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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실수로 숨진 영아에게 '병사' 판단… 대법 "허위 진단서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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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실수로 숨진 영아에게 '병사' 판단… 대법 "허위 진단서는 아냐"

입력
2024.05.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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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진단서 발급 이후 부검 결과 나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혈액 관련 질환으로 치료 받던 영아가 의료진의 '주사 실수'로 사망한 사건에서, 담당 의사가 병사(病死)를 이유로 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고 해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망진단서에 나타난 사인이 나중에 나온 부검 결과와 다르다 하더라도, 허위진단서 작성죄를 무조건 적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부검 전엔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는 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 결론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허위 진단서 작성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과대학 A교수와 당시 전공의 B씨의 허위 진단서 작성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한 무죄 판단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확정됐다.

사건은 2015년 10월 벌어졌다. 당시 소아과 A교수와 3년차 전공의 B씨가 근무하던 대학병원엔 범혈구감소증(적혈구·백혈구·혈소판 수치가 모두 낮아진 상태) 증상을 보이는 생후 6개월 영아가 골수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 중이었다. A교수 지시를 받은 B씨가 보채는 영아에게 마취제를 투여해가며 골수 채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다른 전공의 C씨가 시술을 이어 받았다.

그러나 검사 도중 아이는 생체활력징후(바이털 사인)가 급격히 악화되고 산소포화도가 낮아지는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숨졌다. 이에 A교수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려는 B씨에게 사망 종류를 '병사'로, 직접적 사인은 '호흡정지'로, 중간 선행 사인은 '범혈구감소증'으로 각각 적게 했다. 하지만 이후 이뤄진 부검에선 전공의 C씨가 찌른 바늘이 아이의 동맥을 파열시킨 탓에 저혈량 쇼크로 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2심은 이들의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500만 원과 300만 원을 선고했다. 영아가 범혈구감소증 진단을 받기 전에 숨져 사망 종류를 병사로 단정할 수 없는데도, 의료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부검 결과와 상이한 진단서를 꾸며냈다고 본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진단서 작성 지침이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판단을 달리했다. 부검을 하지 않고는 사망의 의학적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법원은 "진단서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피고인들에게 허위 진단서 작성에 대한 미필적 고의라도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의협 규정도 부검 결과와 진단서상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내면서 A 교수와 B씨는 최종적으로 모든 혐의를 벗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피해 영아에게 직접적 사망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된 C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별도로 받고 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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