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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된 고독, 내 탓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입력
2024.03.23 13: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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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 마테·대니얼 마테 '정상이라는 환상'

고독은 사회적 질병으로 간주돼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독은 사회적 질병으로 간주돼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70대 의사인 그는 하루 내내 아내의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해외에서 돌아온 그를 공항으로 데리러 오기로 한 약속을 그의 아내가 깨서다. 공항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면 걸리는 시간은 20분. 그렇게 화낼 일일까. 그에겐 '버려짐 트라우마'가 있다. 어머니가 갓난아이인 그를 떼어놓은 걸 뒤늦게 알고 난 뒤부터다. 1940년대에 그의 어머니는 반유대인 단체에 잡혀 빈민가로 끌려갔고 할 수 없이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와 어머니는 유대인이다. 백발이 돼서도 아물지 않은 상처는 개인만의 문제일까.

책 '정상이라는 환상'은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트라우마 분야를 오래 연구한 캐나다 의사인 저자 가보 마테는 질병의 원인을 사회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한다. 선진국 국민 3명 중 1명이 고독을 병처럼 앓는다고 한다. 직장에 헌신을 요구받고 경쟁하도록 내몰리면서 대인 관계가 뚝 끊겨버린 탓이 크다. 사회가 개인의 트라우마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책의 메시지는 코로나19 팬데믹 후 화두로 떠오른 공동체성 회복의 측면에서 시의적으로 읽힌다.

정상이라는 환상·가보 마테·대니얼 마테 지음·조용빈 옮김·한빛비즈 발행·604쪽·3만7,000원

정상이라는 환상·가보 마테·대니얼 마테 지음·조용빈 옮김·한빛비즈 발행·604쪽·3만7,000원

질병의 치유엔 개인의 각성도 필수. 사회가 정한 '정상' 혹은 '보통'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게 먼저다. 왜곡된 정상과 보통의 기준에 맞추려 아등바등하다 보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자유를 찾는 과정으로 책은 네 단계를 제시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①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통해 ②주체성을 높이고, 그것들을 얻는 데 방해가 되는 것에 ③분노한 뒤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④인정하는 것이다. 득도의 과정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나를 아프게 하는 '독성 문화'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쉬 읽히는 치유서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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