등 기업인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관심을 모았던 4대 그룹 총수(삼성, SK, 현대차, LG)와 정탁 포스코 부회장, 가수 겸 배우인 김민종 KC컨텐츠 대표는 1차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산자위는 지난달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10월 10일과 12일에 열리는 종합 국정감사에 부를 증인 11명과 참고인 5인 명단을 확정했다. 10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는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이사와 서재희 방림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박 대표는 호반건설의 공공택지 '벌떼입찰' 의혹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서 대표는 국가산업단지 부지 매입 후 30년 이상 창고만 사용해 산단 발전을 저해한 것 아니냐는 물음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인 다섯 명도 태양광 발전 산업 침체 국가 산단 발전 문제를 진술하기 위해 이날 출석할 예정이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는 플랫폼 기업과 유통기업 대표 8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플랫폼 기업 중에는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과 김주관 네이버 비즈니스 CIC 대표, 문태식 카카오 VX 대표 등이 증인 명단에 올랐다. 함 부사장은 과도한 수수료율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와 관련한 질의를, 김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량 유통 가품에 대한 특허청 관리·감독 현황 점검을 위해 증인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문 대표는 기술 탈취 및 아이디어 도용 의혹 관련 질의를 위해 증인 명단에 올랐다. 이 밖에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협력사와 중소상공인들과의 협력 문제가,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구미 소재 기업을 인수한 뒤 일부 사업부를 폐지한 데 대해 지역 사회의 비판이 높아져 증인으로 호출됐다. 명단을 정하는 과정에서 상임위원들의 불만도 나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가 신청한 증인 중 핵심은 빠지고 덜 중요한 분이 (합의 명단에) 들어갔다"며 김민종 KC컨텐츠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정 의원은 "(인천에) K-콘텐츠시티라는 7조 원 정도 되는 사업이 지금 이뤄지고 있는데 KC컨텐츠라는 회사가 그걸 주도하고 있다"며 "KC컨텐츠의 대표이사가 김민종씨로 아무런 이유도 논리도 없이 (증인 목록에서) 빠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민종씨는 7월 18일 등기이사로 됐고 그보다 2년 전에 해당 사업 초창기부터 깊숙이 K-POP 문화클러스터 사업 조성에도 참여했다"며 "라스베이거스에 1월 경제청장과 같이 출장을 가서 사전에 논의를 했고 대표이사로 취임할 때 갑자기 자본금이 수십 배 증폭되고 출장 갔을 때 여러 가지 공무원과의 유착 관계도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증인 채택을 촉구했다. 당초 이장섭 민주당 의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에 다시 가입하게 된 이유를 묻기 위해 4대 그룹 총수를 모두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신청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들의 증인 채택은 무산됐다. 이 밖에 삼성물산과 포스코인터내셔널,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도 증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다만 국감 마지막 날인 10월 27일까지 계속해서 여야 간 합의로 추가 증인이 채택될 수 있어 기업인들에 대한 압박은 커질 전망이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1차 명단은 여야 합의된 부분"이라며 "2, 3차 (증인명단) 채택 기회가 있는 만큼 위원들 말씀 무겁게 받아서 재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인의 국감 증인 채택을 두고 매년 상임위마다 설전이 벌어진다. 정당한 문제 제기를 위한 필수 작업이라는 주장과 국감 흥행을 위해 유명 기업인들을 불러 망신 주기로 끝난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환경노동위원회는 8월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이강섭 샤니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야당은 애초 허영인 SPC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여당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됐다. 교육위원회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 회장이 8월 태풍 카눈 발생 당시 포스코 사외이사들과 캐나다로 5박 6일 해외 출장을 가서 골프를 쳤는데 사외이사 중 대학 교수가 포함돼 청탁금지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따져보겠다는 말이다. 지난해에도 최태원 SK회장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강동석 SPL 대표와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해 상임위원들의 질타를 들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책임자(GIO)는 2017년, 2018년에 이어 2021년과 2022년 국감장에 불려 나왔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2018년부터 2020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국회에 불려 갔는데 2021년에는 세 개 상임위(정무위원회, 산자위, 과방위)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스스로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신청이 상식적이고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뜻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