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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도전, 세종의 숙제

입력
2023.06.23 04:30
수정
2023.06.23 08: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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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전경

정부세종청사전경

20년 서울 생활을 접고 세종으로 이주했다. 연고 ‘1도’ 없는 곳이지만 물 좋고 산 좋고 사람들까지 좋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섯 번째 계절을 맞았다. 신도시의 쾌적함에다 완성도 높은 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도시 곳곳에 들인 정성 덕분에 세종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럽다. 차로 2, 3시간이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사통팔달의 입지도 매력이다. 거꾸로 보면 전국 어디서든 2, 3시간만 투자하면 세종에 닿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51년 전 대통령선거 때부터 행정수도 입지로 이 지역이 거론된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세종 신도시는 6개의 생활권역으로 구분된다. 0.3~1.5km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달리는 두 개의 순환형 도로가 만드는 원을 시계 얼굴로 친다면, 정부세종청사 등이 포진한 10~8시 방향은 1생활권, 8~6시 방향은 2생활권이다. 3, 4, 5생활권이 반 시계 방향으로 차례로 위치하고 6생활권은 정점에 해당하는 11~1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6개의 생활권 안쪽은 ‘S생활권’으로 불린다. 신도시 중심인 데다 남쪽에 금강을 두고 있어 서울의 용산, 한남동 같은 입지다. 언덕지지 않아 국립세종수목원과 세종호수공원, 세종중앙공원 등 거대한 공원들이 자리 잡았다. 세종 신도시의 중심은 거대한 녹지다.

국회는 이곳에 2028년 말까지 현 여의도 국회 부지 2배 면적으로 세종의사당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선거철마다 찔끔찔끔 정부 기관의 세종 이전이 결정된 과거 사례를 보면 내년 4월 총선 이후에야 건설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상임위원회의 이전 범위 등을 놓고 국회규칙 제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전체 이전을 염두에 두고 국회를 건설해야 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누가 봐도 탐나는 이 부지를 국회가 어떤 경위로 낙점했는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세종의사당 예정지 근처를 지날 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상주·유동 인구가 수천 명에 달하는 기관이 도시의 동맥과도 같은 환상형 도로와 떨어져 설치된다고? 교통 혼잡이 예상되니 수천억 원을 들여 다리를 더 놓고 길을 넓히겠다고? 적지 않은 이들이 도시 설계 기본 방향과 취지에 반하는 세종의사당 예정지에 우려를 표한다. ‘국회가 행정수도 전체의 균형과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면 세종시는 실패한 도시가 되고,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로 꼽히는 행정수도 건설사업이 오히려 국가 균형발전을 발목 잡는 사업이 된다.’

누가 봐도 좋은 자리를 국회가 낙점한 것을 두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보다 멀리 보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누가 뭐래도 국회가 가는 곳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된다. 국회는 중앙공원 이상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런 국회가 도심 중앙 녹지에 자리 잡아 행정수도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기보다는 아직 개발이 덜 됐지만 접근성이 훨씬 나은 12시 방향의 6생활권을 개척하면 어떨까.

모두가 늦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국회의 위치 조정으로 세종시는 물론, 충청권과 대한민국 전체가 챙길 수 있는 이익이 적지 않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라고 했다. 도시건설기본계획 변경 과정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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