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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사과와 징계

입력
2023.06.3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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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울산 현대 소속 정승현(왼쪽부터),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이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인종차별 논란 관련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울산 현대 소속 정승현(왼쪽부터),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이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인종차별 논란 관련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외 스포츠계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스페인 라리가에서 활약하는 이강인(마요르카)이 현지 관중들의 인종차별적 행위로 매번 상처를 받아왔다. 최근 축구스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스페인 관중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인종차별 공격도 큰 논란을 불렀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국내 축구계에서도 벌어졌다.

현재 K리그1 1위 팀인 울산 현대 소속 선수들에 의해서다. 지난 11일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 정승현이 이명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댓글이 문제가 됐다. 전날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5-1로 크게 이긴 선수들은 이명재의 경기력을 칭찬하는 과정에서 태국 선수 사실락 하이프라콘을 소환했다. 사실락은 2021년 전북 현대에서 뛴 적이 있다.

박용우는 이명재를 향해 "사실락 폼 미쳤다"고 했고, 이규성은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고 썼다. 구단의 매니저는 "사실락 슈퍼 태킁(태클)"이라고 적었으며, 이명재도 "기가 막히네"라고 쓴 정승현의 댓글에 "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고 남겼다. 선수들끼리 피부색이 짙은 동료를 동남아시아 선수에 빗댄 것이다.

축구팬들의 충격은 컸다. 우선 4명의 선수들은 울산의 주장단이다. 정승현은 주장,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는 부주장을 맡고 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선수들이 오히려 인종차별적 댓글로 기강을 무너뜨렸다.

그러자 구단과 선수들은 그 이튿날 즉각 사과했다. 박용우와 이규성은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구단도 "빠른 시간 내에 사태 파악과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도 "인종차별이 축구를 떠나 세계적인 문제다. 분명히 없어져야 한다"며 "프로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인종차별에 대한 무거운 인식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2일 K리그 출범 40년 만에 인종차별 관련 상벌위원회를 여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징계 수위에 더 충격을 받았다. 인종차별적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 정승현을 제외하고 3명에게 1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1,500만 원이 각각 부과됐다. K리그 상벌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 출전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징계였다.

28일 울산은 또 한 번 사과문을 올렸다. 자체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피한 'C선수(정승현)를 1경기 출전정지'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형식적인 사과와 징계라는 비판이 많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것이다. 특히 박용우와 정승현은 6월 A매치를 위해 대표팀에 발탁된 것도 모자라 2경기 모두 뛰었다. 과연 선수들이 잘못을 제대로 뉘우쳤을까.

이번 사태가 불거졌을 때 야구선수 김태균이 거론됐다. 2013년 한화이글스의 김태균은 한 인터뷰에서 당시 롯데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셰인 유먼에 대해 "얼굴이 너무 까매서..." 등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김태균의 발언이 '인종차별에 해당한다'며 야구계에 재발 방지 교육 등을 당부했지만 흐지부지 지나갔다. 당시 스포츠계가 경각심을 갖고 대응했다면 10년 후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싶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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