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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탁금’ 냈으니 반성? 포항 폐양어장 사건 범인 2심서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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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탁금’ 냈으니 반성? 포항 폐양어장 사건 범인 2심서 집행유예

입력
2023.0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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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4개월 실형’ 뒤집은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

19일 오전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폐양어장 고양이 학대사건’ 범인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포항 폐양어장 사건’을 일으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2심에서도 2년6개월의 실형이 유지된 ‘한동대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 범인과 엇갈리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시행된 ‘형사 공탁금 특례 제도’가 이번 판결에 결정적인 변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19일 오전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부장 진성철)는 동물보호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복 협박 등), 특수재물손괴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4개월, 벌금 2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결정한 형량과 동일했지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까닭에 복역 중이던 A씨는 석방됐습니다.

지난해 3월 경북 포항시의 폐양어장 학대 현장에서는 훼손된 고양이 사체(왼쪽)도 발견됐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A씨는 지난해 3월,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한 폐양어장에서 포획한 길고양이 16마리를 가둔 뒤 학대하거나 살해했습니다. 또한 그는 경찰에 검거된 뒤, 사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론화한 누리꾼 B씨에게 욕설과 협박성 내용이 담긴 SNS 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 모두 A씨의 행동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형량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신질환이 범행에 약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협박 피해자 B씨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공탁금을 법원에 기탁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뒤집힌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최근 시행된 ‘형사 공탁금 특례조항’을 B씨 변호인이 잘 이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시행된 공탁법 개정안 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는 ‘형사 사건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피해자를 위하여 내놓는 공탁금을 낼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동물범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안나현 변호사(법무법인 하신)는 동그람이에 "개정된 공탁법으로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공탁해서 양형 자료로 삼을 수 있게 됐다"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금전을 법원에 공탁하면서 대가를 치렀다고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공탁금을 기탁한 점이 양형사유로 언급됐지만, 협박 피해자는 공탁금 이외에는 사과나 반성의 태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형사 공탁금 특례조항을 제정한 취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무리하게 찾아가 합의를 시도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 제안이유에는 “형사사건의 경우 민사와 달리 피공탁자가 범죄피해자라는 특성상 피공탁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공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피고인은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아내고 해당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한 이 공탁금 특례제도는 피해자 측에서 상식을 넘어선 과도한 합의금을 제시할 때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피고인이 활용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다만, 피해자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공탁금만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삼아야 할지는 법조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협박 피해자 B씨는 동그람이에 “공탁금 이외에 A씨 측으로부터 어떤 합의 요청도 받은 적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B씨는 1심 재판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A씨의 적극적인 처벌을 주장해왔습니다. 따라서 A씨의 가족 등 관계자들은 언제든 B씨에게 사과하고 합의를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A씨의 공탁금 기탁이 공탁법 개정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A씨가 진심으로 반성했는지 의심 가는 대목은 또 있다고 B씨는 말했습니다. 그는 “1심부터 항소심 초반까지 A씨는 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며 “변호사가 변론기일을 연기하고 입장을 바꾼 뒤부터 집중적인 반성문 제출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2심 기간 A씨는 13차례 반성문을 제출했고, 장기기증 서약서도 제출했습니다. B씨는 “우리가 엄벌 탄원서를 넣을 때마다 A씨가 반성문을 제출하고, 장기기증 서약서를 제출했다”며 “진정성 있는 태도라기보다 시민들의 엄벌 요구를 무마하려는 대응 같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3월 포항 폐양어장 학대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구조된 고양이가 옮겨지고 있다.(왼쪽)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동물권연구 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대표(법무법인 울림 변호사)는 이런 정황에 대해 “피해자가 입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다른 정황 없이 공탁금만 기탁했다면 ‘돈으로 양형을 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변호사 역시 “민사는 금전 문제가 대부분인 만큼 공탁금이 피해 회복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겠지만, 형사사건은 공탁금이 피해자 의사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가 석방된 직후 B씨는 동그람이에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A씨가 자유롭게 밖으로 나온 지금, 나뿐 아니라 이 문제를 공론화한 다른 분들까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죽은 고양이들의 생명을 비롯해 우리의 불안감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 대표는 “형사 공탁금 특례 제도가 도입된 취지대로 운영되려면 피고인이 공탁금 이외에도 반성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법원이 제대로 살피고 이를 판결문에 명시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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