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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텔 10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이달 말 영업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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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텔 10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이달 말 영업 종료

입력
2024.03.26 04:30
수정
2024.03.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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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
1915년 문 연 대전의 대표 호텔
이승만·김종필도 즐겨 찾아
서울올림픽 당시 대전 선수촌
호텔 각종 '추억이벤트' 진행
아쉬움 속 상인들 "손님 줄까" 걱정
2029년 24층 건물로 재탄생 전망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하고 문을 닫는 유성호텔 전경. 1915년 문을 연 유성호텔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들과 대전을 찾는 전국 각지 시민들이 찾는 대전 대표 호텔이다.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하고 문을 닫는 유성호텔 전경. 1915년 문을 연 유성호텔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들과 대전을 찾는 전국 각지 시민들이 찾는 대전 대표 호텔이다.

대전 온천관광의 구심점인 유성호텔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109년 만에 결국 문을 닫는다. 유성호텔은 철거된 뒤 호텔과 거주, 상업시설을 갖춘 20층 이상의 고층 호텔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25일 유성호텔과 대전 유성구 등에 따르면 유성 온천지구를 상징하는 봉명동 소재 유성호텔이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한다.

1915년 문을 연 유성호텔은 인근 리베라와 아드리아 호텔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영업을 이어온 대전의 대표 향토 호텔이다. 현재 190개의 객실과 연회장, 수영장, 유성에서 시민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온천탕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유성과 대전 서구 등을 찾은 전국 각지의 시민들은 물론, 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고 김종필 전 총리 등 거물 정치인들도 즐겨 찾았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대전 선수촌을 지정되는 등 국제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1994년 관광특구 지정으로 '유성온천 특수'도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유성호텔은 최근 몇 년 사이 온천 이용객이 감소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행정안전부의 '2022 전국 온천 현황'에 따르면 유성 온천지구 이용객은 2010년 252만명에서 20201년 93만여명으로 3분의 1 가까이 감소했다. 유성지역 호텔 객실 이용률도 2019년 66%에서 2021년 54.7%로 눈에 띄게 줄었다. 유성호텔은 이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성호텔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이듬해까지 누적 3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성호텔 소유주 (주)유성관광개발은 버티다 못해 2022년 10월 말 호텔 자산을 담보로 수도권 신탁회사로부터 수백억 원을 빌렸고, 그해 말 호텔 소유권을 결국 해당 신탁회사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 뒤 유성호텔은 헐리고, 해당 용지에 24층짜리 호텔 1동과 주상복합 건물 2동이 들어설 전망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유성호텔 부지는 유성시장 재정비 촉진구역으로, 건축면적 최소 20%는 관광호텔로 조성해야 한다"며 "2029년부터 관광호텔업을 하겠다는 사업 승인 신청도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유성호텔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단골 이용객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 22일 유성호텔 주차장에서 만난 나광웅(79)·최진숙(66)씨 부부는 "좋아하는 유성온천도 즐기고, 대전에 사는 친인척도 볼 겸 1년에 몇 번씩 인천에서 유성호텔에 온다"며 "유성온천을 즐기는 게 낙 중의 하나였는데 이번달까지만 (운영)한다고 해 너무 아쉬워 어제 2박3일 일정으로 왔다"고 말했다.

유성호텔이 추억이벤트의 하나로 어린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유성호텔 방문 기념 학습지

유성호텔이 추억이벤트의 하나로 어린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유성호텔 방문 기념 학습지

호텔 측은 영업 종료를 앞두고 이용객들을 위한 '추억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숙박 예약을 하면 100년 전 유성호텔의 모습이 담긴 플라스틱 목욕 바가지를 제공한다. 어린이 손님들에게는 유성호텔에서 지낸 추억을 간직하고, 체험학습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유성호텔 방문 기념학습지(슬기로운 호텔생활)'를 준다. 온천수 수영장, 대온천탕 등 호텔 주요 시설을 찾으면 학습지에 도장을 찍어준다. 학습지에는 유성온천의 유래와 역사, 호텔 이용 예절과 건축기행 등도 담았다. 대온천탕 입구에는 '늘 함께해줘서 고마워, 유성호텔 1915'라는 글귀가 써진 포토존을 마련했다. 로비 벽 곳곳에는 호텔 스케치에 색칠을 하고, 숙박 소감이나 남기고 싶은 말을 적은 엽서를 모아 놓았다.

유성 호텔 관계자는 "유성호텔을 운영하는 마지막 날까지 고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자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성호텔 측이 '추억이벤트'의 하나로 로비 벽에 모아 놓은 숙박 추억 엽서

유성호텔 측이 '추억이벤트'의 하나로 로비 벽에 모아 놓은 숙박 추억 엽서

인근 상인들은 유성호텔이 폐업하면 상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한다. 인근 한 식당 주인은 "리베라호텔이 없어졌을 때도 손님이 많이 줄어 영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에도 어렵게 버텼는데 유성호텔까지 문을 닫으면 손님이 확 줄어들 게 뻔하다"며 "구청과 시청에서 유성을 찾는 사람들이 줄지 않도록 대책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성구 관계자는 "5년 정도를 기다려야겠지만 새로운 호텔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돼 인근 상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2025년까지 유성호텔 인근 온천문화공원에 온천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다각적인 온천지구 활성화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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