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혁·개방하라더니 국제사회에서 중국 배제... 악랄하다"

[2022 코라시아포럼 대담]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과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미중 대립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2022 코라시아포럼'에 참가한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이 ‘미중 대립, 중국 외교의 방향은’을 명제로 17일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와 화상대담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줄곧 요구했으나, 표변했다. 글로벌화에 미국과 동일한 이데올로기(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들만 참여시키려 한다.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이 그 예이다. 그러나 '칩4'를 구축해도 중국은 상관하지 않는다.”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이것이 공정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세계 기술 전쟁에서 미국의 태도가 악랄하다"면서 "한국의 칩4 참여는 실익보다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 주최로 열린 '2022 코라시아포럼'에서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와 화상 대담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주제는 ‘미중 대립, 중국 외교의 방향은’이었다.

주 원장은 미중관계와 동아시아 안보 연구로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주목하는 국제정치학자다.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겸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주임을 지냈고, 베이징시 정치협상회의 위원을 역임했다. 재중동포 출신인 안 교수는 중국경제ㆍ금융을 연구했으며, 중국 옌볜대 교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입 줄이면 그만이다"

주 원장은 ‘칩4’에 참여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의 완전한 결별도, 중국과의 완전한 결별도 어려울 것”이라며 'G2' 사이에 낀 한국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전제를 깔면서도 한국의 ‘칩4’ 참여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반도체 수입을 줄이면 그만이지만, 중국은 한국 최대의 반도체 수출 시장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중 대립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2022 코라시아포럼'에 참가한 주펑(오른쪽)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이 ‘미중 대립, 중국 외교의 방향은’을 명제로 17일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와 화상대담을 하는 장면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포럼 행사장에 생중계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주 원장은 미중 간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첫 번째 이유로 "미국의 이기주의"를 꼽았다. 그는 “(미국은) 자신들이 언제나 1등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규칙을 바꾸면서까지 중국을 괴롭히고 있다”며 “미국이 국제질서의 규칙을 마음대로 바꾸는 행위는 전 지구적 재난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중국이 민주주의·시장주의 등 자유세계의 국제질서를 깨고 있다"는 미국 등 서방의 인식과는 정반대의 논리이다.

주 원장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을 두 번째 이유로 지목했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도전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최고 위협으로 보지 않고, 여전히 중국을 최고 위협으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주 원장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백인 우월주의’도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백인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인종주의적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위선과 탐욕, 교활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시진핑의 통치이념인 '중국몽'(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활)의 반대 사례로 본 것이다.

"중국은 대만 갈등 무력으로 해결하지 않아"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미국에 강대강으로 맞서기보다는 국제사회와 더 경쟁하고 협력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 원장은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강요하는 신냉전 논리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중국은 여전히 성장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격자로서 정면충돌을 일단 피할 것이란 논리다. 그는 "중국은 다자주의로 국제질서를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발리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사이의 가장 뜨거운 현안은 대만 문제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을 포기할 것이라고 결코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장은 “미국이 대만 문제로 장난치지 못하도록 하고, 대만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독립을 추진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력 사용을 실질적으로 고려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대만을 압박하는 레토릭(수사) 차원이라는 것이 주 원장의 해석인 셈이다. 그는 또 “미국이 대만을 제2의 우크라이나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압박할수록 강경하게 나올 것"

최근 중국은 북핵 문제를 관망 중이다. 시 주석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이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즉답하지 않았다. 주 원장 역시 "북한을 압박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반드시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압박한다고 북한의 변화가 빨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 일본과 손잡고 군사 억지력 강화 위주의 대북 정책을 펴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남북한의 접촉·대화를 강조했다.

주 원장은 중국의 민주화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3,000년 역사를 가진 중국이 개혁·개방을 한 지는 40년밖에 되지 않으니 중국에 시간을 준다면 민주화를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인구가 5,000만인 한국은 1990년대에 민주화를 달성했다"며 인구 14억의 중국 민주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