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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의 ESG 선구자, 헨리 포드

입력
2024.05.14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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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권
나석권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생태계,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기 위한 ESG적 시각에서의 이슈 탐구와 혁신 사례 소개

보통사람을 위한 자동차 '모델T' 앞에 선 헨리 포드.

보통사람을 위한 자동차 '모델T' 앞에 선 헨리 포드.

어릴 때 경험으로 인생 목표가 정해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그랬다. 어릴 때 선물 받은 회중시계를 보면서 기계에 대한 적성을 발견했고, 당시 시판된 트랙터를 보고는 모빌리티에 대한 꿈을 키웠다. 여기에 한 가지 비극이 발생한다. 편찮으신 어머니를 위해 의사를 마차로 모셔온 그사이, 어머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이 비극이 보태져, 일상생활을 위한 모빌리티(mobility for people)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되었다.

1892년 미국 내 최초로 2인승 자동차를 개발하게 된다. 자동차 시장이 만들어졌지만, 이때 사람들의 요구는 '빠른 자동차', 즉 어느 차가 가장 빠르냐가 관심거리였다. 최초 자동차를 만들긴 했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당시 기준에 따라 속도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당시로는 최고속도인 시속 115㎞를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게 된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목표는 아니었다.

1903년 드디어 포드모터컴퍼니를 설립하고, 그해 첫 모델인 '모델A'를 출시하게 된다. 당시 가격 은 800달러, 물론 적지 않은 가격이었다. 광고 문구를 보면, 그의 미션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일상의 모든 일에 사용할 수 있는 특별히 설계된 자동차, 보통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동차, 그리고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어서 모두가 쓸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이듬해에 모델 B, C, F를 판매하게 된다. 이후 포드 차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투자자들은 '돈 되는 비싼 차'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포드의 생각은 달랐다. 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요가 부족한 것으로 보았다. '보통사람을 위한 자동차'라는 신념에 근거해서, 1906년에는 자신의 소유 지분을 58%로 끌어올리고 큰 결단을 내린다. 당시 수익률이 높았던 투어링과 고가 모델은 중단하고 '보급형 자동차'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한다. 드디어 2년 후인 1908년, 그토록 꿈꿔왔던 최초의 보급형 자동차 '모델 T'를 발표한다. 차 값은 불과 850달러. 최초 모델 A 보다 불과 50달러밖에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첫해에 6,000여 대, 이듬해에는 1만607대가 팔려 초대박을 내게 된다. 보통사람을 위한 자동차 시대의 1막을 연 것이다.

투자자들은 모델 T의 성공에 힘입어 더욱 다양한 모델을 만들길 원했다. 하지만, 그의 두 번째 결정은 또 달랐다. 1909년 그는 폭탄선언을 한다. "우리는 한 가지 모델만 생산할 것입니다. 그것은 모델 T입니다." 다들 포드가 곧 망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그는 더 많은 모델 T를 만들기 위해 새 공장을 짓기 시작한다. 드디어 1910년 당시로서는 최대 규모의 하이랜드파크 공장을 준공시킨다. 차 가격을 살펴보자. 1908년 850달러에서 하이랜드공장 건설을 위해 100달러 높인 950달러로 인상되었지만, 1911년부터는 가격을 780달러로 낮추게 된다. 판매량도 1909년 1만8,000대에서 1911년 3만4,000대로 급증한다.

'보통사람을 위한 자동차'를 향한 그의 열망은 '모델 T'로 귀결되었고,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는 역발상을 통해 오히려 경제적 수익까지도 누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평생의 미션 달성을 위해 달려온 헨리 포드를 ESG경영의 선구자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나석권 SK사회적가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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