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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끝이 없죠" 역사스터디에 푹 빠진 '늦깎이' 청강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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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끝이 없죠" 역사스터디에 푹 빠진 '늦깎이' 청강생들

입력
2023.01.25 13:57
수정
2023.01.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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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 '史記 원문으로 배우는 수업'서 십 수년째 공부
이희학 총장 "지식봉사 확대해 지역사회 더 기여할 것"

지난 17일 목원대에서 '사기(史記)' 원문으로 진행하는 역사 스터디에 참여한 늦깎이 청강생인 김춘교, 한경애, 김춘자, 양연호가 수업을 듣고 있다. 목원대 제공

가정주부 김춘교(74)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저녁을 일찍 먹고 목원대를 가는 게 가장 큰 낙이다. 목원대에 정식으로 입학한 적은 없지만, 원문으로 배우는 '사기(史記)' 공부에 푹 빠져 벌써 16년째 다니고 있는 스터디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붓글씨를 배우다 우연히 목원대 역사학과의 스터디를 알게 됐다"며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배웠으면 참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 스터디는 목원대 역사학과 도중만 교수가 21년째 운영하는 열린 강좌다. 중국사를 전공한 도 교수는 목원대 부임 이듬해인 2003년부터 제자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스터디를 만들어, 매주 화요일 '사기' 원문을 가르치고 있다. 도 교수는 "학점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마음껏 토론하는 지적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생관을 심어주자는 게 스터디의 근본 취지"라고 말했다.

스터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2년 간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면 공휴일이나 명절, 방학 중에도 어김없이 진행됐다. 도 교수는 스터디가 운영 초기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역사학과 학생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르자 "학문은 공적으로 가르치고, 또 배워야 한다"며 열린 강좌로 운영하고 있다.

스터디에는 김춘교씨 외에도 김춘자(72)·이광규(69)·양연호(60)씨, 한경애(58)씨 등도 늦깎이 청강생들으로, 십수 년째 참여해 배움을 이어오고 있다.

학원에서 중고등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한경애씨는 40살이던 2005년부터 스터디에 나오고 있다. 지인을 통해 "목원대에 중국사를 공부하며 토론하는 스터디가 있는데, 재학생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공부를 시작했다. 한 씨는 "수업 때마다 온고지신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며 "스터디를 통해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10년째 스터디에 나오고 있는 김춘자씨는 매 수업마다 가장 먼저 강의실에 도착해 과제와 자료조사를 꼼꼼하게 하고 있다. 김 씨는 "수업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며 "배운 지식과 지혜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인 이광규씨는 13년째 스터디에 나오고 있다. 이 씨는 "중국 역사를 연대별로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 스터디를 계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공부해서 중국 서적 번역 봉사 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예가인 양연호씨는 2008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양 씨는 "글에 담긴 의미 등을 제대로 알고 쓰는, 깊이 있는 서예를 하고 싶어 스터디에 참여하게 됐다"며 "역사를 전공하는 젊은 학생들 수준을 따라가기 어렵지만 배움에 끝이 없는 만큼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늦깎이 청강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20대 학생들에게도 삶의 본보기이자 자극이 되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스터디에서 공부한 역사학과 졸업생 송해인(25)씨는 "인생 선배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았고,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도 만들 수 있었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스터디에 참여해 후배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스터디에는 그동안 역사학과 학생 외에도 김원배 전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다른 학교 교수나 교사까지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이희학 총장은 "늦깎이 청강생들의 배움을 향한 열정은 우리 목원대 학생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며 "재학생은 물론, 외부인이 마음껏 수강할 수 있는 '지식봉사'를 확대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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