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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 이자율'보다 낮은 기금 수익률, 연금위기의 핵심이다

입력
2023.06.26 04:30
수정
2023.06.26 17:4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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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연금개혁 : <7> 국민연금기금 효율적 운용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연금 최저 이자율 5.5%인데
기금 수익률은 5.11%에 불과
투자 위험수용 수준 파악해야

윤석열 정부는 교육·노동·연금의 '3대 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노동·연금 모두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정책들이다. 그중에서 연금개혁이 정치적으로 제일 복잡하다. 직접 이해관계자인 가입자와 수급자를 합치면 3,000만 명이다. 그야말로 연금개혁은 국민 전체를 설득해야 하는 난제다.

MZ세대의 90% 이상은 국민연금 자체에 부정적이다. 이들의 불신은 '국민연금은 고갈을 피할 수 없다'에서 시작된다. 최근 복지부는 "기금 고갈 시점이 2055년도로 5년 전 추계보다 2년 빨라졌다"고 발표하였다. 더 암울한 것은, 연금개혁을 해도 고갈은 피할 수 없고 단지 몇 년 늦춰질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왜 고갈을 피할 수 없을까? 먼저 고갈의 원인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지목된다. 가입자가 점차 줄고 수급자는 늘어나는 인구구조가, 국민연금 고갈의 유일한 원인일까? 아니다. 이중적 요소가 고갈을 불러온다. 인구구조가 거들었지만, 낮은 기금운용 수익률이 더 문제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높았다면, 역삼각형 인구구조에 의한 고갈은 일시적 유동성 공급으로 쉽게 해결된다. 국민연금공단이 채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나중에 인구구조가 평탄해지면 기금은 채권 상환능력을 갖는다. 재정 투입 없이도 해결될 수 있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기금운용 수익률이 국민연금제도에 내재되어 있는 이자율을 따라가지 못하면, 인구가 평탄해도 고갈을 불러온다. 연금개혁이 성공해도 고갈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35년 동안의 기금운용 누적수익률은 연 5.11%에 불과하다. 그런데 수익률 관련 시각물에서 계산된 바와 같이,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는 국민연금이 지급하는 이자율은 최저 5.5%이고, 최대치는 12.75%나 된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낮아서 보험료 지급에 부족한 금액을 '미적립 연금부채'라 한다. 누적된 연금부채는 일시적 유동성 공급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부채는 속성상 누군가가 떠안아야 한다. 강제저축인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높은 수익률로 설계되었다. 기금운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연금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저금리로 기금운용 수익률은 낮아지니 연금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러나 인기 없는 연금개혁은 과거 정권들에서 매번 동력을 잃고 좌초하였다.

결국 이번 연금개혁에 정부의 명시적 지급보장이 포함되지 않으면, 개혁은 또 흐지부지될 것이다. 부채 해결책 없이 고갈 시기만 늦추면,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짐을 강요하는 것이다. 지급보장 없는 연금개혁은 세대 간 형평성 측면에서 옳지 않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지급보장에 따른 정부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다. 지금보다 목표 수익률을 더 높게 잡고,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금융시장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따라서 수익률을 높이려면 추가적으로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위험 관련 시각물에서 보는 것 같이 수익률이 너무 낮으면 연금부채가 증가하여 또 다른 연금개혁이 불가피해진다. 과도한 위험도 투자실패를 불러서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 이번 개혁도 힘든데 또 다른 제도변경은 애초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제도의 지속성을 위협하지 않으며 연금부채를 줄여나가는 위험수용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이것을 찾아내는 것이 기금운용 개혁의 출발점이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국민연금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제도개혁과 기금운용의 소통을 통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먼저 연금개혁을 통해서 연금부채가 추가로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연금부채를 최소화하는 기금운용 목표 수익률을 찾는 일이다. 그래야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금운용 지배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목표 수익률이 높아서 대체투자를 늘려야 한다면, 자산배분의 전문성과 적시성을 갖출 수 있는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또한 이에 걸맞은 예산과 인력을 기금운용에 투입해야 한다. 지금같이 경직적인 기재부 공공기관 규제의 틀에서는, 연금부채를 줄이는 수익률 달성이 아예 불가능하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정책변수들의 연결고리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제도개혁, 기금운용, 정부재정의 균형 있는 역할분담에 관한 심층적 논의가 연금개혁에 반영되어야 한다.

글 싣는 순서-연금개혁

<1> 왜 연금개혁인가? (윤석명)
<2> 연금개혁 국제동향 (윤석명)
<3> 노후소득보장의 적정성 (오건호)
<4> 다층적 노후소득체계 (양재진)
<5> 국민연금과 노후소득보장 (김태일)
<6> 퇴직연금 (박종원)
<7> 국민연금기금 효율적 운용 (박영석)
<8> 3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윤석명)
<9> 노동·교육개혁과의 연계 (이근면)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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