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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체들 국내 가전 시장 정체에 유럽 빌트인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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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체들 국내 가전 시장 정체에 유럽 빌트인 시장 공략

입력
2024.04.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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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대 가구 브랜드와 협업으로 매출 1위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카볼리니 매장. 밀레와 일레트로눅스 등 현지 가전 제품과 주방 가구를 모델하우스처럼 만든 매장에 삼성전자 냉장고(맨 안쪽 회색) 빌트인도 전시돼 있다. 이윤주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카볼리니 매장. 밀레와 일레트로눅스 등 현지 가전 제품과 주방 가구를 모델하우스처럼 만든 매장에 삼성전자 냉장고(맨 안쪽 회색) 빌트인도 전시돼 있다. 이윤주 기자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 옆에는 분수만큼이나 유명한 약국(고대 물고기 약국·Antica Farmacia Pesci)이 있다. 트레비 분수보다 200년 전에 문을 열어 분수의 모든 역사를 본 약국인데 더 놀라운 건 1552년 지은 그 건물을 그대로 쓴다는 점이다. 사실 로마를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의 '역사 지구' 안 건축물들은 오랜 연식을 자랑한다. 웬만한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라 있어 재건축을 하려면 정부뿐 아니라 유네스코의 허가도 받아야 해 지진이 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역사 지구 밖 건축 규제도 상당히 까다롭고 기간도 오래 걸려 재건축하려는 집주인이 거주할 임대 시장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유럽의 건축 시장은 신축보다는 실내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가전 제품 시장 역시 인테리어의 한 축으로 여겨져 빌트인 시장이 프리스탠딩(단독 판매 제품) 시장보다 크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가전 시장의 규모는 41억9,000만 달러(약 5조8,000억 원)인데 이 중 빌트인 시장이 절반 넘는 비중(21억6,000만 달러)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의 본고장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 가전 시장의 수요 정체를 극복할 해법으로 유럽 시장을, 그중에서도 이익이 많은 빌트인 시장을 공략하자는 계산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유럽 가전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1,016억 달러로 400억 달러 규모인 미국 생활가전 시장의 두 배가 넘는다. 2013년부터 유럽 프리스탠딩 가전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 가구 브랜드와 빌트인 가전 협업에 나섰고, LG전자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를 내놓고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와 협업하는 삼성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소 셈피오네 지역 빌트인 명품 주방 가구 브랜드 매장 '루베'에서 석혜미 삼성전자 생활가전 프로가 '삼성 듀얼 쿡 플렉스' 오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소 셈피오네 지역 빌트인 명품 주방 가구 브랜드 매장 '루베'에서 석혜미 삼성전자 생활가전 프로가 '삼성 듀얼 쿡 플렉스' 오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소 셈피오네의 스카볼리니(Scavolini) 매장. 이탈리아 점유율 1위 가구 브랜드 매장은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주방만 여러 개 갖춘 스튜디오로 꾸며져 있었다. 밀레, 보쉬 등 유럽 전통의 가전 브랜드가 스카볼리니 싱크대와 식탁, 그릇 찬장과 함께 세트 구성으로 소개되는 식이었는데 매장 맨 안쪽에 삼성전자의 와이드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가 스카볼리니 수납 가구장에 맞춤하게 짜여 빌트인으로 전시돼 있었다. 인근의 또 다른 가구 유통 기업 루베(Lube)가 운영하는 매장에도 삼성의 냉장고, 오븐이 루베의 주방 가구와 함께 진열돼 있었다.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에서 가전 판매를 맡은 석혜미 프로는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스카볼리니, 루베, 스토사 등 현지 5대 유통 회사들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빌트인 시장은 건축 디자이너가 집주인과 인테리어 방식을 상의하면서 주방가구, 가전제품을 추천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가까운데 삼성전자가 빅5 가구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는 의미다. 덕분에 2022년부터 빌트인까지 포함한 전체 유럽 가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지 14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석 프로는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 선전하는 비결로 '품질'을 꼽았다. 그는 "유럽 빌트인 시장은 1㎜ 차이 때문에 유통망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석 프로는 "한번 설치한 뒤에는 고장 나면 다시 분해하기 어려우니 수리할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런 까다로운 시장에 삼성은 아시아 주방가전 브랜드 중 처음으로 들어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와 초고가 가전 작품 내놓는 LG

LG전자와 유명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함께 만든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언더카운터 모듈형 냉장고. LG전자 제공

LG전자와 유명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함께 만든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언더카운터 모듈형 냉장고. LG전자 제공


LG전자는 2020년 이탈리아 밀라노 관광 명소 브레라 구역 근처에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쇼룸을 열고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4 기간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와 만든 언더카운터 모듈형 냉장고와 밀라노 건축디자인 그룹 M2 아틀리에와 만든 수천만 원짜리 와인 캐빈을 공개했다. 성재욱 LG전자 키친솔루션해외영업팀장은 "냉장고 가격은 300만 원 정도지만 우르퀴올라 디자인을 입힌 제품은 3,000만 원가량에 판매될 예정"이라며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상위 1% 고객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에서 10분 거리인 네덜란드 가구 브랜드 모오이 쇼룸에서는 5월 현지 출시를 앞둔 '무드업 인스타뷰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를 비롯해 스타일러, 슈케이스, 스탠바이미, 엑스붐 등 LG전자와 모오이가 함께 만든 '가전 작품'이 전시됐다. 성 팀장은 "올해 유럽에서 초프리미엄 제품은 전년 대비 두 배의 매출이 목표"라며 "1분기(1~3월)엔 이미 두 배가 넘었다"고 강조했다.



밀라노=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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