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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허파' 보문산 개발 사업 '산 넘어 산'... 고민 깊은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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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허파' 보문산 개발 사업 '산 넘어 산'... 고민 깊은 대전시

입력
2024.04.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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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전망타워·케이블카 등 추진
시민단체, 환경훼손 등 들며 반대
김제선 신임 중구청장도 부정적
갈등 해소는커녕 되레 확산 우려
민자유치 등 사업성 확보도 문제

보문산 전망대 전경. 대전시는 보문산에 고층 전망타워와 케이블카 설치, 워터파크와 숙박시설 등을 갖춘 체류형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보물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보문산 전망대 전경. 대전시는 보문산에 고층 전망타워와 케이블카 설치, 워터파크와 숙박시설 등을 갖춘 체류형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보물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 시민들의 쉼터이자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하는 보문산 개발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환경훼손을 우려한 시민사회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김제선 신임 중구청장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사업 추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사업성 부족 문제까지 풀어가야 할 대전시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대전시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보문산 일원에 총 3,000억 원을 들여 150m 높이의 고층 전망타워와 케이블카, 워터파크, 숙박시설 등을 갖춘 체류형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보문산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소재한 해발 457.8m의 산으로, 과거 놀이시설과 케이블카가 설치돼 시민들의 휴식처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수요 감소 등으로 2000년대 들어 놀이시설과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되는 등 인기가 시들해졌다.

과거 보문산에서 운행됐던 케이블카 모습. 대전시 제공

과거 보문산에서 운행됐던 케이블카 모습. 대전시 제공

시는 이에 따라 2009년 '뉴 그린파크 프로젝트'를 수립하는 등 보문산 개발에 나섰지만,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민선 8기 이장우 대전시장은 침체한 원도심과 지역관광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보문산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동물원과 놀이시설이 갖춰진 오월드, 뿌리공원 등 주변 관광자원을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시장은 "보문산 일대에 체류형 관광시설을 조성하는 보문산 관광 개발은 지역 숙원사업으로, 장기간 답보 상태를 보였다"며 보물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임기 내 착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환경 훼손 우려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1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보문산 난개발반대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해 사업 중단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서에는 현재 1,0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릴레이로 1인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임도훈 대책위 간사는 "최근 보문산에 노란목도리담비와 하늘다람쥐, 삵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며 "보문산 일대를 개발하면 환경과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한 만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선 7기 당시 보문산 개발과 관련한 민관공동위원회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고층타워 설치와 케이블카, 모노레일 설치 등에 대해 합의하지 않았는데 시가 이를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와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은 급기야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지난해 8월 공청회 당시 대책위가 반발한 것을 두고, 대전시가 같은 해 9월 업무방해와 퇴거불응 등 혐으로 고발한 것이다. 업무방해는 무혐의로 결론 났고, 퇴거불응은 약식기소 처분됐다. 대책위 측이 불복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제선 중구청장이 이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시와 중구 간 갈등마저 예고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선거 다음날인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보문산 개발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전시가 좀 더 명료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데, 운영 적자가 거의 확실시되는 걸 민자로 하겠다는 것은 보문산을 현재적 자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별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망타워도 민자로 계획했다가 안 돼 이제 공공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한다"며 "이장우 시장을 만나면 시 재정을 투입해 보문산의 활용성과 접근성, 생태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요청드리고 협력을 구하겠다"고 했다.

실제 시의 구상대로 보문산 개발을 실현하려면 사업성 부족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시는 지난해 7월 보문산 전망타워와 케이블카 조성 사업을 맡을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지만 1개 업체만 단독으로 참여했고, 이 업체는 사전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했다. 경기가 어려운 데다 사업성 확보가 불확실하다 보니 사업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는 이에 지난해 12월 전망타워 건립은 자율 제안사항으로 조건을 완화해 재공모를 진행했고, 케이블카 설치만 제안한 지역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돈이 필요한 워터파크와 숙박시설 조성을 맡을 민간사업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기수 시 문화관광국장은 "일단 전망타워 건립은 시 재정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워터파크와 숙박시설을 책임질 사업자는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모를 통해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현실성 있는 계획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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