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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입력
2024.06.1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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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권
나석권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생태계,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기 위한 ESG적 시각에서의 이슈 탐구와 혁신 사례 소개.

헨리 포드

헨리 포드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를 보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하루종일 나사를 조이는 찰리의 모습이 기억날 것이다. 반복 작업에 착란현상을 일으키고, 급기야 보이는 모든 것을 조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는 모습까지. 하지만, 자동차왕 헨리 포드에게는 이런 일관공정이 단순히 효율성 제고방안으로만 강구된 것은 아니었다.

헨리 포드의 사회적 가치는 일상에 널리 사용될 모빌리티 '모델T'의 보급이 목적이었다. 돈 되는 비싼 차가 아닌 보급형 자동차 제작이 필생의 미션이었기에, 누구나 살 수 있는 값싼 차를 만들고픈 염원이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시카고 육류가공업자들이 사용하던 이동용 트롤리를 떠올렸고, 이를 자동차용 부품 제작에 적용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부품당 29분 걸리던 과정이 불과 5분만에 완성되는 '포드시스템'이 태어나게 된다. 차량 한 대당 12시간 28분 걸리던 것이 포드시스템으로 인해 5시간 20분, 추후 세부기술이 추가되어 마침내 1시간 33분으로 제작시간을 무려 10분의 1까지 단축하기에 이른다. 포드시스템은 당시의 고물가·고임금 환경에서도 '모델T' 가격을 지속 하락시킬 수 있었고, 1910년 950달러였던 차 가격을 1917년에는 무려 350달러까지 낮추게 된다. 일부 계층만 향유하는 제한적 호사품이 아니라, 일반인이 범용적으로 쓰는 보급형 차량으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것이다.

헨리 포드의 자동차 공장.

헨리 포드의 자동차 공장.

포드의 경영혁신 중에는 파격적 임금정책도 있다. 1914년 당시 일일 2.34달러였던 임금을 5달러로 2배 이상 인상하는 정책을 최초 실시한 것도 포드사였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그는 이미 사업 초기부터 수익의 일부를 직원에게 배분해 왔다. 직원에게 임금을 주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 판매된 '제품'이며, 사장은 그 제품 제작을 운영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경영원리를 체득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얼마의 임금을 주는가' 하는 문제를 '어떻게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1909년에는 근속 1년 차에게 5%, 2년 차에게 7.5%, 3년 차에게 10%의 상여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를 통해 임금은 '자신의 정당한 노력의 가치'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1913년에는 직원 1명당 생산량에 대한 그 유명한 '시간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1년간의 연구 결과, 당시로는 파격적인 1일 5달러 임금이 바람직하다는 결과에 이르렀고, 이듬해인 1914년 기존 임금의 2배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런 시도는 시간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근로시간 정책까지 이어지게 된다. 1922년 당시 하루 9시간 근무하던 관행을 8시간으로 단축하여 '주 48시간' 제도를 확립하였고, 이 흐름은 이어져 1926년에는 최초로 주 5일제 도입을 통해 '주 40시간'제로 단축하게 된다.

이 모든 경영혁신은 단순히 직원을 피고용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핵심 이해관계자로 생각하는 그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요즘 논의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그는 이미 1900년대에 실천해 왔던 것이다. 이런 경영철학은 상승효과를 발휘해,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포드사로 모여드는 선순환체계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나석권 SK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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