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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교실서 인생의 꿈 찾은 우리가 후배들에게 힘 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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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교실서 인생의 꿈 찾은 우리가 후배들에게 힘 줘야죠"

입력
2024.03.27 14:30
수정
2024.03.27 16:5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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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재활 'KT꿈품교실' 참여한 홍은비·최근씨

KT꿈품교실 멘토단과 KT꿈품교실 구성원들이 단체 야구 관람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T 제공

KT꿈품교실 멘토단과 KT꿈품교실 구성원들이 단체 야구 관람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T 제공


홍은비(22)씨는 6개월 전 대형 제약 기업에 입사했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는 실무를 맡는 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익히는 게 만만치 않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디자이너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휴일엔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러 가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선 '스위트홈'을 즐긴다.

최근(22)씨는 볼링 선수이자 코치이자 특수교육학 전공 대학생이다. 지금은 공부하느라 바쁘지만 학생반부터 성인반까지 가르쳐 왔다. 선수로서는 청소년 대회에서 메달을 여러 번 딴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부 대회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27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두 사람은 KT와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에서 시작한 청각장애 재활교육 수업인 'KT꿈품교실' 덕에 지금의 생활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 시작한 '꿈품교실 멘토단'에 참여해 후배들을 격려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비슷한 친구들 만나 진로 바꿨다"


'꿈품교실'에 참여한 홍은비(왼쪽 사진)씨와 최근씨. 본인 제공

'꿈품교실'에 참여한 홍은비(왼쪽 사진)씨와 최근씨. 본인 제공


KT꿈품교실은 2012년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2019년 제주대병원과 캄보디아 국립의료원 등이 참여한 국내 최초 그룹 재활교육 공간이다. KT는 '소리찾기' 사업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마친 이들을 돕기 위해 후속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언어 재활 외에 음악과 미술, 영어 수업 등도 진행한다. 학생들은 비슷한 장애를 겪는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친구 관계를 만들고 진로를 찾는다.

홍씨는 꿈품교실에 들어가기 전 유치원 교사를 꿈꿨다고 했다. 그러다 수업을 통해 재능을 발견했다. 그는 "부모님은 내가 장애가 있으니 아이들 돌보는 걸 잘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했다"며 "방황하던 중 꿈품교실에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디자인에 적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꿈품교실에서 만난 친구들 덕에 아예 진로가 바뀌었다. "교실에서 만난 부산 친구가 볼링을 치러 간다고 해 호기심에 같이 갔다"며 "전혀 몰랐던 운동인데 너무 재밌어서 여름 방학 내내 볼링을 쳤고 지금은 코치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홍은비씨의 의상디자인학과 졸업작품. 홍은비씨 제공

홍은비씨의 의상디자인학과 졸업작품. 홍은비씨 제공


최근씨는 볼링 선수와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씨 제공

최근씨는 볼링 선수와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씨 제공


두 사람은 '꿈품교실 멘토단' 참여를 제안받았을 때 큰 고민 없이 참가를 결심했다고 했다. 자신도 도움을 받았기에 이제는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처음 출범한 꿈품교실 멘토단은 학생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고 수료식과 부모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석하고 있다. 심민지 세브란스병원 사회복지사는 "꿈품교실 수료생들은 (후배)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홍씨는 "꿈이 없거나 꿈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꿈품교실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고 힐링하면서 미래를 깊이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친구를 사귀는 것에 겁먹지 말고 자신감 있게 나서길 바란다"면서 "내가 가진 장애 때문에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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